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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자 제 57 화

활인검(活人劍)

검술을 좋아했던 조(趙)나라 문왕(文王)은 장자를 불러 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왕이 물었다.

“그대는 대체 어떤 검을 쓰는가?”

장자가 대답했다.

“신에게는 세 가지의 칼이 있는데, 먼저 설명을 드린 뒤에 검술을 선보이겠습니다.”

왕이 허락하자 장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칼에는 천자의 칼과 제후의 칼과 서인(庶人, 일반 서민)의 칼이 있습니다. 천자의 칼은 천하를 재료로 삼아 날을 세우고 음양과 오행으로 제어하며 계절로써 단련합니다. 이 칼은 막거나 받을 자가 없어서 위로는 창공에 떠 있는 구름을 베고, 아래로는 대지를 붙들어 맨 동아줄을 단칼에 끊기도 합니다. 한 번 휘두르면 제후들과 천하가 무릎을 꿇습니다.

제후의 칼은 용맹하고 어질며 지혜로운 선비의 기개가 재료를 이룹니다. 위로부터는 해와 달과 별의 빛을 받고, 아래로는 사계절에 순응하며, 가운데로는 백성의 뜻에 따라 나라를 편안하게 합니다. 이 칼을 한 번 휘두르면 번개와 천둥이 진동하는 것 같아 만백성이 복종하니, 이것이 제후의 칼입니다.

서인의 칼은 경박한 복장을 한 무사의 손에 쥐어져 왕 앞에서조차 베고 찌르기를 서슴지 않는 야만스러운 도구입니다. 이 칼을 휘두르는 것은 마치 닭싸움과 같아 목숨을 앗아 버리게 해 나라에 손실이 될 뿐입니다.

왕께서는 천자의 자리에 계시면서 서인의 칼을 가까이 하시니 신은 폐하의 안위가 염려되옵니다.”
설검(說劍)

조나라의 문왕은 검술을 좋아해서 왕의 눈에 들려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한 해에도 수백을 헤아렸다. 이를 걱정한 태자가 측근들을 불러 왕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바꾸게 할 대책을 의논했다. 신하들은 자신들의 뜻을 모아 왕을 설득할 사람으로 장자를 추천했다. 이 이야기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자신의 취미를 즐기는 문왕을 설득하는 장자의 지혜를 보여 주고 있다.

장자는 문왕을 설득하기 위해 세 종류의 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실은 칼에 빗대 나라를 다스리는 방도를 말한 것이다. 천자의 칼은 하늘의 도를, 제후의 칼은 선비의 도를, 그리고 서인의 칼은 싸움을 일삼는 무리의 도를 상징한다. 장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은 문왕은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바로잡음으로써, 제후의 다스림이나 천자의 다스림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인다.

검은 쓰기에 따라서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악을 벌하고 정의를 지키는 데 쓰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게 된다. 반면에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쓰면 그야말로 흉기가 되어 많은 사람의 생명을 해치게 된다. 권력도 칼과 같다. 하늘의 도에 따라 만물의 본성을 위하면 모든 생명이 번성하나, 사람의 도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려 들면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 간에 다툼이 끊이지 않아 많은 희생이 따르게 된다. 장자는 세 가지 칼의 이야기를 통해 문왕에게 권력의 올바른 쓰임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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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형 집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교육대학원에서 윤리교육 석사학위 취득. 현재 보성여자고등학교 윤리 교사. 주요 저서≪도덕경,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무위의길≫, ≪질문하는 십대, 대답하는 ..펼쳐보기

장자 집필자 소개

중국 고대 도가(道家)의 사상가. 이름은 주(周). 송(宋)에서 태어나 맹자와 동시대에 노자를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재성은 의심스럽다. 전국시대 말기, 도가의 사상가들이 원본 『장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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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장자 | 저자조수형 외 | cp명풀빛 도서 소개

인간 외의 사물에 인간의 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교훈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되는 우화는 대개 인간의 한계를 조롱하고 풍자하려는 것이 그 목..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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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활인검(活人劍)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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