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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형지(荊氏) 땅에서는 가래나무, 잣나무, 뽕나무가 잘 자란다. 사람들은 기다렸다가 나무의 둘레가 한 뼘 이상으로 자라면 베어다가 원숭이를 매는 말뚝으로 사용한다. 서너 뼘 이상 나가는 나무들은 대들보감으로 베어진다. 일곱 내지 여덟 뼘에 이르면 높은 사람이나 부자들의 관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형지의 나무들은 뛰어난 재목들이어서, 이처럼 하늘이 내린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도끼나 자귀에 찍혀 쓰러진다.인간세(人間世)
이마가 흰 소, 코가 위를 향한 돼지, 치질을 앓는 인간 등은 불길하다 하여 제물로 쓰기를 꺼리는 통에 삶을 일찍 마감하는 일이 없다. 세속을 초월해 도의 경지에 이른 신인의 눈으로 볼 때는 이들이 오히려 천운이 따르는 존재들이다.
《사기》의 〈노장신한열전〉에서는 장자의 행적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초나라 위왕은 장주(莊周, 장자)의 지혜가 뛰어나다는 소문을 듣고 사신을 보내 재상이 되어 달라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장자는 거절하였다.
재상의 자리는 모든 사람이 욕심 내는 자리로,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자가 이를 단호하게 거절한 것은 명예와 이익에 따라 붙는 걱정과 근심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남보다 나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겉모습을 꾸미고, 지식을 쌓고, 힘을 기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결국 출세를 향한 끝 모를 경쟁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저마다 거대한 탑을 쌓게 만들었다. 하지만 높은 탑일수록 유지하기 어려운 법. 비옥한 형지 땅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쳐 오르기만 했던 가래나무, 뽕나무, 잣나무들이 사람의 눈에 쉽게 띄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 것처럼, 이기심 때문에 경쟁적으로 쌓아올려진 탑들도 큰 바람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우열을 다툴 일들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숨쉬는 모든 공간에서는 학업, 직업, 연애, 외모, 취미 등등 많은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의 결과들이 우리의 기대를 모두 채워 주지는 못한다. 아니 때로는 기대와 정반대로 좌절과 고통을 안겨 주기도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성취라는 것이 상대적인 관점에서 평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남이 이룩한 업적이나 성취를 보고 자극 받아 목표를 정하고 노력을 한다. 따라서 사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경쟁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한 경쟁에 앞서 우리는 장자가 던지는 엄격한 경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웃자란 나무가 먼저 베어지는 것처럼 더 높이 쌓여 위용을 뽐내는 탑일수록 바람 앞에 더욱 무기력하다는 경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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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 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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