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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나라에 애태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얼굴이 못생겼는데도 남녀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다. 소문을 들은 군주 애공은 그를 청해 한 달 동안 함께 지내며 됨됨이를 살폈다. 이윽고 애태타의 인품에 끌리게 된 애공은 그에게 재상 자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애태타가 제안을 너무나 선선히 받아들이자, 애공은 여러 가지 상황을 떠올리며 고민했던 자신이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졌다. 얼마 못 가 속세에 얽매이지 않으려 애태타가 자리에서 물러나 떠나자 애공은 허전함을 가눌 길이 없었다.덕충부(德充符)
애공이 중니에게 물었다.
“대체 애태타는 어떤 사람입니까?”
중니가 대답했다.
“제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죽은 어미돼지의 젖을 빨고 있는 새끼돼지들을 본 일이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돼지들은 놀라며 도망쳤습니다. 자신들에게 향하던 어미돼지의 시선이 거두어진 데다 몸조차 전과 달랐던 것입니다. 새끼돼지들이 사랑한 것은 어미돼지의 형상이 아니라 젖을 물리고 새끼를 돌보는 어미의 덕이었던 것입니다.
전사한 사람의 장례를 치를 때에는 삽(翣, 관을 장식하는 새의 깃털)을 가지고 꾸미지 않으며, 발 잘린 사람은 신발에 연연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근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천자의 후궁으로 뽑히면 몸을 온전히 보전해야 하며, 갓 결혼한 관리에게는 숙직을 면제해 주고 궁궐 밖에 머물도록 배려합니다. 몸을 보전하는 것에 대한 배려가 이 정도라면 덕을 갖춘 사람에 대해 각별히 예의를 지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본문이 실린 〈덕충부〉편에는 유독 불구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제18화에 등장했던 신도가는 발을 자르는 형벌을 받고 절름발이로 살아가는 사람이며, 여기 등장하는 애태타는 곱사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등장시킨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을 통해 장자가 전달하고자 한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장자는 겉모습과 형식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자 했던 것이다. 육체적인 조건에 매달리는 것을 꾸짖고 생김새가 아닌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의 덕을 권하고 있다.
덕은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쌓는 것이다. 또한 일정한 형식에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닌 한 줌 지식에 기대서 저마다 편견에 가득 찬 덕을 내세운다. 장애, 외모, 학벌, 재산, 배경 등을 기준으로 차별하는 것이 잘못된 덕을 옳다고 믿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 가운데서도 신체의 장애와 겉모습을 기준삼아 차별하는 일은 잘못된 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타고났거나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갖게 된 신체 조건은 차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생김새가 다른 존재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자연이라는 것을 안다면, 상대방이 지닌 존재 가치와 그가 추구하는 삶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넓은 세상을 한 개인의 좁은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은, 나무 하나를 보고 숲을 파악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준으로 남의 삶을 간섭하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로 올바른 행동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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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이름지어진 덕은 덕이 아니다 – 장자, 조수형 외,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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