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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술관에 간
화학자
다 빈치

〈최후의 만찬〉

화학에는 문외한이었던 천재 예술가

다 빈치, 〈최후의 만찬〉, 석고에 템페라와 유채, 1495~98년경, 460×880cm, 이탈리아 밀라노 성 마리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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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배경으로 미스터리를 풀어 가거나 종교적 신비를 담은 보물을 찾아 나서는 모험담을 담은 소설과 영화가 많다. 스티븐 스필버그(Steaven Spielberg)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잃어버린 언약궤〉는 『구약성경』에서 예루살렘 성전의 가장 깊은 지성소에 보관된 언약궤각주1) 를 찾아가는 모험을 그렸다. 그 안에는 세 보물, 즉 만나각주2) 항아리, 아론각주3) 의 지팡이, 십계명 돌판이 들어 있다고 한다. 『신약성경』에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마신 포도주 잔인 성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최후의 성전〉은 성배를 찾아가는 모험을 그렸다.

그림에 숨겨진 의문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댄 브라운(Dan Brown)의 소설 『다 빈치 코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그림인 〈최후의 만찬〉에 얽힌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소설은 〈최후의 만찬〉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다 빈치가 성배에 관한 암호를 나타낸 그림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예수님이 한 잔에 포도주를 담아 축사하고 그 잔을 돌렸다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각 사람 앞에 잔이 하나씩 모두 열세 개가 있어서 특별한 하나의 잔이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배는 잔이 아니라고 했다.

〈최후의 만찬〉이나 〈암굴의 성모〉와 〈모나리자〉에 나타나는 풍경은 지구상에서는 볼 수 없는 지옥의 풍경이라거나 적어도 이탈리아에서는 볼 수 없는 스코틀랜드의 풍경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스코틀랜드에 성배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허구이다. 예수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M자를 그려서 암호를 나타냈다고 하는데, 사실은 예수가 "너희 중에 나를 팔 자가 있다" 말하자 제자들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는 순간(「마태복음」 26장 21~22절)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그렸기 때문이다.

소설 『다 빈치 코드』에는 세 개의 명화가 등장한다. 〈최후의 만찬〉, 〈암굴의 성모〉, 〈모나리자〉로 모두 다 빈치의 그림이다. 그 중에 1498년에 완성된 〈최후의 만찬〉은 다 빈치의 미술 생애 중 비교적 말년 작품에 속한다.

다 빈치는 가족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아버지가 결혼 전에 사귀던 여자에게서 사생아로 태어났고, 생모는 다른 사람에게 시집갔다. 그가 태어난 지 넉 달 후 아버지는 드디어 결혼을 했다. 그 후로도 아버지는 세 번의 결혼을 더 했기 때문에 그는 아버지가 둘, 어머니가 다섯이나 되는 복잡한 가족 관계를 갖게 되었다. 그는 거듭된 아버지의 결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가족에게서 소외받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 빈치의 집안과 친척들은 도자기 공방과 물레방아가 있는 농장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부유하였다. 이런 환경에서 그는 일찍부터 예술, 과학, 자연에 대한 흥미를 가졌다. 그는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지는 않았다. 특히 공적인 글, 즉 공증서, 계약서, 추천서 등을 쓰는 것을 싫어했는데 아마도 글에 대한 일종의 열등감이 있었던 것 같다.

다 빈치는 전형적인 천재형 삶을 살았다. 평생 제멋대로 살며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동성애로 교회에서 재판을 받기까지 했다. 심지어 자기 출생에 대해서도 관습적인 결혼에 의하여 태어나지 않고 열렬한 사랑에 의하여 태어났기 때문에 총명하고 품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하고 다녔다.

과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다 빈치는 과학자들이 가장 친근감을 느끼는 화가이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회화 작품을 그리 많이 남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작품의 준비나 밑그림이랄 수 있는 소묘는 엄청나게 많이 남겼다. 이는 그가 그림을 탐구적으로 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을 그리다가도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언제든지 그림을 중단하였기 때문에 미완성인 작품이 많다. 그는 점차 그림보다는 그것이 나타내는 주제, 즉 자연, 인체, 동물, 식물 등 사물 자체의 과학적인 탐구에 몰입해 갔다. 그는 기계공학, 해부학, 건축학, 기하학, 생물학, 천문학 등 많은 분야에 관심을 보였고 천재성을 드러냈다.

다 빈치는 1469년경 베로키오(Andrea del Verrocchio, 1435~1488)의 공방에서 미술을 시작했다. 당시 베로키오의 공방은 매우 유명하고 권위가 절대적이어서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들은 대부분 이 공방 출신이었다. 보티첼리, 페루지노, 기를란다요, 크레디, 로셀리, 보티치니 등이 이 공방 출신이다. 베로키오는 제자들에게 원근법, 해부학, 식물학 등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고 정확한 품격의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공방에서는 주문 들어온 작품을 종종 협동으로 제작했는데, 베로키오의 작품으로 알려진 〈그리스도의 세례〉에도 다 빈치의 솜씨가 나타난다. 왼쪽 천사의 파란 옷의 주름이나 머리털의 부드럽고 정교한 테크닉이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다 빈치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베로키오, 〈그리스도의 세례〉, 1472~75년, 나무에 템페라와 유채, 177×151cm,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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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원근법, 다 빈치의 창조적 발명품

〈최후의 만찬〉은 유화와 템페라 기법을 혼합하여 그린 것이다. 다 빈치는 이런 혼합 기법을 자주 사용하였는데, 이는 그가 화학에 관해서는 상당히 무지하였음을 보여준다. 템페라에 사용하는 달걀노른자는 수분을 거의 50% 이상 함유한 에멀션(emulsion)인데 유화는 기름이므로 수지 균형이 깨어져 상 분리(물과 기름이 층으로 분리되듯이 두 상이 섞이지 않고 분리되는 현상)가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한 천재 다 빈치도 화학만은 정복하지 못한 것 같다. 그는 납이나 구리를 함유한 색(흰색, 녹색 등)과 황을 함유한 색(버밀리온, 울트라마린 등)을 자주 함께 사용하였는데 이들은 서로 반응하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한다. 또한 나무판에 석회를 발라서 평편하게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는데, 석회는 탄산화하여 울트라마린 등과 반응하면 탈색한다.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 얀 반 에이크가 다 빈치보다 수십 년이나 앞서 정교한 유화 기법을 완성한 것에 비하면 다 빈치의 미술 재료에 관한 화학적 지식은 상당히 취약한 듯하다. 실제로 에이크의 그림은 오랫동안 색채를 잃지 않고 견고했지만,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이미 그의 생전에 심한 박락(채색층이 균열되어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색채도 전체적으로 갈색이나 어두운 색으로 바뀌었다.

〈최후의 만찬〉은 손상이 너무 심하고 수세기 동안 보수와 보수를 거듭하여 거의 알아보지도 못할 지경이 되어 마침내 1980년대부터 대복원 작업을 하여 완전히 새로운 색채로 태어났다. 그러나 올바르게 복원한 것인가 하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다 빈치, 〈최후의 만찬〉 중 '스푸마토 기법'으로 묘사된 부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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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이 그려졌을 당시에 화가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에게서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 우선 구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원근법의 정점에 예수가 드러나게 위치되어 있다. 절묘한 순간을 취하여 예수 양쪽의 제자들이 M자로 벌어지고 예수의 머리 뒤에는 밝은 바깥 풍경을 배치시켜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데 성공하였다. 예수 뒤의 풍경에는 '스푸마토'(sfumato)라는 기법이 쓰였는데, 이는 공기원근법의 중요한 수단이다.

공기원근법은 다 빈치의 창조적 발명품이다. 멀리 있는 사물은 공기의 두께가 두꺼워져 희미하고 뚜렷하지 않게 보인다고 생각하여 그림에서 마치 안개 속에 있듯이 표현하는 것을 스푸마토 기법이라고 한다. 이 기법은 그의 다른 그림에서도 자주 나타나 어느 정도 신비롭게 보이는 역할을 한다.

과학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신비로움의 미학

〈최후의 만찬〉에 나오는 인물은 예수와 그의 열두 제자다. 우선 누가 누구인지를 보자. 왼쪽부터 바르톨로메오, 세베대의 야고보(요한의 형), 안드레(베드로의 동생), 가롯 유다(예수를 배신하고 자살), 시몬 베드로(천주교에서 1대 교황), 사도 요한(유일하게 순교하지 않고 오래 살아서 「요한계시록」을 기록), 예수, 도마, 알패오의 야고보(다대오의 유다의 형제), 빌립, 레위 마태, 다대오의 유다, 시몬(톱으로 썰려 순교)이다.

소설 『다 빈치 코드』에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옆의 가롯 유다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사람이 요한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라고 주장한다. 사실 얼굴이 여자로 보이긴 한다. 웃는 모습이 다 빈치의 최고 명작이라는 〈모나리자〉의 미소와 같다.

그런데 다 빈치가 그린 〈성 요한〉도 〈모나리자〉와 같은 얼굴이다. 만약 요한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라면 예수의 제자를 11명만 그렸다는 모순을 설명할 길이 없다. 다 빈치가 젊은 남자에 대하여 동성애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요한이 예수의 열두 제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성경』의 기록에 근거하면 이렇게 예쁘장하게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 빈치도 신비의 인물이며 〈최후의 만찬〉도 신비롭다. 요한의 얼굴과 미소도 신비로우며, 예수 뒤에 나타나는 풍경도 현실적이지 않고 신비한 모습이다. 다 빈치는 자기가 같은 시대의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시대의 인물이란 인상을 풍기는 언행을 자주 하였다. 어쩌면 그는 자기 그림 앞에서 감탄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후대의 상황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반치, 〈성 요한〉, 1513~16년경, 나무에 유채, 69×57cm,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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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 집필자 소개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와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국립대학교(Universite Piere et Marie Curie)에서 고분자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결정구조의 아름..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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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미술관에 간 화학자 | 저자전창림 | cp명어바웃어북 도서 소개

명화에 담긴 과학적 창의력! 과학자의 눈으로 본 미술에 관한 이야기와 미술과 함께하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명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화학에 대한 흥미진진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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