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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남자의 멋품

슈트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액세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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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상대는 말끔한 네이비 색상의 슈트를 차려 입었다. 얼굴을 보고, 깔끔한 셔츠를 보고, V존의 넥타이를 보고 나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한다. 슈트의 바지 밑단에서 시선이 머무를까? 아니다. 바지 밑단 끝에는 또 구두가 있다. 구두는 넥타이와 셔츠, 슈트만큼이나 중요하다. 아니 남자의 전체적인 인상을 마무리해주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슈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앞코가 뾰족한 구두를 골라라

정석에 가까운 복장을 하고 싶다면 구두를 신경 써야 한다. 클래식한 슈트에 어울리는 구두는 정해져 있다. 딱 두 가지, 바로 옥스퍼드(Oxford)와 슬립온(Slip-on)뿐이다.

옥스퍼드는 발목 아래쯤에 낮게 커트된, 그리고 끈 구멍이 세 개 이상 있는 끈 달린 구두를 말한다. 슈트를 입었을 때는 언제나 끈 달린 구두를 신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고 싶다면 갈색 구두를 신는다.

슬립온은 끈이 없고 구두 앞쪽 등가죽이 짧은 구두다.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슬립온은 1930년대 미국의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유럽인들도 뒤이어 이 구두에 열광하게 되었다. 하지만 슬립온 구두 중 로퍼(loafer)는 정장용 구두로는 적절하지 않다. 로퍼라는 단어에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클래식 슈트에 어울리는 구두를 고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의상보다 어두운 색의 구두를 신으면 된다. 옅은 색의 구두는 시선을 자극하고, 결국 키가 작아 보이게 한다. 중년 남성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구두는 브라운 계열이다.

또 정장에 어울리는 구두를 고를 때는 구두코가 들리지 않아야 하고, 수평 상태인 바닥에서 구두 앞부분은 수평을 이루며 바닥에 붙고 뒷부분은 살짝 뜨는 것을 골라야 한다.

좋은 구두의 밑창은 반드시 가죽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가죽 밑창은 고무 밑창보다 더 좋은 자세를 유지하게 해주고 권위 있는 소리를 내며 기품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밑창 색으로 가장 좋은 것은 옅은 갈색이다. 옅은 갈색 밑창은 결점을 가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염색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좋은 가죽 밑창은 발과 가장 가까운 모양이며 우아하면서도 편안하다. 접착제가 아닌 바느질로 붙여진 밑창도 좋은 구두라는 증거가 된다.

그러나 가격적인 부분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비 오는 거리를 바쁘게 다녀야 하는 사람이 가죽 밑창 구두를 신기란 어렵다. 고무 밑창은 원래 캐주얼이나 스포츠를 위한 신발에만 쓰는데, 가격이 싸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으며 젖은 바닥에서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내구성이 좋고 충격 흡수도 잘 된다. 그러나 가죽 밑창에 비해 확실히 품격은 떨어진다.

어쩔 수 없이 고무 밑창 구두를 신게 되더라도 그중 더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육안으로 보기에 고무라는 것이 티가 날 정도거나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이는 통고무라면 실격이다. 대신, 여러 겹의 고무와 합성피혁이 겹쳐진 모양은 얼핏 보기에 고무창이 아닌 가죽의 느낌을 줄 수 있다.

물려줄 수 있는 질 좋은 가죽을 골라라

가방이든 구두든 가죽 제품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으로, 최소 20년은 쓰겠다는 생각으로 고르자. 차도 10년을 타기 힘든데, 가방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물론이다. 가방뿐 아니라 지갑, 구두 등 슈트와 함께 착용하는 가죽 소재의 아이템은 모두 평생 쓰고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을 만큼 좋은 것이어야 한다.

가죽은 사람의 품위를 드러내는 가장 분명하고 구체적인 소재다. 가죽이 가치를 드러내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의 구두와 벨트, 시계와 브리프케이스의 소재로는 가죽이 가장 적절하다.

나는 20대 남자들에게, 다소 무리해서라도 가죽 가방만은 평생 들 것을 고른다는 마음으로 투자하라고 권한다. 오래 쓸 요량이면 질기고 마감이 잘 된 것을 고르자. 너무 부드러운 가죽은 흠집이 생기기 쉬워 시간이 지나면 보기 흉해질 수 있다. 긴 안목으로 고른 가방은 앞만 보고 달린 30대와 40대가 지난 뒤에도 빛나는 젊음의 증거로 남을 것이다. 50대 이후로는 그런 아이템을 소장하고 있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인생이 다르게 보인다. 충분히 신고, 낡아버린 구두와 가방이라 해도 자식에게 물려줄 가치는 있을 것이다. 그 구두에는 아버지의 일생이 담겨 있으니까 말이다.

애써 좋은 제품을 샀다면 관리도 신중하고 세심해야 한다. 구두의 특성을 무시하고 번쩍번쩍 광을 내는 회사 앞 구두방에 구두를 맡겨둔다면 곤란하다. 좋은 구두는 분명 10년 넘게 신을 수 있지만, 그건 세심하게 관리했을 때의 얘기다. 신고 나면 항상 슈트리(shoe-tree, 모양을 보존하기 위해서 구두 속에 넣는 구두의 골)에 넣어 보관하고, 정기적으로 닦고 수선해주는 것이 좋다.

가죽 구두는 세 번 정도 신고 나면 닦아줘야 한다. 고체 왁스로 된 광택제든 향기 나는 부드러운 밀랍 광택제든 간에, 구두에 광을 내고 보호막을 입혀주는 것이 좋다. 광택은 습기뿐만 아니라 햇빛으로부터 가죽을 보호하고 가죽이 닳는 것을 막는다. 광을 낼 때는 바닥 밑창과 구두갑피 사이 연결된 부분을 특히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부드러운 천으로 구두에 광을 낸 후 광택제나 왁스, 크림을 젖은 천에 묻혀 구두를 닦는다. 구두에 남은 왁스를 다 닦아낸 다음 구두가 다 마르면 부드러운 털이 있는 솔로 문질러준다.

한편 스웨이드 구두의 보풀은 털이 얇은 솔로 부드럽게 빗어주면 원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손톱을 다듬는 부드러운 줄로 보풀을 문질러줘도 된다. 비를 맞아 젖은 가죽 구두는 불 가까이에 두거나 광택제를 발라서는 안 된다. 또 구두코가 위로 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슈트리에 넣어 틀을 잡아줘야 한다.

벨트는 구두와 색을 통일하라

슈트용 벨트의 색은 고민할 것 없이 검정이나 갈색이어야 한다. 코디할 때는 그날의 구두 색과 통일하는 것이 좋다. 벨트의 소재는 가죽이어야 하며, 폭은 3.8센티미터 이하로 3~3.5센티미터가 적당하다.

벨트의 경우 좋은 가죽일수록 좋지만, 아니어도 큰 문제는 없다. 벨트 역시 무색 가죽 광택제로 정기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그렇지만 벨트의 버클을 고를 때는 신중해야 한다. 버클이 지나치게 크거나 번쩍거리면 복부에 시선이 집중되므로, 번쩍거리고 요란한 문양의 버클은 피해야 한다. 가능하면 눈을 자극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것으로 고른다. 작고 깔끔한 사각형 버클이 가장 좋다. 번쩍거리는 금색에 단체명이 새겨진 벨트라면 다른 부분이 완벽해도 ‘동네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다. 지나친 브랜드의 표식도 절제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비싼 에르메스 벨트라 해도 배에 위치한 벨트로 시선을 뺏기게 하는 것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멋스러움을 연출하도록 노력하자. 커프스나 시계가 은색이라면 은색 버클 벨트를, 다른 액세서리가 금색일 때는 금색 버클의 벨트를 착용한다. 하나만 선택하라면 은색이 좋다. 금색보다 젊어 보이며 사계절 내내 쓸 수 있고 어떤 색깔의 슈트든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클래식 벨트의 버클은 단순하고 가죽의 질감을 살려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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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 길이는 버클을 채웠을 때 벨트의 끝이 첫 번째 고리에 끼워지는 길이가 적당하다. 단, 두 번째 벨트 고리는 넘지 않아야 한다.

양말에도 관심을 가져라

양말은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유행’이나 ‘패션’이라는 말은 양말 선택에 있어서만은 잊어도 좋다. 양말의 컬러는 언제나 입고 있는 옷보다 짙어야 한다. 특히 정장 차림에는 보수적인 짙은 단색 양말이 좋다. 구두나 슈트의 색깔과 동일하게 맞춘다. 검은 구두를 신었다면 검은색 양말, 회색 바지를 입었다면 회색 양말, 같은 식으로 구두나 슈트 색에 양말 색을 맞추면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아 다리가 더 길어 보인다. 밝은 색 양말은 흰색 양말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만일 아직도 슈트에 흰 양말을 신고 다닌다면,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흰 양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장에 가장 어울리는 양말은 100퍼센트 순면이나 얇은 레이온 양말이다. 여성용 스타킹보다는 두껍고 100퍼센트 면 양말보다는 얇은, 실크 느낌의 양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양말의 기능은 살을 숨기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앉았을 때 바지와 양말 사이에 맨살이 드러나는 것만큼 예의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양말은 앉았을 때 종아리의 맨살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길어야 한다. 또 브랜드 로고나 보풀 등은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액세서리는 ‘꼭 필요하지 않은’, ‘부속’이라는 뜻이다. 남성의 액세서리에 관해서만은 이 말뜻이 정답이다. 남성복에는 액세서리가 없을수록 좋다. 가끔 번쩍번쩍한 ROTC 반지를 끼고 정장 차림을 한 사람들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이니셜이나 보석이 박힌 반지, 각종 목걸이, 팔찌, 보석이 박힌 넥타이핀 등은 모두 피해야 할 항목이다. 반지 중에는 유일하게 깔끔한 결혼반지가 좋은 인상을 준다.

점잖은 도전, 포켓 치프

옷 위에 걸치는 것으로 넥타이 말고는 커프스와 포켓 치프(pocket chief)가 거의 유일한 액세서리다. 포켓 치프는 1920년대 영국 황태자가 취미 삼아 화려한 실크 손수건을 꽂고 다닌 것에서 유래했다. 재킷이나 슈트의 왼쪽 가슴에 꽂는 손수건인 포켓 치프는 서양에서는 격식을 갖출 때 사용되지만, 요즘 TV를 보면 장식용으로도 많이들 하고 나온다. 가슴에 살짝 꽃아 화려함을 더해주고 넥타이 없이 하게 되면 격식을 갖춘 듯 보이는 효과가 있다. 또 손수건을 준비하는 매너 있는 남자로 보이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은 액세서리인가? 포켓 치프에는 일정한 룰이 없다. 스타일과 컬러에 연연하지 말고 원하는 대로 접거나 구겨넣어 연출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멋지다.

처음이라 어렵다면 어떤 색에도 잘 어울리는 화이트 포켓 치프를 사각으로 접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정장은 물론 캐주얼에서도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준다. 포켓 치프는 정장 V존의 화려함을 더해주는 유용한 아이템이다.

클래식 슈트에 어울리는 액세서리

가죽 소재의 액세서리는 품위와 부의 상징이므로 좋은 것으로 구입하라고 권한 바 있다. 거기에 더해, 명함케이스와 지갑은 해지거나 낡기 전에 교체해줘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돈이 잘 들어오는 지갑이라며 낡고 색이 바랜 지갑을 고집스레 들고 다니는 이도 있다. 그러나 부자들은 찢어지거나 해진 지갑은 돈이 새나간다 해서 절대 들고 다니지 않는다. 지갑에 명함을 꽂아 사용하는 것은 피하길 바란다. 돈을 넣고 다니는 지갑과 명함을 넣은 명함케이스는 반드시 구별해서 쓰자. 돈과 명예는 늘 다른 틀의 세계로 여겨진다. 카드가 잔뜩 꽂힌 지갑의 한 켠에서 나오는 명함은 자신의 격을 떨어뜨리는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남자의 액세서리는 자신의 수준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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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남성 액세서리 중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탈 소재도 가죽 밴드가 달린 것도 좋다. 단 슈트에 매치할 때는 손목에 착용감이 좋도록 얇은 시계가 더 좋다. 셔츠 아래로 반절 정도 보이게 차는 것이 적당하다. 캐주얼 차림에는 굵고 큰 시계로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좋지만, 클래식 슈트 차림에는 너무 번쩍거리는 보석시계나 굵은 시계는 피하도록 한다.

정치인이나 CEO를 대상으로 이미지 컨설팅을 할 때, 나는 시계는 정당의 것이나 회사 로고가 새겨진 것으로 교체하도록 권한다. 이는 직업의식과 청렴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중년 이후 지니고 다니는 펜은 때로 명함이나 지갑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요한 서류에 사인하거나, 계약을 성사시키는 자리에 함께하기 때문이다. 좋은 펜을 꺼내는 것은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예의를 갖추는 일이다. 볼펜보다는 질 좋고 고급스러운 펜을 휴대하는 게 좋다. 몽블랑이나 파버카스텔 같은 제품이라면 더 말할 게 없다. 여성의 세계에서 다이아몬드 반지처럼 상대를 얕볼 수 없게 하는 힘이 남성의 펜에도 깃들어 있다. 브랜드가 과해도 지나치게 느껴지지 않는 유일한 소품이 바로 만년필이다. 멋진 펜을 들고 있는 당신의 손이 당신의 품격까지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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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미 집필자 소개

1995년 'KBS 스포츠뉴스'를 시작으로 'KBS 9시뉴스', '열린음악회', '스펀지', '명작 스캔들..펼쳐보기

출처

남자의 멋품격
남자의 멋품격 | 저자윤혜미 | cp명RHK, 알에이치코리아 도서 소개

남자의 옷차림은 또 하나의 명함이다! 과하지도 궁하지도 않은, 요란하지도 허술하지도 않은, 숨겨진 최고의 모습을 찾아주는 자기연출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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