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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초거성의 표면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연성계를 이루고 있는 블랙홀에 가까워지면서 초거성의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블랙홀 주위로는 강착원반이 생겨난다. 강착원반은 아주 빠르게 회전하면서 급격한 온도 상승이 일어난다. 1억도 이상으로 달아오른 이곳에서 X선이 분출된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별의 마지막 구조 신호다.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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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후반 ‘빛이 탈출할 수 없는 천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0여 년이 지난 뒤인 1969년 물리학자 존 휠러(John Archibald Wheeler, 1911~2008년)는 그 천체에 ‘블랙홀(black hole)’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름만큼이나 신비에 쌓여있는 천체지만, 천문학자들의 끊임없는 탐구와 관측기술의 발달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블랙홀은 더 이상 우주 공간의 마법사가 아니다. 어쩌면 그 속에 물질의 궁극적인 성질이나 힘의 통일이론을 풀 수 있는 열쇠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 1존 휠러(John Archibald Wheeler), 1911~2008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 평가받는다.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무한히 존재한다’는 ‘다우주론’을 주장했다. 물리현상에 대한 해석이 독창적이고, 물리학을 적절한 비유를 들어 명쾌하게 설명한다고 해서 ‘시인을 위한 물리학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 2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 1873~1916년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처음 증명한 학자로, 일반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대한 완전한 해를 처음으로 유도해 냈다. 이러한 업적을 기려 ‘사건의 지평선’의 반경을 ‘슈바르츠실트 반경’이라고 부른다.

운동경기 중에 가장 무겁고 힘든 상대와 겨뤄야 하는 종목은 역도가 아닐까?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려야 하는 역도는 지구 중력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힘차게 들어 올린 바벨을 온몸으로 버티며 서있는 역도선수의 찡그린 얼굴을 보면 지구와 바벨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을 느낄 수 있다.

중력이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려는 힘이다. 역도 선수는 잘 단련된 근육으로 지구와 역기 사이에 끌어당기는 힘을 버티고 있다. 사실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이처럼 지구와의 인력에 서로 이끌리고 있지만, 그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나머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중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힘껏 하늘 위로 던져 보자. 연필이든 지우개든 어느 높이에 이른 후에는 다시 떨어지고 만다. 더 힘껏 던지더라도 올라가는 높이만 늘어날 뿐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던진 물체와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 때문이다.

이제 어깨 힘이 아주 강해서 던지는 속도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 공간으로 나가려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던져야 할까? 초속 11킬로미터를 넘기면 가능하다. 강속구를 던지는 야구 선수가 던지는 공의 속도보다 250배쯤 빠른 속도다. 이 속도가 바로 지구 중력을 이겨낼 수 있는 ‘탈출 속도’가 된다.

어떤 천체의 탈출 속도는 그 천체의 질량이 크면 클수록 커진다. 같은 질량의 천체를 비교한다면 크기가 작을수록 커진다. 목성에서의 탈출 속도는 초속 60킬로미터로 지구의 약 5배이고, 태양 표면에서 태양을 탈출하려면 로켓은 초속 618킬로미터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큰 질량을 가진 천체를 작게 압축해 매우 작은 공간 속에 구겨 넣으면 탈출 속도가 커진다.

만약 어떤 천체를 압축해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 킬로미터를 넘을 때까지 압축하면 어떻게 될까? 빛은 그 빠른 속도로도 도저히 이 천체 밖으로 뛰쳐나올 수 없다. 이렇게 빛도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물질이 엄청나게 압축된 천체를 가리켜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태양을 가지고 블랙홀을 만들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로 압축해야 하는 것일까? 질량이 지구보다 약 33만 배 큰 태양을 반지름 3킬로미터 정도의 공간 안에 압축해 넣으면 블랙홀이 된다. 다시 말해 태양을 여의도 세 배 정도 크기의 공간 속에 넣으면 된다. 만약 지구를 블랙홀로 만들고자 한다면 지름이 약 0.9센티미터인 공간이 필요하다. 지구의 모든 물질이 콩알 정도의 크기로 압축돼 줄어들면 블랙홀이 되는 것이다.

슈바르츠실트의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은 탈출 속도가 광속이 되는 지점으로, 이 선을 넘어가면 그 어떤 물체도 다시 되돌아올 수 없다. 블랙홀의 중심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의 거리 즉, 빛이 탈출하기 어려운 크기로 수축된 별의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경’이라고 하며, 이 거리가 블랙홀의 크기를 나타낸다.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슈바르츠실트 반경도 커진다.

슈바르츠실트의 블랙홀 원리

별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신호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은 구조신호를 보내온다. 그 신호를 포착하면 블랙홀을 찾아낼 수 있다.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들어 갈 때는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그로 인해 굉장한 마찰에너지가 발생하고 1억 도 이상으로 뜨거워질 수 있다. 이렇게 뜨거운 물질은 X선의 형태로 복사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X선이 바로 구조신호가 될 수 있다.

백조자리에 있는 별에서 X선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64년의 일이다. 처음에는 이 X선이 중성자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X선의 세기가 일정한 패턴을 갖는 중성자별과 달리 이곳의 X선은 불규칙하게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천체는 ‘백조자리 X-1’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블랙홀의 유력한 후보로 생각됐다.

백조자리 X-1은 약 8000광년 거리에 있으며 같은 자리에서 태양 질량의 약 30배에 달하는 청색 초거성(HDE-226868)을 발견했다. 이 별은 백조자리 X-1과 함께 주기가 5.6일인 궤도 운동을 하고 있다. 관측 결과 백조자리 X-1은 블랙홀로 밝혀졌으며, 가까이 있는 청색 초거성의 물질을 서서히 끌어들여 자신의 질량을 키우고 있었다.

최초로 발견된 블랙홀인 백조자리 X-1

초거성인 HDE-226868과 연성계를 이루고 있으며 3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질량은 태양의 약 9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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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별 헤는 밤 천문우주 실험실
별 헤는 밤 천문우주 실험실 | 저자김지현 | cp명어바웃어북 도서 소개

‘별은 왜 반짝일까?’라는 기초적인 물음에서부터 태양계, 변광성, 성단, 성운, 우리은하, 별의 일생, 블랙홀 등 천문우주 분야의 핵심적인 스무 개의 주제를 화려한 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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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블랙홀은 빛의 감옥이다별 헤는 밤 천문우주 실험실, 김지현, 어바웃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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