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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술관에 간
화학자

거울의 과학

미술관에서 나누는 과학토크

'나르시스'(narcissus)라는 목동이 양떼를 몰고 거닐다 호숫가에서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물속에 손을 집어넣으면 파문에 그 모습이 흔들리다가 잔잔해지면 또 다시 나타나곤 했다.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물속 자신의 모습에 치명적일만큼 깊은 사랑에 빠져 결국 물속으로 뛰어 들어 익사하고 말았다.

카라바조, 〈나르시스〉, 1595년경, 캔버스에 유채, 110×92cm, 이탈리아 로마 바르베리니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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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거울은 그리스 신화 속 나르시스 이야기처럼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보던 잔잔한 연못이었다. BC6000년 전에는 흑요석 같은 암석을 갈아서 윤을 내 거울로 사용했고, BC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와 고대 이집트에서는 구리를 갈아서 거울로 썼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후 16세기경 이탈리아 베네치아인들이 납작한 유리판에 반사 성질을 띠는 주석과 수은의 합금을 얇은 층으로 입혀 굽는 기술로 반사의 선명도를 높이며 거울의 사용을 유럽 전역으로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사용되는 은도금 유리 거울은 1835년경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Justus Freiherr von Liebig, 1803~1873)가 개발한 것이다. 유리 표면을 금속성 재질인 은으로 코팅하는 화학 공정을 거울 제작에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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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재질이 되는 유리 표면은 빛을 반사하여 사람의 눈에 들어가게 한다. 빛의 반사는 진행하던 빛이 벽에 부딪힌 공이 튕겨 나오듯 매질의 경계면에서 튕켜 나오는 현상이다. 이러한 빛의 반사로 인해 사람들은 거울에서 자기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위의 그림처럼 연필의 한 점 P에서 사방으로 나온 빛의 일부가 거울에 입사하면 그 표면에서 반사하여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눈으로 들어온 연필의 반사 광선을 연장하면 거울 속 Q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의 뇌는 빛이 직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울 속 Q에서 나온 빛이 눈에 들어왔다고 느끼는 것이다. 결국 거울 속에도 같은 모양의 연필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물론 거울 속 연필은 물속에 비춰진 나르시스처럼 실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이러한 은도금 거울은 간단한 화학 실험을 통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질산은 수용액에 암모니아 수용액을 조금 넣으면 옅은 갈색 앙금이 생기다가 서서히 은암모니아 착화합물을 만들면서 맑아진다. 여기에 포름알데히드나 포도당을 넣으면 은이 석출되어 유리 표면에 도금된다. 이때 은이 벗겨지지 않도록 도료를 칠하면 거울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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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 집필자 소개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와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국립대학교(Universite Piere et Marie Curie)에서 고분자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결정구조의 아름..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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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미술관에 간 화학자 | 저자전창림 | cp명어바웃어북 도서 소개

명화에 담긴 과학적 창의력! 과학자의 눈으로 본 미술에 관한 이야기와 미술과 함께하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명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화학에 대한 흥미진진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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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거울의 과학미술관에 간 화학자, 전창림, 어바웃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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