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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자 제 53 화

필요로 하는 것을 주어야

장자가 감하후(監河侯, 황하를 감시하는 관리)에게 양식을 꾸어 달라고 부탁했다.

감하후가 말했다.

“알았네. 내 봉읍(封邑)에서 세금이 걷히는 데로 3백 금을 꾸어 주지. 그거면 되겠는가?”

장자가 화난 빛으로 말했다.

“제가 어제 이곳에 오는 길에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아보았더니 수레바퀴 때문에 파인 조그마한 물웅덩이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붕어였습니다. 붕어에게 저를 불러 세운 까닭을 물으니 붕어는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제 형편이 몹시 위급합니다. 한 말이나 한 되 가량의 물이면 충분하니 가져다 나를 살려 주실 수 없겠습니까?’

저는 붕어의 형편이 하도 딱해 보여, 당장 오나라와 월나라로 가서 서강(西江)의 물줄기를 끌어들여 큰물로 옮겨 가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제 말을 들은 붕어는 크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저는 지금 지내기에 아쉽지 않을 만큼의 물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 양은 한 말이나 한 되쯤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아득한 얘기나 하고 있으니, 차라리 어물전에 가서 누워 있는 편이 낫겠습니다.’”
외물(外物)

사람은 물질의 구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존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살아간다.

만물은 도라는 주체성을 하늘에서 받았기 때문에, 모든 만물은 동등하다. 그래서 소통을 할 때도 일방적인 관계란 있을 수 없다. 도움을 주고받는 일도 당사자 사이에는 얼핏 주체와 대상으로 나뉘는 듯 보이나, 자연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편에서 덜어 내고 다른편으로 보태져 흐름이 유지되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인 도움이란 있을 수 없다.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자연에서 덜어서 자연에 보태는 것일 뿐이다. 굶주린 장자에게 양식을 주거나 메말라 가는 웅덩이에서 헐떡이는 물고기에게 물을 대 주는 일은 상대에게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하늘의 도를 실천하는 당연한 행동이다. 당장 필요한 한 줌의 양식과 한 바가지의 물을 주는 당연한 행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어찌 자신의 도리를 다 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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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형 집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교육대학원에서 윤리교육 석사학위 취득. 현재 보성여자고등학교 윤리 교사. 주요 저서≪도덕경,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무위의길≫, ≪질문하는 십대, 대답하는 ..펼쳐보기

장자 집필자 소개

중국 고대 도가(道家)의 사상가. 이름은 주(周). 송(宋)에서 태어나 맹자와 동시대에 노자를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재성은 의심스럽다. 전국시대 말기, 도가의 사상가들이 원본 『장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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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장자 | 저자조수형 외 | cp명풀빛 도서 소개

인간 외의 사물에 인간의 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교훈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되는 우화는 대개 인간의 한계를 조롱하고 풍자하려는 것이 그 목..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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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필요로 하는 것을 주어야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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