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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管仲)이 병이 났을 때, 제나라의 환공(桓公)이 걱정어린 기색으로 물었다.서무귀(徐无鬼)
“그대의 병이 몹시 위중해 보여 도리가 아닌 줄 알면서도 묻겠소. 그대가 회복하지 못한다면 과인은 누구에게 국정을 맡겨야 하겠소?”
관중이 말했다.
“임금님께서는 누구를 마음에 두고 계십니까?”
잠시 생각한 뒤에 환공이 대답했다.
“포숙아(鮑叔牙)가 어떻겠소?”
관중이 대답했다.
“포숙아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그는 착하고 청렴결백하기는 하나 자기만 못한 사람을 멀리하고 남의 잘못을 평생 탓하는 성품입니다. 만일 그가 나랏일을 책임진다면 위로는 임금님의 뜻을 어길 것이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기대를 저버릴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임금님께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입니다.”
심각하게 듣고 있던 환공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누가 좋겠소?”
관중이 대답했다.
“습붕(隰朋)이 적당합니다. 그는 윗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아랫사람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부덕을 부끄럽게 여기고 어려운 사람을 즐겨 돕습니다. 성인은 모든 사람과 더불어 덕을 나누고, 현인은 재능을 나눕니다. 자신이 현인이라고 해서 남의 위에 서고자 한다면 백성들이 저항할 것이요, 지나치게 몸을 낮추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 법입니다. 도에 따라 행하면 집안일은 물론 나랏일을 맡아도 비난 살 일이 없습니다. 이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습붕이라 생각하오니 기꺼이 쓰시기를 바랍니다.”
춘추 시대 초기, 제나라에 관중과 포숙아라는 두 관리가 있었다. 이들은 죽마고우였다. 그런데 서로 모시는 공자(公子, 제후의 아들)가 달라, 관중은 한때 공자 소백(뒷날의 환공)을 암살하려 했었다. 하지만 소백이 먼저 귀국하여 제나라를 다스리는 환공이 되자, 노나라에 공자 규의 처형과 아울러 관중의 압송을 요구했다. 환공이 압송된 관중을 죽이려 하자 포숙아가 이렇게 말했다.
“전하, 제나라만 다스리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신으로도 충분할 것이옵니다. 하오나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신다면 관중을 기용하시옵소서.”
도량이 넓고 식견이 높은 환공은 신뢰하는 포숙아의 말을 받아들여 관중을 대부로 등용하고 정사를 맡겼다.
관중은 훗날 포숙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 적고 있다.
젊어서 포숙아와 장사를 할 때 늘 이익금을 내가 더 많이 차지했으나,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함께 했던 사업이 실패하여 그를 궁지에 빠뜨린 일이 있었지만 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일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벼슬길에 나갔다가 물러나곤 하는 나를 보며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열자 〈구명〉
어디 그뿐인가. 싸움터에서도 도망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는 나를 겁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늙은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은 본보기가 될 만큼 두터웠다.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를 배려하고 자기 몫을 기꺼이 양보할 수 있다니 얼마나 아름다운 사이인가. 이에 비추어 볼 때 병든 자신을 대신해 포숙아를 기용하고자 하는 환공의 뜻에 반대하는 관중의 태도는 뜻밖이다. 어려울 때 포숙아의 적극적인 도움과 배려가 없었다면 관중은 목숨을 잃었거나 구차하게 살아야 했을 것이다. 됨됨이를 알아주고, 이익을 양보하며, 신뢰로써 친구를 지킨 포숙아가 관중에게는 은인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숙아의 출셋길을 막고 나서는 관중의 뜻은 무엇일까. 이는 관중이 공과 사를 엄격히 구별하였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포숙아가 비록 자신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은인이지만, 한 나라의 국정을 이끄는 재상의 재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가장 훌륭한 인사는 인재를 가장 어울리는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재목이 못되는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면 일도 그르치고 사람도 상하게 된다. 이를 잘 아는 관중으로서는 나랏일과 우정을 모두 지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공과 사를 명백히 가르며, 친구와 나라를 모두 온전케 하려는 관중의 태도는 인을 실천함과 동시에 천도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현인의 모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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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관포지교(管鮑之交) – 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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