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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자 제 59 화

자연에서 일어나 자연에 눕다

장자가 죽음을 예감하자, 제자들이 모여 성대한 의식을 준비했다.

장자가 이를 말리며 말했다.

“나는 하늘과 땅을 관으로 삼고, 해와 달로써 한 쌍의 큰 옥을 삼으며, 별을 아름다운 구슬장식으로 삼고, 만물을 부장품으로 여길 것이다. 이것이면 충분하지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제자들이 말했다.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의 시신을 쪼아 댈 것이 두렵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땅 위에 누이면 까마귀나 솔개가 탐하고, 땅속에 누이면 벌레가 탐하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거늘, 어찌 이를 막으려 한단 말이냐. 억지로 공평하게 한다면 이는 불공평한 것이요, 자연이 아닌 인간의 지혜에 의지한 감동은 감동이라고 할 수 없다. 지혜가 밝은 사람도 오로지 남의 심부름만 하는 셈이고, 하늘의 뜻을 아는 사람이라야만 올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지혜의 밝음이 하늘의 뜻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들의 의견만 내세워 다른 사람의 뜻을 거스르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열어구(列御寇)

자연을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하나의 흐름으로 본다면, 삶과 죽음은 나뉘어져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된 흐름의 한 부분일 뿐이다.

제자들의 슬픔에도 불구하고 죽음 앞에 장자가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죽음을 단절이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받은 신체이기에 자연으로 되돌려준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제자들은 스승의 시신이 손상될까 염려했으나 장자는 속좁은 생각이라고 이를 나무란다. 받은 것은 되돌려주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또한 자연은 모든 것을 함께 소유하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눈다. 장자는 〈추수〉편에서 “사는 시간보다는 나기 전의 시간이 많기에 살면서 얻은 작은 지식으로 큰 흐름을 헤아리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연에서 일어난 몸, 자연에 누이므로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장자는 자연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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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형 집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교육대학원에서 윤리교육 석사학위 취득. 현재 보성여자고등학교 윤리 교사. 주요 저서≪도덕경,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무위의길≫, ≪질문하는 십대, 대답하는 ..펼쳐보기

장자 집필자 소개

중국 고대 도가(道家)의 사상가. 이름은 주(周). 송(宋)에서 태어나 맹자와 동시대에 노자를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재성은 의심스럽다. 전국시대 말기, 도가의 사상가들이 원본 『장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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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장자 | 저자조수형 외 | cp명풀빛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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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자연에서 일어나 자연에 눕다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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