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가을에 큰물(홍수)이 질 때면 모든 물줄기는 황하로 흘러든다. 도도하고 큰 흐름은 마주 선 강 언덕을 멀어지게 해서 건너편 말과 소를 구별할 수 없게 한다. 기세가 등등해진 하백(河伯)은 천하의 온갖 아름다움을 모두 가졌다고 생각했다.

물은 동쪽으로 흘러 북해(北海)에 이른다. 시선을 멀리 두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낙담한 하백은 탄식하며 북해의 신인 약(若)에게 말했다.

“속담에 ‘백 가지 도를 듣고 나면 대적할 자가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제 보니 제가 그러합니다. 일찍이 공자의 도는 작고, 백이의 의는 가볍다고 들었으나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 저는 당신의 비할 데 없이 큰 모습 안에 있습니다. 만일 제가 당신의 넓은 세계에 들지 못했다면 깨달은 자들은 내내 저를 비웃었을 것입니다.”

약이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는 좁은 곳에 갇혀 바다를 모르고, 여름 벌레는 시절에 갇혀 얼음을 모르며, 재주가 부족한 사람은 배움에 갇혀 도를 모릅니다. 벼랑에 이르러 바다를 대하고서야 자신의 초라함을 깨달았으니, 그대도 이제 세상의 이치를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하에 바다보다 큰 물은 없습니다. 수많은 물줄기가 흘러들어도 넘치지 않습니다. 틈으로 물이 새기는 해도 마르지는 않습니다. 시절을 좇아 변하지 않으며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습니다. 황하나 양자강 물을 담고도 스스로 수량을 뽐내지 않았습니다. 천지에 몸을 맡기고 음양에서 기운을 얻을 뿐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놓인 나는 태산에 놓인 작은 돌, 작은 나무에 불과합니다. 스스로 작다는 것을 아는 내가 어찌 크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