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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헌(公文軒)이 우사(右師)를 대하고 놀라며 물었다.양생주(養生主)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어쩌다가 한쪽 발을 잃었는가? 하늘의 뜻인가, 아니면 사람의 뜻인가?”
우사가 말했다.
“하늘의 뜻이지, 사람의 뜻은 아니다. 하늘이 나를 한쪽 다리로 살게 한 것이다. 사람의 생김은 하늘이 정해 준다. 내가 한쪽 다리로 살게 된 것도 그런 이치다. 연못가에 사는 꿩은 열 걸음을 옮겨 먹이를 한 입 쪼아 먹고 백 걸음을 걸어야 물을 한 모금 마실 수 있지만, 새장에 갇히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음식은 쉽게 얻어지겠지만 마음이 갇히기 때문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공문헌은 장자가 지어낸 인물로, 화려하게 치장한 수레를 타고 다니며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을 뜻한다. 그리고 우사는 송나라의 관직 이름이다.
우사는 죄를 지어 형벌을 받고 한쪽 다리가 없는 불구가 되었다. 인간이 만든 규칙을 어겨 인간에게 처벌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우사는 이를 단순히 사람의 행위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사람이 행한 일이지만 천명(天命, 하늘의 뜻)이라는 원인이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우사의 예에서 보듯 장자는 운명론자였다. 그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이 하늘의 뜻을 좇아 운명에 순응하는 삶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우사는 나름대로의 생각과 처세를 바탕으로 관직에 올라 부귀와 명예를 좇았다. 자신의 능력이면 충분히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늘의 뜻을 외면한 지나친 욕심은 반드시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한쪽 다리를 잃고 나서야 우사는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하늘의 뜻에,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게 되었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체념과는 구별된다. 우사의 태도는 체념에서 나오는 냉소적인 모습이 아니라 진리를 깨달은 데서 오는 달관의 모습이다.
형벌을 준 현실을 원망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살았다면, 우사의 삶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다 스러진 삶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픔을 겪은 뒤에 스스로 한계를 깨닫고 하늘의 뜻에 충실하고자 했기에 우사의 삶은 훗날 모범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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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사람에게서 자연으로 – 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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