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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소요유(逍遙遊)
“사람들이 가죽나무라고 부르는 큰 나무가 있습니다. 큰 줄기는 굴곡이 심하고 잔가지는 너무 구부러져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이 나무처럼 당신의 주장도 크기만 하고, 아무 쓸모가 없어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혜자의 말이 끝나자 장자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그대는 살쾡이라는 짐승을 본 적이 있지요? 살쾡이란 놈은 몸을 최대한 낮춘 채로 작은 짐승들을 노리거나, 먹이를 찾아 사방을 뒤지고 다닙니다. 그러다가 덫이나 그물에 걸려 잡혀 죽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 검은 소는 큰 덩치 때문에 쥐 한 마리도 잡지 못합니다. 그대에게 쓸모 없는 큰 나무가 걱정거리라면, 그것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너른 들판에 심어 놓고 그 그늘 아래서 낮잠이나 자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이 큰 나무는 세상의 관심과 소용에서는 멀어졌으나 해를 입을 걱정에서도 멀어진 것이지요.”
장자의 지혜에 미치지 못하는 혜자는 장자의 도를 깎아 내려 자신의 체면을 세우려 한다. 하지만 혜자의 의도를 이미 짐작한 장자가 이를 반박하는 것은 숨쉬는 일만큼이나 간단하다. 혜자는 사람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사물의 쓸모 있고 없음을 말하나, 장자는 살쾡이와 소의 천성을 예로 들어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이를 반박한다. 즉, 모든 존재의 쓸모는 사람이 아닌 하늘이 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당장은 쓸모가 없는 존재라 해도 자연의 흐름에 맡기면 쓸모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노자도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휘면 온전해지고 굽으면 곧아진다.도덕경 22장
파이면 채워지고 그치면 새로워진다.
적으면 더해지고 많으면 잃게 된다.
시선을 조금만 옮겨도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욕심을 갖고 바라보면 아는 만큼만 보게 되나, 마음을 비우고 멀리 보면 보이는 모든 것을 알게 된다. 혜자는 앞에 있는 장자만을 바라보고 그를 넘으려 했으나, 장자는 혜자가 등지고 선 자연 전체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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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체목차
1. 내편(內篇)
제1화 곤이 붕으로
제2화 허유와 접여의 삶의 태도
제3화 혜자의 박
제4화 쓸모는 하늘이 정하는 법
제5화 통하였느냐
제6화 조삼모사
제7화 참을 수 없는 지식의 가벼움
제8화 무엇이 올바른 삶인가
제9화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다
제10화 꿈 깨니 또한 꿈이런가
제11화 칼로써 양생을 말하는 정(丁)
제12화 사람에게서 자연으로
제13화 누구나 자기 설움에 운다
제14화 집착이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
제15화 천륜(天倫)과 인륜(人倫)
제16화 존중함으로 존중받는다
제17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제18화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제19화 이름지어진 덕은 덕이 아니다
제20화 사람의 정, 하늘의 정
제21화 진인을 본받아
제22화 삶과 죽음을 넘어 자유로
제23화 청출어람(靑出於藍)
제24화 마음을 비우면 귀신도 도망간다
제25화 인위(人爲)가 무위(無爲)를 죽이다
2. 외편(外篇)
제26화 물오리와 학의 다리
제 27화 수양산 바라보며 공자를 탓하노라
제28화 그 어떤 기예도 자연을 빚지는 못한다
제29화 곳간지기 공자
제30화 바람만이 아는 대답
제31화 요임금과 봉인
제32화 인도(人道)와 천도(天道)
제33화 진리를 담을 그릇은 없다
제34화 지극한 인(仁)은 근본에 따르는 것
제35화 천도 정치
제36화 버려야 얻는다
제37화 본성에 대한 편견
제38화 벼랑에 이르러야 바다를 본다
제39화 바람은 경계가 없다
제40화 짝 잃은 장자를 곡하노라
제41화 마음을 비우면 죽음도 피한다
제42화 최고의 명장은 자연
제43화 쓸모는 사람이, 수명은 자연이 정한다
제44화 가장 뛰어난 화장술은?
제 45화 제후보다 진인
제46화 흐르는 강물처럼
제47화 한 우물을 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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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쓸모는 하늘이 정하는 법 – 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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