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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자 제 7 화

참을 없는 지식의 가벼움

세상에는 짐승의 가을 털끝보다 큰 것이 없으며, 그 가운데 태산이 가장 작다. 일찍 죽은 아이보다 오래 산 사람이 없고, 8백 년을 살았다는 팽조도 요절한 것이다. 천지는 나와 더불어 생기고, 만물도 나와 하나가 된다. 이미 하나인데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미 하나라고 말해 놓고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나인 것과 하나라고 한 말은 합쳐서 둘이 되고, 이 둘과 원래 하나인 것은 다시 셋이 된다. 이러한 이치는 셈에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헤아리기 어렵거늘 평범한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므로 무(無)에서 유(有)로 나아갈 때도 셋이 되었는데 유에서 유로 나아갈 때야 말해 무엇하랴. 생각을 바르게 하고 도에 의지해야 한다.
제물론(齊物論)

우리가 ‘사물’이라고 말할 때는 이미 ‘앎의 대상’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도는 이와 다르다. 도는 대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없음, 즉 무에 가깝다. 도를 무라고 여기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서는 까닭에 편의상 무의 범위에 넣었을 뿐이다. 이와 달리 사물은 앎의 대상이기 때문에 유에 해당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장자는 “도란 원래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고, 없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사물에는 도가 들어 있다. 도로 말미암아 사물은 존재가 될 근거와 의미를 지니게 된다. 도는 사물을 사물로서 존재하게 하며, 운행시키며, 모든 것과 더불어 고르게 유지하게 해 준다. 다시 말해 도는 모든 존재의 근거가 되며, 운행의 원리이고, 앎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물의 절대적 가치를 보증해 준다.

장자가 동곽자(東郭子)와 나눈 다음의 대화에는 도의 이러한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동곽자 : 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장자 : 어디에나 있다.
동곽자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잠시 생각한 뒤에)
장자 : 땅강아지와 개미에게 있다.
동곽자 : 그런 작은 생명에도 있습니까?
장자 : 기장이나 피에도 있다.
동곽자 : 믿기지 않습니다.
장자 : 기왓장이나 벽돌에도 있다.
동곽자 : 어째서 그토록 심한 말씀만 하십니까?
장자 : 똥이나 오줌에도 있느니라.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물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는 것이다. 인간의 관점이 아닌 도의 관점에서 보면 사물에 대한 상대적인 차별은 편견일 뿐이다. 오로지 도가 인간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가지고 사물을 쓰다 버릴 도구로만 여긴다면, 결국 인간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과 이들로 구성된 주위 환경으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오늘날 인간이 겪고 있는 생태 환경의 위기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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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형 집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교육대학원에서 윤리교육 석사학위 취득. 현재 보성여자고등학교 윤리 교사. 주요 저서≪도덕경,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무위의길≫, ≪질문하는 십대, 대답하는 ..펼쳐보기

장자 집필자 소개

중국 고대 도가(道家)의 사상가. 이름은 주(周). 송(宋)에서 태어나 맹자와 동시대에 노자를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재성은 의심스럽다. 전국시대 말기, 도가의 사상가들이 원본 『장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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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장자 | 저자조수형 외 | cp명풀빛 도서 소개

인간 외의 사물에 인간의 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교훈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되는 우화는 대개 인간의 한계를 조롱하고 풍자하려는 것이 그 목..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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