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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케이블 TV에서 메이크오버(makeover, 일종의 ‘스타일 변신’이라는 의미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성형, 피부, 헤어, 메이크업, 의상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변화시켜 행복한 미소를 찾아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코를 세우고, 여드름 피부를 개선하고, 얼굴형을 보완할 수 있도록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느낀 점이 있다. 메이크업이나 의상은 전문가의 손을 거쳐 고쳐줄 수 있지만 이것이 단발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형이나 피부 관리 또한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에 비해 짧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다. 그저 시간 날 때 머리 길이만 짧게 쳐주는 정도로 헤어를 관리해온 사람이라면 미용실에서 한 번쯤 자신의 얼굴형을 살펴보자. 앞머리 라인은 넓은 이마와 눈썹 숱을 커버하고 있는지, 가르마 방향은 한쪽은 높고 한쪽은 낮은 얼굴의 비대칭을 고려한 것인지, 헤어 컬러는 잦은 음주와 야외 활동으로 붉어진 피부와 잘 어울리는지 등 각자의 특징에 따라 헤어스타일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남의 삶을 대신해 표현하는 것이 직업인 배우들은 대본이 나올 때마다 캐릭터를 잡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조니 뎁을 보자. 그는 아마 할리우드에서 헤어스타일에 가장 빈번한 변화를 준 스타 중 하나일 것이다. 눈썹은 없고 머리는 헝클어져 창백하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가위손, 처량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여심을 흔들었던 긴 갈색머리의 길버트 그레이프, 정직하고 군더더기 없이 딱 붙던 단발머리에 마법사 모자를 쓰고 동심과 함께했던 초콜릿 공장장 찰리, 머리칼을 풀어헤쳐 자유를 표현했던 캐리비안 해적의 모습까지, 조니 뎁은 또렷한 이목구비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려운 인상을 가졌음에도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통해서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었다. 또 평소에는 작고 동그란 안경에 윤기 흐르는 머릿결로 아트디렉터로서의 이미지를 센스 있게 드러낸다.

지금 당장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해줄 헤어스타일을 찾아보자. 작은 변화가 당신의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