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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니가 말했다.인간세(人間世)
“세상에는 힘써 지켜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천명과 의리가 그것이다. 자식이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천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늘 마음에 새겨야 한다.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리에 해당하는데, 세상이 군주의 것이기에 회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써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무릇 어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 효의 근본이며, 군주와 관계된 일이라면 궂은일도 마다 않고 행하는 것이 충성을 올바로 실천하는 길이다. 신하나 자식 된 도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자신의 처지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삶을 기뻐하거나 죽음을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중니, 즉 공자가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장자가 천명과 의리에 대해 공자의 말을 인용한 것은 윤리 도덕에 끼친 공자의 영향 때문이다. 공자는 도덕성의 회복을 외치며 춘추 시대의 혼란을 바로잡고자 했다. 공자가 경험한 춘추 시대의 사회상은 패륜의 극치였다. ‘아들이 아비를 죽이고,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시대’였던 것이다. 장자 역시 시대상에 대한 공자의 진단과 처방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기는 했다.
하지만 장자는 공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공자의 도덕적 입장을 지나치게 인위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공자가 사회 혼란의 원인을 도덕적 타락에 있다고 보고 인(仁)에 바탕을 둔 충효를 실천함으로써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장자는 생각했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품과 처한 상황이 다른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집이요 독선이다. 장자는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시키려 한 공자의 일방적인 태도에 반대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장자는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무조건 충효를 실천하기보다는, 각자의 처지에 맞춰 충효를 실천하는 것이 자연의 법도를 좇아 천륜과 인륜의 가치를 바르게 실현하는 길이라고 여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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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천륜(天倫)과 인륜(人倫) – 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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