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남자의 멋품

맞게 입어라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남자 옷차림의 공식

한국 남자들에게 가장 먼저 얘기해주고 싶은 옷차림의 공식은 ‘딱 맞는 옷만 입어라’다.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이왕 돈 들여 옷을 사면서 맞지 않는 것을 고를 이유가 없다. 그런데 실제로도 다들 ‘당연히’ 그러고 있을까? 과연 당신은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옷을 입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옷 사러 갔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색깔, 재질, 디자인까지 맞춘 듯 마음에 쏙 드는데 자신의 사이즈만 공교롭게 없다면 어떻게 해왔는가? 자신의 사이즈보다 한 사이즈 큰 옷을 입어보고 나온 후에 “어머, 고객님 이 사이즈가 여유 있게 잘 맞으시는 걸요!” 혹은 “이 옷은 살짝 크게 입어도 괜찮은 디자인이랍니다.”라는 점원의 말에 넘어가 그냥 사버리는 경우가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 공식에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길고, 더 가늘게

한 사이즈 작은 옷을 사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한 사이즈를 크게 사는 것에는 너그러운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남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사이즈보다 살짝 큰 옷을 선호한다. 하지만 나는 만일 사이즈가 여의치 않다면 차라리 작은 쪽을 구매하라고 권하고 싶다. 젊고 세련되어 보이는 옷 입기의 핵심은 바로 ‘딱 맞게’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차라리 몸보다 살짝 더 작은 옷을, 꽉 끼는 옷을 입는 게 더 멋스러워 보인다. 그 이유는 길고 가늘어 보이면 훨씬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스타일리시’의 목표는 바로 슬림한 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남자들은 여자보다 몸에 붙는 옷을 싫어한다. 자신한테 맞는 사이즈인데도 몸에 붙으면 작다고 치부하고는 손사래를 친다. 붙는 옷을 꺼리는 이유는 늘어진 뱃살 때문에, 남자가 몸매를 드러내자니 민망해서, 숨 쉬기가 불편해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남자는 그렇게 붙는 옷을 입지 않는다’는 선입견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정말 편견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몸의 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입을 때 훨씬 멋스럽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준다.

몸은 입체, 어떤 몸매든 라인이 있다

딱 맞는 옷을 입으면 실제로 몸이 다르게 반응한다. 여자들도 몸에 딱 맞는 정장에 하이힐을 신으면 단화를 신고 청바지를 입을 때와는 걸을 때나 서 있을 때, 그리고 앉을 때의 자세가 확연히 달라진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게 된다. 옷이 사람의 자세를 바꾸고 체형까지 교정해주는 것이다. 남성복도 마찬가지다. 헐렁하고 큰 옷은 편하긴 하다. 하지만 그 넉넉한 옷에 지방이 쌓여서 몸은 늘어져버린다. 이미 몸이 편한 것을 찾기 시작하는 나이라면 더욱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딱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과식하면 바로 답답하게 느껴질 만큼 딱 맞는 사이즈를 입고, 배에 힘을 주고 단추를 여미면 좋다. 식사도 조절하게 되고 몸매 관리를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는 동기가 된다. 옷은 포장이다. 벙벙한 포장 속에 스스로를 감춰서는 안 된다. 펑퍼짐한 옷 속에 감춰둔 나를 꺼내자. 뚱뚱하든 날씬하든,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우리 몸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라인을 제대로 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잘 맞아서 깔끔해 보이는 어깨선

ⓒ RHK, 알에이치코리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헐렁해서 단정하지 않게 보이는 어깨선

ⓒ RHK, 알에이치코리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딱 맞는 옷을 입으려면 자신의 사이즈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슬프게도 많은 한국 남성들이 자기 사이즈를 모른다. ‘셔츠는 95, 허리는 33’ 식으로 숫자를 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그 숫자가 뜻하는 바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100이면 보통이지.’ 정도의 수준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아내가 사다주는 옷만 입기 때문에 그런 숫자마저도 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분명 아내들은 가장 멋진 색, 가장 멋진 디자인과 최고의 브랜드를 섭렵해 옷을 골라오겠지만 정작 그 옷은 당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 이런 낭패가 없다.

기성복, 사실 아무에게도 맞지 않는 옷

95, 100 같은 기성복 사이즈는 평균적인 남성의 신체 사이즈를 일컫는다. 평균이란 모든 사람에게 적당히 맞는다는 의미인 동시에, 반대로 아무에게도 정확히 맞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면서 95 사이즈를 입고, 어떤 이는 통통하지만 작기 때문에 95 사이즈를 입는다. 전자는 품은 맞는데 길이가 짧다고 느낄 테고, 후자의 경우는 길이는 적당한데 품은 좀 낀다 싶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맞는 표준 사이즈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체형이 변하면 기성복을 잘 입기란 더 어려워진다. 20대에 입던 바지를 꺼내서 입어보라. 안 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체중은 늘지 않았어도 나이와 함께 체형이 변했기 때문이다. 배가 조금 더 나오고 목이 약간 굵어졌을 것이다. 어깨와 팔은 살이 조금 빠졌을 수도 있다. 보통 40대 이상이 되면 허리에 살이 붙는다. 허리와 목둘레에 비례해 목도 함께 굵어진다. 상대적으로 어깨와 팔은 그대로다. 목에 맞추니 어깨가 크고, 어깨에 맞추면 목이 끼는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일 기성복을 사서 어깨는 맞고 목은 불편하다거나 품은 맞는데 소매 길이가 길다든가 하면 기성복의 세계를 떠나 맞춤옷을 입어야 제 사이즈를 찾을 수 있다.

정확한 신체 사이즈 측정법

사이즈를 정확하게 아는 방법은 맞춤옷을 입는 것이다. 자신의 목둘레, 허리둘레, 어깨 길이, 팔 길이, 가슴둘레에 맞춰 옷을 만들어 입는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어떤 체형, 어떤 치수의 사람인지 명확해진다. 맞춤옷이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다. 의외로 기성복보다 싼 값에 슈트를 맞출 수 있는 곳도 많다. 약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몸을 한 번 빌려주는 것으로 자신의 정확한 신체 사이즈를 알 수 있다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맞춤옷을 입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성복을 고르는 노하우 역시 필요하다. 기성복을 사는 경우라도 사이즈에는 엄격해야 한다. 95, 100 등의 기성복 사이즈는 브랜드마다 차이가 크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성격이나 디자이너의 성향에 따라 같은 사이즈라고 해도 팔 길이나 라인을 뽑는 방식이 다르다. 가장 대중적인 신장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로 제일모직과 캠브리지멤버스를 들 수 있는데, 두 브랜드의 경우도 차이가 확실하다. 제일모직은 통이 좁고 팔 다리를 길게 재단해 몸이 날렵한 사람에게, 캠브리지멤버스는 팔 다리의 길이가 짧은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타임옴므, 솔리드옴므 등과 같이 브랜드 이름에 ‘옴므’가 붙으면 라인을 살려 가늘게 디자인하는 경향이 있다.

수선은 결코 맞춤이 될 수 없다

이렇게 같은 사이즈라도 기성복 브랜드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입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차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많이 입어봐야 한다. 입어보고 또 입어보고, ‘A 브랜드라면 95’, ‘B 브랜드에서는 바지 33, 상의 100’ 식으로 브랜드마다 어떤 사이즈가 자기에게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선하지 않아도 몸에 잘 맞는 브랜드를 몇 개 찾아낸다면 그 뒤로는 쉽다. 사이즈 고민 없이 해당 브랜드에서 옷을 고르면 된다. 남성 정장의 경우 브랜드의 종류가 여성복에 비해 확실히 적다. 하루 이틀 시간을 모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섭렵하자.

기성복을 구입해서 맞춤옷처럼 수선해 입는 일도 종종 있다. 바지 길이나 팔 길이 정도가 아니라 주머니를 달고 뒤트임을 바꾸는 등 거의 재단을 다시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몹시 유능해 보이는 점원이 “정말 잘 어울리는데 여기만 살짝 이렇게 고치면 어떨까요?”라고 말해도 넘어가선 안 된다. “이 정도 수선은 늘 하는 일이니 걱정 말라.”는 호언장담에 혹해서도 안 된다. 아무것도 손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정 수선해야 한다면 길이 외에는 손대지 않을 수 있는 브랜드를 찾자.

지금, 줄자를 들어라

내가 만난 남자들은 백이면 백, 자기 사이즈를 잘 알고 제대로 맞는 옷을 한 번 입고 나서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자기 옷을 고를 때 훨씬 적극적으로 바뀐다. 더는 아내가 골라준 옷을 아무 생각 없이 입지 않는다. 그리고 아내와 쇼핑하는 것을 즐기게 된다. 일방적인 쇼핑보다는 부부 사이에도 이쪽이 훨씬 좋다.

사이즈를 제대로 알고 옷을 입으면 스타일만 멋있어지는 게 아니다. 자세까지 교정된다. 뱃살에 신경이 쓰이고 식사를 조절하고 멋있어졌다는 칭찬을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즐거워 절로 웃음이 난다.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억지로 땀 빼는 것보다 건강에도 좋다.

사이즈를 안다는 것이 대체 뭔가.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 안다는 말이지 않은가? 내 몸은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몸은 시간과 함께 쉬지 않고 변한다. 체중계 위에 올라가고 거울을 보고 줄자로 재지 않으면, 아무리 자기 몸이라 해도 정확하게 다 알 수는 없다. 비단 몸만 그런가. 남은 고사하고 내 마음속, 내 머릿속도 오락가락할 때가 있다.

나에 대해서 똑바로 아는 것,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내보이는 것이 자신감의 근원이다. 당당한 사람이 가장 빛나기 마련이고, 그것이 바로 ‘젊음’의 비결이다. 몸에 관심을 가질 것, 그 몸을 정직하게 드러낼 것, 그리고 당당할 것. 이게 바로 젊고 건강해 보이는 제1의 옷차림 공식이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윤혜미 집필자 소개

1995년 'KBS 스포츠뉴스'를 시작으로 'KBS 9시뉴스', '열린음악회', '스펀지', '명작 스캔들..펼쳐보기

출처

남자의 멋품격
남자의 멋품격 | 저자윤혜미 | cp명RHK, 알에이치코리아 도서 소개

남자의 옷차림은 또 하나의 명함이다! 과하지도 궁하지도 않은, 요란하지도 허술하지도 않은, 숨겨진 최고의 모습을 찾아주는 자기연출법을 알아보자.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Daum백과] 딱 맞게 입어라남자의 멋품격, 윤혜미, RHK, 알에이치코리아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