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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은하수가 맨눈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별의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은하수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그 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1610년 갈릴레이가 스스로 만든 망원경으로 밤하늘은 관찰하면서 은하수가 희미한 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1755년에 이르러 독일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년)는 은하수 외에 우주 공간 구석구석에 희미한 빛 덩어리로 보이는 성운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별무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칸트는 이들을 ‘섬우주’라 불렀고 외부은하의 존재를 예견했다.

18세기 후반 천왕성 발견으로 유명한 허셜은 우리은하의 구조와 태양계의 위치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허셜은 하늘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별의 분포를 조사해 우리은하의 모형을 만들었다. 그는 은하수의 별들이 전체적으로 원반 모양을 이루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모든 별은 지름이 7000광년이고 두께가 1400광년인 원반 모양의 집단에 속해 있으며, 태양은 이 원반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허셜의 은하’는 지금 알려진 우리은하 크기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셈이다. 당시 사람들은 허셜이 측정한 원반 모양을 이루는 별의 집단이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허셜의 이러한 생각에는 결정적 오류가 있었다. 허셜이 관찰한 별은 대부분 6000광년 이내의 거리에 있는 별이었다. 이것은 지름이 10만 광년정도인 우리은하 전체에 비하면 아주 작은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

허셜은 별에서 오는 가시광선만을 관찰한 까닭에 별들 사이의 먼지와 가스에 가려져 있는 우리은하의 다른 부분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안개 낀 날 대도시의 변두리에서 도시 전체를 살펴보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태양이 우리은하의 외곽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은하의 크기와 태양의 실제 위치는 섀플리에 의해 수정됐다. 섀플리는 미국의 윌슨 산 천문대의 60인치 망원경을 이용해 구상성단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1917년 93개의 구상성단에 대한 거리와 방향을 측정해 3차원 공간상에 구상성단의 위치를 표시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구상성단들은 구 모양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그 중심은 태양이 아니라 궁수자리 방향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섀플리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구상성단들의 중심이 우리은하의 중심이라는 가정을 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하의 지름을 약 30만 광년으로 예측했다. 현재 알려진 사실과 비교하면 우리은하의 크기에서 오차가 있지만, 태양이 우리은하의 중심에 있다는 허셜의 주장을 뒤집는 놀라운 발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