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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둘 다 안한다는 뜻이다.” 푸빌리우스 시루스(Pubilius Syrus, B.C.85~B.C.43)라는 로마 시대 작가가 한 말이다.^각주1) 이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멀티태스킹(multi-tasking , 다중처리능력)은 그런 고전적 지혜 또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개념이다.

사람이 한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는 발상은 1920년대부터 심리학자들의 연구 주제였으나 ‘멀티태스킹’ 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960년대 이후 였다.^각주2) 멀티태스킹은 원래 컴퓨터에서 다수의 작업이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공용 자원을 나누어 사용하는 것을 뜻했지만, 이용자 관점에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처음엔 컴퓨터를 사용할때, 한 가지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걸 의미했고, 오늘날엔 꼭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다른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걸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멀티태스킹을 하는 멀티태스커(multitasker)는 새로운 정보를 남보다 먼저 찾아내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을 감지하는 데 뛰어나지만, 부정적으로 볼 때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소 산만하고 혼란스럽다.^각주3)

미국 시애틀 아동병원의 아동발달센터장인 디미트리 크리스타키스(Dimitri Christakis)는 이렇게 말한다. “멀티태스킹에 중독된 어리고 민첩한 두뇌는 일을 매우 빨리 처리할 수 있지만 이는 집중력을 쪼개어 사용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뿐이죠. 제대로 집중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각주4)

미국 UCLA의 신경과학자 러셀 폴드랙(Russell Poldrack) 연구팀은 멀티태스킹이 학습에 역효과를 낸다는 보고서를 발표 했다. “산만한 환경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으며 완전히 집중했을 때보다 학습 성취도가 떨어 진다.” 몇몇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은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성 호르몬의 양을 늘려주며, 그로 인해 일명 ‘생화학적 마찰’을 일으켜 우리를 빨리 늙게 만든다.^각주5)

데이비드 크렌쇼(David Crenshaw)는 『멀티태스킹은 없다』 (2008)에서 멀티태스킹은 거짓말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스위치 태스킹(switch tasking ,업무 전환)이나 백그라운드 태스킹(background tasking , 배경 실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각주6)

MIT대학 심리학과 교수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외로워 지는 사람들: 테크놀로지가 인간관계를 조정한다』(2010)에서 “묘하게도, 한때 해로운 것으로 생각되었던 멀티태스킹은 세월이 흐르면서 미덕으로 재조명되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의 장점들에 관한 이야기가 자꾸 부풀려졌고,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명사나 다름없는 대접을 받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멀티태스킹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문화에서 성공적일 일과 학습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 선언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