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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는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말이 나왔나?

미러링

mirroring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 1902~1987)는 ‘말 따라 하기(verbal mirroring)’가 짧은 시간 내에 상대방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기법이라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물론 ‘이소프락시스(isopraxis)’, 즉 ‘신체 모방하기(body echoing)’도 유대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각주1)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어느 연구에서는 고객의 식사 주문을 그대로 따라서 말한 여종업원이 주문을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한 여종업원보다 70퍼센트나 더 많은 팁을 받았고, 손님들은 종업원이 자신을 따라 했을 때 저녁 식사에 대해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각주2)

브라이언 트레이시(Brian Tracy, 1944~)는 『전략적 세일즈』(2012)에서 고객이 어떤 몸동작을 하면 5초를 기다려서 같은 몸동작을 따라 하라고 권한다.

“최고 세일즈맨들은 이러한 고객 몸동작 따라 하기 기법을 종종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 그들의 판매 상담 모습을 비디오로 녹화해보면 한동안 고객의 동작을 따라 하다가 그다음에는 고객을 리드해가는 듯이 보인다. 상담이 끝난 후에 그렇게 한 이유를 물어보면 거의 예외없이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객의 동작을 따라 했던것은 고객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들의 자연스런 모습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트레이시(Brian Tracy), 홍성화 옮김, 『전략적 세일즈』(비즈토크북,2012), 323~324쪽; 강준만, 「왜 모방은 가장 성실한 아첨인가?: 유사 매력의 효과」,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2』 (인물과사상사, 2014), 133~136쪽 참고.

임귀열은 “요즘엔 콜 센터에서 전화를 받을 때 ‘네, 고객님, 영업부를 말씀하셨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연결해 드리겠습니다’처럼 말한다. 이 말 속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받아 반복함으로써 오해나 생략을 예방하고 경청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일종의 Mirroring이다. 즉 거울에 그대로 비치듯 들은 말을 그대로 반복 재생을 함으로써 쌍방이 그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것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군대에서도단상사가 ‘좌우로 정렬’하는 명령을 내리면 병사들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동작을 하는데 그 효과가 매우 좋다. 언어에서도 이 방법은 여전히 효과 높은 훈련 중 하나다. 여기 대화를 하나 보자.

A: Tom is getting married next month.
B: Is that true? Is he getting married!
C: I’ m glad that he could settle down finally.

A가 말한 내용을 B가 유사한 말로 되받아치고 C는 똑같은 내용을 단어표현을 바꿨을 뿐 ‘그가 결혼해서 안정을 찾다니’의 의미는 마찬가지다. 이것은 동의어 반복(repetition)이라기보다는 똑같은 내용을 반복 복창하는 것이다. ‘Mirroring’ 혹은 ‘Mimicking’, ‘mimicry’라고 부르는데 ‘흉내내기’ , ‘모방’의 뜻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되받아 말하는 대화의 기법이다.”
임귀열, 「[임귀열 영어]Mirror Effector Paraphrasing(되받아말하기)」, 『한국일보』, 2013년 10월 22일.

‘미러링(mirroring)’ 은 ‘거울(mirror)처럼 반사해서 보여준다’ 는 뜻으로, 2015년 여름쯤부터 ‘남성들의 여성 혐오가 얼마나 터무니없고 폭력적인지 비춰준다’는 취지로 온라인에서 쓰이기 시작한 단어이기도 하다. 거울이 좌우를 바꾸어 보여주듯, ‘미러링’은 성별의 배치를 뒤집어 보여준다. 예컨대 “연애할 때는 섹시한 여자가 좋지만 결혼할 때는 아무래도 깨끗한 처녀를 찾게 되는 것이 솔직한 늑대의 심정 아니겠습니까”라는 ‘원본’ 을 ‘미러링’ 하면 “순수하고 조신한 연하 총각을 바라는 것이 솔직한 여우의 심정이지요. 남자는 그저 문란하지 않고 정숙한 것이 최고 아니겠습니까”가 된다. 미러링은 원본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가 보여주는 ‘비틀기’장치다.각주3)

미러링은 이른바 ‘여혐혐(女嫌嫌)’, 즉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를 실천하는 온라인 연대 ‘메갈리아’가 즐겨 쓰는 방법이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여성 혐오의 중심에는 보수 성향 사이트 ‘일베’가 있는데, 일베를 중심으로 각종 여성 혐오 용어들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메갈리아는 ‘반사’한다. 이에 대해 곽아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허영심 많은 여성을 일컫는 ‘김치녀’에 대항해서는 ‘김치남’ ,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 남자)’ 등의 용어를 만들었다. ‘여자는 삼일에 한 번 때려야 한다’는 말을 줄인 ‘삼일한’에 대 항해 ‘숨쉴한’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남자는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뜻이다.⋯⋯메갈리아의 ‘미러링 전략’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혐오를 혐오로 되갚는 방식은 혐오의 재생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안이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미러링을 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여성 혐오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조롱을 당한 여성 혐오론자들이 반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심한 욕을 퍼붓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곽아람, 「[Why] 우리가 김치녀? 그럼 너네 남자들은 ‘한남충’」, 『조선일보』, 2015년 10월 24일.
미러링(mirroring)

거울에 그대로 비치듯 들은 말을 그대로 반복 재생을 함으로써 쌍방이 그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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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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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4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4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재미 영어’를 위한 이 책은 심리·마음·두뇌, 정치·갈등·리더십, 역사·사회·변화, 경제·세계화·국제관계, 교육·대학·가족, 인생·삶·행복, 사랑·남녀관계·인간관계,..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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