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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대학 사회학 교수 조지 리처(George Ritzer)가 쓴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유 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는 미국의 200여 대학에서 교재로 쓸 정도로 맥도날드는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맥도날드를 다루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선 맥도날드에 관 한 책이 아니다.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의 합리화 이론을 근거로 이 세상의 작동 방식을 탐구한 책이다.

리처는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 사회와 그 밖의 세계의 더욱더 많은 부문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과 그것이 초래하는 비인간화를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라고 부른다. 맥도날드 모델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왜 그럴까? 리처는 맥도날드가 효율성(efficiency), 계산가능성(calculability),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 통제(control)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각주1)

맥도날드는 사회학뿐만 아니라 정치학에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제임이 틀림없다. ‘맥도날드 포퓰리즘’도 정치적 포퓰리즘에 시사하는 바가 많지만,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를 제공하는 맥도날드화의 원리는 상당 부분 정치에도 침투했으며, ‘맥월드(McWorld)’나 ‘맥몽드’ 같은 신조어는 국제정치의 메커니즘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를 가리켜 ‘맥도날드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겠는데, 이는 이른바 ‘코카콜라화(Coca- Colonization)’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맥도날드나 코카 콜라가 ‘문화적 동질화(cultural homogenization)’의 상징으로 거론 되는 것은 도처에 편재하는 이들의 가시성(可視性) 때문이다.^각주2) 프랑스 지식인 기 소르망(Guy Sorman)은 맥도날드화를 너그럽게 볼 것을 제안했다.

맥도날드는 그런 상징성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보편성 때문에 각 나라의 물가지수를 맥도널드 값으로 비교하는가 하면 각 나라의 문화를 비교하는 연구의 주제로도 자주 활용된다. ‘빅맥지수’란 각국의 통화가치와 그 통화의 실질구매력을 ‘빅맥’ 햄버거 가격과 비교해 평가하는 지수로 세계 물가와 실질 구매력을 알 수 있는 지표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인류학자 제임스 왓슨(James Watson)이 서울을 비롯한 아시아 5개 주요 도시의 맥도날드에 대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맥도날드에서는 음식을 먹고 바로 나가는 것이 가게와 손님 사이의 암 묵적 합의임에 반해, 아시아에서는 맥도날드가 10대들이 숙제를 하고 친구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애용했다.^각주3)

맥도날드의 전 세계적인 보편성은 맥잡(McJob)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용어를 낳게 만들었다. 맥잡은 실패한 사람들이 하던 일을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일을 의미하게 되었다. 소매와 요식업종 내에서도 맥도날드의 임금은 하위 25퍼센트에 해당하고, 업종 평균에 비해 20~50퍼센트 높은 이직율을 보였다. 또 경영자 측의 계속되는 취업규칙 위반 행위가 발생하고, 종업원들이 심리적으로 ‘극도의 흥분’상태로 있게 하고, 초과수당 지불 없이 연장근무를 요구하고, 노조 활동을 하면 해고하고, 최신 전술로 노조 설립에 대응하는 걸로 악명을 얻었다.

영국에서 맥도날드 명예훼손 재판을 맡았던 판사 로저 벨(Rodger Bell)은 맥도날드가 종업원에게 너무 낮은 임금을 주어 영국의 모든 요식업종 근로자의 임금을 하락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판결했다. 또 뉴욕시립대학 교수 조 킨첼로(Joe L. Kincheloe)는 승진 기회가 거의 없고 저임금 · 비숙련의 맥잡은, 열심히 일하면 신분이 상승한다는 모더니스트들의 주장에 대한 노동 자계급 청년들의 믿음을 상실하게 만드는 데 기여해왔다고 평가했다.^각주4)

미국에서 1990년대 들어 부동산 경기 붐에 편승해 도시 외곽에 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서자 대형 교회도 속속 생겨났다. 패스트푸드 맥도날드에 빗대 ‘맥처치(McChurch)’란 비아냥이 나온 것도 이때쯤이다.^각주5) ‘맥처치’가 시사하듯이, 무엇이건 패스트푸드의 원리가 작동되는 곳이라면 다 ‘맥’을 붙여 말을 만들 수 있다. 이 또한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mcdonald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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