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남자의 멋품

브랜드에서 벗어나라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남자 옷차림의 공식

김대중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일명 ‘남대문 브랜드’로 불리는 중저가 양복을 입었다. 브랜드의 로고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지 않았고, 점퍼 등 캐주얼한 차림일 때는 가슴팍에 로고가 크게 박힌 것을 입었다. ‘서민의 대통령’이라는 본인의 콘셉트에 맞춘 선택이었고, 이러한 전략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서민적인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대통령 당선 뒤에 해당 브랜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었다고 한다.

한편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캐주얼한 복장일 때에도 브랜드의 로고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었다. 이는 기업 CEO 출신 대통령으로서 친근함을 돋보이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이명박 후보뿐 아니라 주황색 점퍼와 티셔츠 차림을 자주했던 정동영 후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후보의 로고 없는 점퍼는 현장에서 뛰었던 CEO 출신의 활기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함께 담긴 것으로, 어떤 이에게는 서민의 이미지를, 어떤 이에게는 성공한 남자의 여유 있는 이미지를 전달했다.

내가 곧 브랜드다

로고가 사라지면 명품인지 싸구려인지 단박에 알아보기 힘들다. 원단의 질감이나 바느질 상태 등을 눈으로 확인하면 품질을 알아볼 수 있겠지만 가까이에서 만져보지 않고는 판단하기 어렵다. 브랜드 로고가 사라지면 동대문 시장 옷도 명품으로 보일 수 있고, 이태리 명품도 저가의 브랜드 로고를 크게 박으면 저렴한 옷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같은 디자인의 옷도 로고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 RHK, 알에이치코리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는 나이와 소득, 활동 분야 등 자기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유명 캐주얼 브랜드인 폴로와 빈폴을 예로 들어보자. 폴로는 외국유학이 부의 상징이던 당시 1980년대에 유학생이 입어서 고가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미국의 서민 브랜드다. 그리고 빈폴은 그것을 모방해 클래식한 캐주얼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두 브랜드는 가격대가 비슷하지만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당신의 정체성을 그 브랜드의 강력한 이미지가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명찰을 떼자

교복을 입는 학생들도 학교를 나서면 명찰을 뗀다. 성인이 가슴에 자기 이름을 달고 있어도 낯뜨거운 일인데, 하물며 기업이 만든 상표를 붙이고 있을 이유가 없다. 가슴에 달린 로고는 나를 그 브랜드와 같은 급에 놓아버린다. 9,900원, 19,900원 등의 가격을 장점으로 홍보하는 브랜드의 로고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면 자칫 ‘나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홍보하는 꼴이 된다. ‘신입사원을 위한 옷’이라며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브랜드의 로고를 가슴에 달면 나도 신입사원과 같은 지위의 사람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지고 만다.

‘이 브랜드는 좋은 브랜드니까, 로고가 크게 박혀 있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오히려 비싼 옷의 경우에는 브랜드 로고가 프린트되거나 크게 박힌 것을 멋진 디자인으로 생각해 사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브랜드보다 더 고급스럽고 좋은 브랜드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브랜드의 옷을 입는 사람들에게는 그 크고 눈에 확 띄는 로고가 ‘싼 옷’을 입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사람이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은 것은 아니니, 이런 걱정은 기우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가치를 고작 의류 브랜드의 가치 하나와 맞바꾸게 될 위험이 있다면, 더 고급스럽고 멋있게 보이려고 산 옷이 나를 갉아먹을 수 있다면, 굳이 그런 시도를 할 필요가 있을까?

특히 양말만큼은 로고가 없는 것으로 선택하자. 알파벳 이니셜을 크게 수놓은 양말은 혹시 그 사람의 이름을 복사뼈에 박아놓은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하니까 말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베스트 드레서인 탤런트 손창민은 주로 캐주얼한 차림을 하면서도 항상 산뜻하고 예의를 갖춘 정장 같은 느낌을 연출한다. 그의 비결 역시 로고에 있다. 그는 아무리 근사하고 잘 어울려도 가슴에 로고가 박힌 옷은 절대 사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캐주얼을 산뜻하고 정장처럼 격식 있게 입을 수 있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략처럼 서민적인 생활을 강조하거나 브랜드 로고를 통해 특별히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게 아니라면 로고가 박히지 않은 옷을 사라. 남성복 명품들은 클래식 슈트든 캐주얼이든 로고를 눈에 띄게 노출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중저가 브랜드에서도 캐주얼한 점퍼나 셔츠, 니트류에 로고를 박지 않은 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차라리 싼 옷을 사더라도 브랜드 로고가 없는 것을 고르자. 감추는 것이 당신의 가치를 더 높인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윤혜미 집필자 소개

1995년 'KBS 스포츠뉴스'를 시작으로 'KBS 9시뉴스', '열린음악회', '스펀지', '명작 스캔들..펼쳐보기

출처

남자의 멋품격
남자의 멋품격 | 저자윤혜미 | cp명RHK, 알에이치코리아 도서 소개

남자의 옷차림은 또 하나의 명함이다! 과하지도 궁하지도 않은, 요란하지도 허술하지도 않은, 숨겨진 최고의 모습을 찾아주는 자기연출법을 알아보자.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Daum백과] 브랜드에서 벗어나라남자의 멋품격, 윤혜미, RHK, 알에이치코리아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