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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자 제 27 화

수양산 바라보며 공자를 탓하노라

장(臧, 사내종을 뜻함)이 곡(穀, 계집종을 뜻함)과 함께 양을 치다가 양을 잃고 말았다. 장에게 영문을 물었더니 독서에 취해 몰랐다고 변명했다. 다시 곡에게 물었더니 놀이에 열중하다 그렇게 됐다고 이유를 댔다. 두 사람의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다.

백이(伯夷)각주1) 는 명분을 지키다 수양산(首陽山) 아래에서 굶어 죽었고, 도척(盜跖,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큰도둑)은 이익을 좇다 동릉(東陵, 산동성에 있는 태산) 위에서 죽었다. 이 두 사람이 죽게 된 사정은 다르지만 목숨을 잃었다는 결과는 같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죽음을 놓고 백이는 바르다 하고 도척은 그르다 하는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인의를 지키다 죽으면 군자라 하고 재물을 탐하다 죽으면 소인이라 한다. 삶을 마감한 것은 매한가지인데 누구는 군자로 존경받고 누구는 소인으로 몰려 손가락질을 받는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집착으로 인해 본성을 지키지 못한 것은 백이나 도척, 군자나 소인 둘 다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자와 소인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일을 어찌 옳다 하겠는가.
변무(駢拇)

백이는 명예를 지키려다 죽었고, 도척은 이익을 좇다가 죽었다. 하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명예나 이익 모두가 세속의 가치일 뿐인데, 세속에서는 명예와 이익을 차별한다. 명예를 지키다 희생되면 추모하지만, 이익을 좇다 죽으면 업신여기는 것이 세속이다. 이러한 세속의 차별이 헛된 집착을 낳는다.

삶과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를 잊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타인의 삶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자연이 허락한 분수를 넘어서는 일이다. 뿌리고 거두는 것은 자연의 일이다. 인간이 아무리 지식을 뽐낸다 해도 자연의 품안에 있는 존재일 뿐이다.

따라서 인위적인 가치관에 따라 남보다 나은 삶을 살려 하기보다 남과 나누며 자연스런 삶을 살고자 할 때 인간을 차별하는 경계는 허물어지고 자연이 허락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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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형 집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교육대학원에서 윤리교육 석사학위 취득. 현재 보성여자고등학교 윤리 교사. 주요 저서≪도덕경,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무위의길≫, ≪질문하는 십대, 대답하는 ..펼쳐보기

장자 집필자 소개

중국 고대 도가(道家)의 사상가. 이름은 주(周). 송(宋)에서 태어나 맹자와 동시대에 노자를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재성은 의심스럽다. 전국시대 말기, 도가의 사상가들이 원본 『장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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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장자 | 저자조수형 외 | cp명풀빛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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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수양산 바라보며 공자를 탓하노라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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