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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으로 녹색 그라운드를 달린다. 슬라이딩 하나에 잔디가 파이고 날아오는 축구공은 무기를 방불케 한다.
남자라면 누구나 축구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나라를 뒤흔들며 온 국민에게 강한 열정을 발산하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몇몇 인물들이 브라운관을 채울 때면 함성은 더욱 거세진다. 경기 자체만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스타선수들의 등장은 많은 이들을 열광하고 집중하게 한다.
박지성 선수는 사실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그러나 그라운드 위에서뿐 아니라, 경기가 끝난 후 그가 보여주는 차분한 눈빛과 말투는 더욱 그를 빛나게 한다.
박지성에게는 운동복이 일상복이지만, 리셉션이나 공항에 드나들 때 그는 사뭇 다른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화이트 셔츠에 블랙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 입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걷는 그는 키도 그리 크지 않고 잘생기지도 않았지만 누구나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의 대표 남성의 모습에 걸맞다.
키 178센티미터에 73킬로그램. 외국 선수들과 비교하면 작은 체구지만 그는 그라운드에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심장의 역할을 해낸다. 작은 눈으로 보여주는 미소 덕분에 그는 산소탱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것이 진정 남자의 멋이 아닐까? 강할 때 강하지만 부드러울 때 한없이 부드러울 줄 아는 박지성의 매력은 곧 남성복이 추구하는 매력이기도 하다. 남자라면 때로는 슈트로 딱딱함과 절제된 느낌을 살리면서도, 부드러운 매너를 갖추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애써 차려입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멋스럽고, 예의에 벗어나지 않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옷 입기, 이것이야말로 모든 멋쟁이가 추구하는 바가 아닐까? 특히 복장이 자유로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거울 앞에서, 너무 신경 쓴 티가 나지 않고, 적당히 격식이 있으며, 적당히 여유 있어 보이는 차림을 위해 신경을 쓸 것이다. 그러나 사실, 공 들인 듯 안 들인 듯 입기란 모델처럼 차려입기보다 더 어렵다. 대단한 내공이 아니고는 도달하기 힘든 경지다.
박지성의 내공은 무엇일까? 자기 절제와 관리능력일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멋있어 보이는 것은 일반인보다 몇 배 자신과 지독한 싸움을 벌인다는 데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당당하고 멋있어 보이는 것도 곧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내공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남성복에서 이 힘은 곧 자신이 선택하는 의상의 색상과 질, 그리고 디자인으로 표현된다. 옷을 잘 입어서 멋있는 것이 아니라 멋있는 사람이기에 옷을 잘 선택하는 것이다. 직접 고른 색상에는 그 사람의 취향과 역사가 깃들어 있고 자신의 몸에 어울리게 선택한 디자인에 그 사람만의 감각과 개성이 녹아들어 있다. 그저 막 집어든 벨트 하나로도 은색 버클보다는 골드 버클을 선택하는 식으로 자기만의 취향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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