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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남자의 멋품

기본에 충실하라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남자 옷차림의 공식

여자인 내가 남성복을 좋아하는 이유는 남성복만이 갖고 있는 매력 때문이다. 남성복은 기본에 충실해야 멋스러울 수 있다. 여성복은 때로는 천 조각 하나로 중요한 부위를 가리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상의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남성의 의상은 틀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멋스럽다기보다 품위가 떨어진다. 슈트에서 반소매는 옷이라고 할 수 없는 간단한 원리만 봐도 그렇다. 남성복에서 퓨전이란 새로움보다는 경박스러움을 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남성복 스타일링은 기본공식이 확립되어 있어야 응용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수학 공식과 같다. 덧셈 뺄셈이 안 되면 나누기 곱하기의 단계에 오르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기본이 되는 몇 가지 아이템만 갖춰져 있다면 간단한 응용공식 몇 가지로 얼마든지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겹쳐서 입으면 멋이 산다

멋쟁이가 되려면 레이어드, 즉 겹쳐 입기에 능숙해야 한다. 옷 잘 입는 이들은 누구나 레이어드로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물론 더운 여름에는 망사 한 겹만 더 입는 데도 큰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멋쟁이들은 찬바람이 불기를 기다린다.

레이어드라고 해서 홍대 거리에서 흔히 보는 치렁치렁한 겹쳐 입기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터틀넥 위에 셔츠, 셔츠 위에 니트나 카디건, 얇은 면티 위에 체크 셔츠처럼 간단하게 하나 더 걸치는 것으로 10년, 아니 20년은 더 젊어 보일 수 있다. 겹쳐 입으면 자연스럽게 V존이 생기고 상체가 분할되어 입체적이며 날씬해 보이게 된다.

하지만 ‘겹쳐 입으라’는 주문은 의외로 중년 남성들을 고민하게 한다. 우선은 레이어드가 여성적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또 겹쳐 입으면 아무래도 옷이 몸에 붙고, 펑퍼짐해서 편한 옷만 입던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렇지 않아도 살 때문에 고민인데 옷까지 여러 겹 입으라니 난감할 만도 하다.

기본 아이템을 갖추라

이런 고민 많은 남성들에게 반가운 아이템이 있으니 셔츠와 니트가 하나로 붙어 있는 옷이다. 백화점 남성복 매장에 나가면 니트 카디건이 붙어 있는 셔츠, 넥타이가 달려 있는 셔츠, 조끼 무늬가 있는 셔츠 등 한 아이템에 두세 가지 아이템이 덧붙은 디자인의 옷들이 즐비하다. 사실 이 옷 한 벌이면 저절로 겹쳐 입기 효과를 낼 수 있다. 한 벌을 사서 두 벌 산 효과를 낼 수도 있고, 두 번 입지 않아도 좋으니 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을 그대로 취해도 좋은 것일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옷 입기에도 기본이 있다. 개량한복에도 분명 나름대로의 효용과 편리함이 있지만 전통한복이 주는 멋과 아름다움은 느낄 수 없다. 셔츠에 니트를 혹은 카디건을 겹쳐서 입으면 하나만 입었을 때보다 더 멋스럽다. 하지만 그 멋은 하나씩 하나씩 겹쳐서 제대로 입었을 때만 제대로 나타난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실용성 면에서도 따로 따로 사는 편이 훨씬 유용하다. 셔츠와 카디건이 하나로 붙은 옷을 보면 쓰임새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쉽다. 두 개를 사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효용은 옷 입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점밖에 없다. 멋도 활용도도 낮다. 셔츠와 카디건을 따로 산다면 당장은 돈이 더 들겠지만 실제로는 훨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화이트 셔츠와 베이지색 카디건을 샀다고 치고, 베이지색 팬츠와 회색 팬츠 두 벌에 매치해보자. 셔츠와 카디건이 붙어 있는 단벌 상의의 경우 연출할 수 있는 조합은 단 두 가지뿐이다. 하지만 따로 산 경우에는 화이트 셔츠+베이지색 팬츠, 화이트 셔츠+회색 팬츠, 화이트 셔츠+베이지색 카디건+베이지색 팬츠, 화이트 셔츠+베이지색 카디건+회색 팬츠 식으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카디건의 단추를 채웠을 때와 풀었을 때, 어깨에 걸쳤을 때와 허리에 둘렀을 때, 코트를 걸쳤을 때 등 무수한 변용이 가능하다. 셔츠+니트, 셔츠+베스트 등 붙어 있는 디자인은 기본 아이템을 다 갖추고 난 뒤에 다양한 패션을 시도해보고 싶을 때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화이트 셔츠, 베이지색 카디건, 베이지색 치노 팬츠, 회색 치노 팬츠로 구성한 연출 예

ⓒ RHK, 알에이치코리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화이트 셔츠, 네이비색 베스트, 베이지색 치노 팬츠, 회색 치노 팬츠로 구성한 연출 예

ⓒ RHK, 알에이치코리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세 가지 색을 넘기지 마라

기본 아이템들은 단순하다. 옷 자체에는 별 장식이 없다. 원단에 화려한 패턴이나 수가 놓여 있거나 단추 등 부속품의 장식이 많다면 일단 기본에서 벗어난 것이다. 대단한 감각의 소유자가 아니고는 패턴이나 장식이 화려한 옷을 세련되게 소화하기 어렵다. 세련된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면 패션에 있어서는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옷을 고를 때 원단에 체크 등 패턴이 있다면 일단 다시 생각하고, 셔츠에 스티치가 박혀 있거나 단추가 흰색이 아니라면 다시 생각하자. 장식이나 디자인 요소보다는 원단의 소재에 더 무게를 둬라. 코트, 슈트, 셔츠, 재킷, 티셔츠, 청바지, 점퍼 등 어느 옷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가장 단순한 것이다. 단순한 것이 활용도가 높고 멋스럽다.

색깔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정장뿐 아니라 다소 자유로운 비즈니스 캐주얼에서도 다 차려입었을 때 전체 색깔이 세 가지를 넘지 않는 게 좋다. 일부러 다양한 색을 입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아예 한 가지 색을 집중 공략하는 것도 세련되어 보이는 좋은 방법이다. 유명 건축가나 화가, 음악가 중에는 블랙 또는 화이트만 줄기차게 입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한 가지 색은 단조롭고 지루한 느낌이 아니라 자신을 상징하는 색이다.

남자의 옷장 속 일곱 가지 필수 아이템

그럼, 남자가 꼭 갖추어야 할 기본 아이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화이트 셔츠와 블랙 셔츠다. 나라와 연령을 막론하고 멋쟁이라 불리는 남자의 옷장에 반드시 있어야 할 첫 번째 아이템이다. 셔츠는 칼라가 소프트한 대신 허리에 다트가 들어가서 날렵해 보이는 디자인을 고른다. 배가 살짝 나왔어도 상관없다. 복근은 운동으로 효과를 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등은 조금만 운동해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화이트와 블랙 셔츠는 블랙 정장바지, 청바지 등과 무난하게 어울리며 재킷만 걸치면 가벼운 비즈니스 복장으로 손색이 없다.

다음으로 갖추어야 할 아이템은 청바지다. 젊어 보이고 싶으면 절대 청바지를 포기해선 안 된다. 청색을 이미 갖고 있다면 이번에는 블랙진을 추천한다. 허리에 다트가 두 개 잡혀 있는 항아리형 청바지는 곤란하다. 유행에 맞춰 젊게 입으려면 허리를 배 밑으로 내려 살짝 걸치도록 입어라. 처음에는 불편하겠지만 골반바지에 곧 익숙해질 것이다.

청바지와 잘 어울리는 옷으로는 블랙 재킷을 추천한다. 라인이 들어가고 라펠이 좁고 V존이 깊은 것이 좋다. 이런 디자인은 체형의 결점을 커버하기에 좋다. 등의 라인을 돋보이게 하고 싶다면 허리 밑에 양쪽 트임이 있는 날개형 디자인을 구입하면 좋다.

여기에 회색 또는 베이지색 팬츠를 더한다. 캐주얼 용도라면 앞 주름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 주름이 없어야 통이 좁아지고, 통이 좁은 바지는 다리가 길고 키가 커 보이는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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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템들은 활용도가 아주 높다. 블랙 재킷+화이트 셔츠+청바지는 캐주얼한 느낌이지만, 타이만 매면 비즈니스 미팅도 가능한 정장 느낌을 준다. 블랙 재킷+블랙 셔츠+면바지는 상의는 정장처럼 무겁고 하의는 가벼운 느낌이라 주말 복장으로 좋다. 예식장이나 격식 있는 저녁 식사 자리에도 적당하다. 블랙이나 화이트 셔츠+면바지 또는 청바지, 셔츠+정장바지, 블랙 슈트+블랙 셔츠 등 다채로운 응용이 가능하다.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는 화려하게 입고 싶은 유혹을 이겨야 하고, 눈앞의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을 지키고 정도를 걷는 사람의 매력은 오래간다. 옷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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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미 집필자 소개

1995년 'KBS 스포츠뉴스'를 시작으로 'KBS 9시뉴스', '열린음악회', '스펀지', '명작 스캔들..펼쳐보기

출처

남자의 멋품격
남자의 멋품격 | 저자윤혜미 | cp명RHK, 알에이치코리아 도서 소개

남자의 옷차림은 또 하나의 명함이다! 과하지도 궁하지도 않은, 요란하지도 허술하지도 않은, 숨겨진 최고의 모습을 찾아주는 자기연출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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