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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는 낡고 오래된 느낌이 들수록 멋있어지는 희한한 옷이다. 게다가 의외로 입는 사람이 나이가 있고 중후할수록 더 멋스러워진다. 가수 양희은은 청바지가 참 잘 어울리는 중년이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만으로도 멋스럽다. 그래서인지 양희은은 영원히 양희은이지, 아줌마나 할머니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청바지는 구김이 안 가고 때도 잘 타지 않는다. 한 벌을 사서 오래 두고 입을 수 있고, 오래되면 딱딱하고 갑갑한 느낌이 없어져서 더 좋다. 또 청바지는 오래된 것과 참 궁합이 잘 맞는다. 오래된 것을 만나면 더 멋있어지는 패션의 묘약 같은 옷이다.
청바지를 입으면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도 줄 수 있다. 바지뿐 아니라 상의와 패션 소품까지 젊게 꾸미게 된다. 운동화를 신고, 비니를 쓸 수도 있다. 상의와 가방, 액세서리까지 청바지와 함께 모두 달라진다.
청바지는 화이트 셔츠나 티셔츠에 아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대머리든, 배가 나왔든 누구나 멋지게 소화할 수 있다.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아이폰보다 더 회자되었던 건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올라온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였다. 제품 시사회라면 말끔한 정장을 입고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낡은 청바지에 뉴밸런스 운동화, 그리고 검은색 반목티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뉴밸런스 운동화는 편안함과 대중성을, 그리고 낡은 청바지는 젊음과 자유로움을, 검은색 반목티는 ‘중년층까지도 누구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는 아이폰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나이 지긋한 미국 최고의 CEO가 택한 젊음과 자유로움의 상징이 낡은 청바지였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서부 개척 시대의 작업복으로 시작된 청바지는 잘 해지지 않고 입기에 편안하며 작업복에서 유래된 이미지 그대로 활동성과 열정을 담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입기만 하면 열정과 패기를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 청바지, 이를 더욱 멋스럽게 입는 방법을 알아보자.
내게 맞는 청바지 고르는 법
청바지가 많이 대중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남성들 중에는 몸에 끼고 딱딱해서 입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브랜드나 밑위길이도 적당하고 워싱이나 장식이 과하지 않은 디자인이 한두 가지씩은 마련되어 있다.
청바지를 고를 때는 먼저, 원단이 얇은 것을 선택한다. 정장 바지에 익숙해진 사람이 처음 청바지를 입으면 딱딱하고 거친 감촉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원단이 뻣뻣한 소재보다 신축성이 좋은 것을 고르면 착용감도 좋고 활동성도 높아진다.
둘째, 골반형을 입어라. 배꼽 아래 5센티미터에 허리선이 오도록 바지를 걸쳐 입자. 청바지는 원단이 두껍기 때문에 배를 전부 덮는 디자인은 불편할 수 있다.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이른바 ‘힙합바지’는 처음에는 불편한 듯해도 한두 번 입다 보면 그 편안함에 빠지게 된다. 바지를 배꼽 위로 올리지 말고 골반에 걸쳐보자.
밑위길이가 짧은 로 라이즈(low rise), 힙합바지가 부담스럽다면 밑위길이를 약간 늘여 배꼽선과 골반 중간에 벨트 라인이 생기는 반 골반형 상품을 선택해도 좋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은 건, 바지 허리를 배꼽 위까지 끌어올려 입는 ‘배바지’만은 피하자는 것이다.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 불룩 나온 배를 감추기 위해 허리선을 자꾸 따라 올리게 된다. 이런 배바지를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고 나온 배도 커버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그 반대다. 허리를 늘이려면 허리선의 다트 개수가 늘어나고 따라서 바지 통도 넓어진다. 결국 허벅지 부분은 벙벙하고 발목으로 이어지는 선은 좁아지는 항아리 모양의 바지가 되어버린다. 라인은 없어지고 다리는 더 짧아 보이게 된다. 항아리 모양으로 허벅지 부분이 펄렁거리는 바지는 장동건, 정우성이 입는다 해도 멋스럽게 보일 수 없다.
바지 허리선을 배꼽 아래 5센티미터로 잡아 내려보자. 앞에서 볼 때는 배 아래, 뒤에서 볼 때는 엉덩이 위에 바지가 오도록 바지를 사선으로 입는 것이다. 바지를 배 밑으로 내렸기 때문에 허리둘레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허리둘레가 줄면 바지통도 따라서 좁아진다. 이런 원리는 슈트나 캐주얼 바지나 동일하다.
셋째, 중장년층이라면 블루톤이 아닌 다른 색으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블루가 부담스럽다면 그레이 계열의 진이 무난하다. 최근 블루톤의 정통진 외에 그레이와 블랙 진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색은 정장바지와 톤이 비슷하기 때문에 처음 진을 입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시도할 수 있다.
블루톤의 정통 진을 입을 경우는 워싱 처리가 심하게 된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원 워싱(one washing)’이라고 해서 원단 색상을 그대로 보전한 짙은 빛깔의 데님을 추천한다.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하고 싶다면 밝은 색과 짙은 청색 두 가지를 함께 구비해두면 좋다.
이제, 자신의 체형에 잘 맞는 청바지를 고르는 법을 배워보자.
하체가 짧은 체형은 밑단이 나팔 모양으로 벌어진 부츠컷 스타일을 선택하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때 상의의 끝선이 벨트 라인에 닿도록 입으면 다리가 더 길어 보인다. 배가 나왔다면 지퍼 형태로 잠그는 청바지보다 단추로 잠그는 청바지가 좋다. 단추로 잠그는 청바지는 지퍼보다 단단하게 아랫배를 눌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엉덩이가 큰 체형이라면 밑위길이가 짧아서 힙이 올라가 보이는 스타일이 좋다. 포켓으로 엉덩이를 가려주는 스타일의 청바지도 괜찮다.
키가 작고 뚱뚱하다면 접어올려 입는 바지나 엉덩이가 꼭 끼는 스타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보통 체형 중에서도 엉덩이 모양에 따라 살이 많으면 주머니가 작은 것을, 살이 없으면 주머니가 크고 버튼이 달린 것을 선택한다.
마른 체형을 가리기 위해 펑퍼짐한 청바지를 입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청바지는 원단이 힘이 있기 때문에 마른 체형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풍성한 디자인보다 일자로 떨어지는 날렵한 디자인이나 부츠컷이 낫다. 간혹 마른 체형인 남성이 날씬한 다리를 강조하기 위해 심하게 붙는 스키니진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자는 자신보다 다리가 가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미니스커트가 유행할 때 너도나도 짧은 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지만, 남자들이 차라리 허벅지가 있고 다리가 굵은 여성이 입는 미니스커트는 섹시하다고 해도 뼈만 있는 앙상한 다리가 드러나는 것은 싫어하는 것과 같다.
허리둘레가 굵고 배가 나왔더라도 청바지든 면바지든 캐주얼용으로 입는 바지는 앞주름이 없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앞주름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바지통이 넓어진다. 그러나 다리는 주름이 없는 일자바지를 입을 때 가장 길어 보인다.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게스 등이 일반적으로 이런 체형에 적합한 브랜드이며, 가격도 괜찮은 편이다.
청바지와 환상 궁합, 블랙 재킷과 가죽 재킷
청바지는 티셔츠, 셔츠, 니트, 재킷 등 다양한 상의와 함께 입을 수 있는 효자 아이템이다.
특히 청바지에 재킷을 코디하면 지나치게 캐주얼하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으면서 젊은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청바지에 재킷을 코디할 때는 풍성한 박스형보다는 허리선이 들어간 날렵한 디자인이 어울린다. 블랙 재킷은 청바지와 가장 잘 어울리고 멋스러운 아이템인데, 재킷 속에는 화이트 셔츠, 솔리드 칼라의 피켓 셔츠 등 깔끔한 것이 어울린다. 지나치게 무늬가 복잡하거나 색깔이 많이 들어간 셔츠는 피하는 것이 좋다.
가을과 겨울 사이 간절기에 청바지가 가죽 재킷과 만나면 그야말로 청바지의 베스트 스타일링이 완성된다. 가죽과 데님은 둘 다 오래될수록 멋이 나는 소재이다. 한 번 구입한 가죽 재킷을 오래 입으려면 어깨선이 잘 맞는 것을 선택하고 지나친 디테일이나 장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 테일러드 칼라(tailored collar, 신사복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남성적인 칼라의 총칭)의 클래식한 재킷부터 허리가 짧고 터프한 느낌의 블루종(blouson, 등을 불룩하게 한 점퍼 스타일의 상의), 지퍼, 셔링, 버클 등의 장식이 화려한 모터사이클 재킷(motorcycle jacket, 가죽 재킷의 일종으로 단의 벨트여밈과 비스듬하게 달린 앞지퍼 등이 특징) 등 다양한 가죽 재킷들이 남녀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가죽의 소재나 컬러도 다양해졌다. 어떤 디자인이건 청바지와 아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니 하나쯤 좋은 것으로 갖고 있자.
옷장 속에 잠자고 있는 가죽 재킷이 있다면 당장 수선집으로 가져가자. 왁싱을 다시하고 해진 곳은 데님이나 니트로 된 밴드를 이용해 수선해서, 새롭지만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가죽 재킷을 재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지를 입을 때 특히 신발은 섹시하게 연출해야 한다. 브라운 계열의 통가죽 벨트에 같은 계열의 통가죽 로퍼나 스니커즈를 선택하자. 슈트 차림에 매치할 수 없었던 화려한 컬러의 스니커즈나 흰색 운동화로 신발에 포인트를 주어도 좋다. 이때 시계를 같은 색으로 통일한다면 더욱 감각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정장용 벨트와 구두를 청바지에 매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입는 것 자체로 젊음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청바지가 단번에 쓸모없는 아이템으로 전락할 수 있다.
재킷 없이 그냥 캐주얼하게 입을 때는, 체크 셔츠나 솔리드 셔츠, 프린트가 있는 티셔츠를 바깥으로 빼서 입도록 한다. 신발은 셔츠와 같은 색으로 맞추고, 보이지 않는다 해도 벨트는 꼭 착용한다. 그래야 허리선이 안정되어 몸의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다. 정장과는 반대로 양말은 목이 짧은 것으로 신는다. 양말을 신지 않고 스니커즈나 로퍼를 신을 때는 통풍을 자주하여 청결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청바지 차림은 곤란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청바지에서 절대 피해야 할 것은 바지를 배꼽까지 끌어올려 입는 배바지다. 아무리 좋은 체형에, 비싼 브랜드의 바지를 입는다 해도 배바지로 입으면 촌스러울 수밖에 없다. 몸에 붙는 느낌이 싫다고 항아리 모양의 청바지를 입는다면 차라리 입지 않는 편이 낫다.
그다음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게 한 가지 있다. 청바지, 청재킷, 청셔츠는 따로 입어야 한다. 각각은 멋진 아이템이지만 함께 입으면 촌스럽다. 1980년대 스타일의 유행으로 청청패션이 주가를 올릴 때도 물론 있었지만 이는 패션모델쯤 되는 센스를 가진 사람이나 시도하는 것이 좋겠다.
속옷도 중요하다. 청바지 차림에 트렁크를 입으면 바지 모양새가 살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아 엉덩이가 끼고 조이는 느낌이 들더라도 브리프나 드로어즈를 입는 것이 좋다. 환기나 편안함을 생각하면 트렁크는 포기하기 어려운 아이템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살짝 나온 뱃살과 그 위로 드러난 CK 로고 밴딩이 여성들에게 무한 떨림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참을 만할 것이다.
청년층에게 인기가 좋은 트루릴리전 청바지처럼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한 청바지는 30대 이상의 남성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성들이 루이비통이나 샤넬 로고가 선명한 가방을 메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을 테니까.
치노 팬츠에 어울리는 모카신과 캐주얼 벨트
면세점의 할인 세일 덕택일까? 한국 남성들은 비싼 구두라며 페라가모, 구찌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모카신을 슈트에 신고 다닌다. 비싼 신발이니 정장을 입고 귀한 자리에 갈 때 신어야 한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카신은 원래 북아메리카의 인디언이 녹피로 만든 신발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16세기 영국의 대학생들이 새로운 패션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으로 부츠 대신 신었던 낮은 단화가 시초라는 설도 있다. 그래서인지 모카신은 슈트보다는 치노 팬츠와 더 잘 어울린다. 사실 슈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밝은 베이지나 카키 계열의 치노 팬츠는 비싸게 주고 산 브라운색 모카신과 찰떡궁합이다. 그러니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두고 굳이 슈트의 예의에도 어긋나는 모카신을 매치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말기를 바란다.
데님과 치노 팬츠 같은 캐주얼 룩에서 벨트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캐주얼 벨트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건 버클이다. 주말 오후, 명동 거리를 걷다 보면 잘못된 벨트 스타일링으로 전체적인 이미지가 망가져버린 남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스타일에 상관없이 휘황찬란한 버클로 브랜드를 광고하는 사람, 폴로 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형형색색의 벨트로 과감히 복부를 돋보이게 하는 사람을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캐주얼 룩에서 지켜야 할 벨트의 연출법은 많지 않다. 벨트의 버클은 벨트 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이즈를 선택하면 된다. 청바지의 벨트 폭은 보통 4센티미터 정도이며, 폭이 이보다 넓을수록 남성미가 강조된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을 떠올려보자. 캐주얼 룩의 벨트 버클은 슈트보다는 과감해도 괜찮다. 물론 슈트의 검정색 벨트 또한 피해야 할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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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세월이 지나도 좋기만 한 청바지 – 남자의 멋품격, 윤혜미, RHK,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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