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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자 제 4 화

쓸모는 하늘이 정하는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가죽나무라고 부르는 큰 나무가 있습니다. 큰 줄기는 굴곡이 심하고 잔가지는 너무 구부러져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이 나무처럼 당신의 주장도 크기만 하고, 아무 쓸모가 없어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혜자의 말이 끝나자 장자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그대는 살쾡이라는 짐승을 본 적이 있지요? 살쾡이란 놈은 몸을 최대한 낮춘 채로 작은 짐승들을 노리거나, 먹이를 찾아 사방을 뒤지고 다닙니다. 그러다가 덫이나 그물에 걸려 잡혀 죽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 검은 소는 큰 덩치 때문에 쥐 한 마리도 잡지 못합니다. 그대에게 쓸모 없는 큰 나무가 걱정거리라면, 그것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너른 들판에 심어 놓고 그 그늘 아래서 낮잠이나 자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이 큰 나무는 세상의 관심과 소용에서는 멀어졌으나 해를 입을 걱정에서도 멀어진 것이지요.”
소요유(逍遙遊)

장자의 지혜에 미치지 못하는 혜자는 장자의 도를 깎아 내려 자신의 체면을 세우려 한다. 하지만 혜자의 의도를 이미 짐작한 장자가 이를 반박하는 것은 숨쉬는 일만큼이나 간단하다. 혜자는 사람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사물의 쓸모 있고 없음을 말하나, 장자는 살쾡이와 소의 천성을 예로 들어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이를 반박한다. 즉, 모든 존재의 쓸모는 사람이 아닌 하늘이 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당장은 쓸모가 없는 존재라 해도 자연의 흐름에 맡기면 쓸모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노자도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휘면 온전해지고 굽으면 곧아진다.
파이면 채워지고 그치면 새로워진다.
적으면 더해지고 많으면 잃게 된다.
도덕경 22장

시선을 조금만 옮겨도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욕심을 갖고 바라보면 아는 만큼만 보게 되나, 마음을 비우고 멀리 보면 보이는 모든 것을 알게 된다. 혜자는 앞에 있는 장자만을 바라보고 그를 넘으려 했으나, 장자는 혜자가 등지고 선 자연 전체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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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형 집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교육대학원에서 윤리교육 석사학위 취득. 현재 보성여자고등학교 윤리 교사. 주요 저서≪도덕경,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무위의길≫, ≪질문하는 십대, 대답하는 ..펼쳐보기

장자 집필자 소개

중국 고대 도가(道家)의 사상가. 이름은 주(周). 송(宋)에서 태어나 맹자와 동시대에 노자를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재성은 의심스럽다. 전국시대 말기, 도가의 사상가들이 원본 『장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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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장자 | 저자조수형 외 | cp명풀빛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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