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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왜 불법과 반칙엔 호루라기를 불어야 하는가?
내부 고발자 보호법
Whistleblower's Protection Act나치의 종교 정책에 저항하다가 1937~1945년 집단수용소에 수용되었던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Martin Niemöller, 1892~1984)는 1968년 10월 14일 독일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으러 왔습니다. 저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고,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에 그들은 사회민주주의자들을 잡으러 왔습니다. 저는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자 그들은 노동조합 운동가들을 잡으러 왔습니다. 저는 노동조합 운동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으러 왔습니다. 저는 유대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저를 잡으러 왔습니다. 그때에는 저를 지켜줄 만한 사람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하워드 진(Howard Zinn), 이재원 옮김, 『불복종의 이유』(이후, 2003), 47쪽.
니묄러의 이 연설은 그 누구건 불법과 반칙엔 호루라기를 불어야 하는 이유로 자주 거론된다.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즉 '휘슬블로어(whistle-blower)'란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불법행위나 반칙을 적발해 호루라기를 부는 걸 비유한 표현으로, 미국 시민운동가 랠프 네이더(Ralph Nader, 1934~)가 이미 '밀고자'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던 'informer'나 'snitcher'라는 단어의 부정적 의미를 피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말이다.각주1)
미국 · 영국 · 뉴질랜드 등 10여 개국에서는 '휘슬블로어' 또는 '딥 스로트(Deep Throat)'로 불리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이 제정되어 있다. 미국의 각 주는 누구 및 어떤 행위를 보호하는가와 관련해 공무원뿐만 아니라 '주 및 지방자치단체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직원'도 보호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공중 보건 · 안전 · 환경 등 공익과 관련된 기업 비리를 폭로할 경우도 신고 및 보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각주2)
1978년 제정된 공무원제도개혁법은 "불법 활동과 권한 남용, 국민 건강 및 안전에 위험한 활동을 폭로 또는 신고한 경우 정부가 공무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고발자에 대한 보호 규정이 너무 약해 오히려 행정부의 탄압 수단으로 이용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1989년 별도의 내부 고발자 보호법이 만들어졌다. 특별 조사국이 행정부 내 독립기관으로 자리 잡아 내부 고발 내용을 조사하고 고발자를 행정부의 보복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의회의 발의로 이뤄진 이 법안은 대통령이 한때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다시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켜 결국 대통령이 서명하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른바 '링컨법(Lincoln Law)'으로 일컬어지는 부정주장법(False Claims Act)을 제정해 놓고 있다. 이 법은 기업이 정부와 맺은 계약과 관련해 부정을 저지른 경우 내부 고발을 하용하고 나아가 정부는 고발자에게 되찾은 돈의 15~30퍼센트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링컨법은 남북전쟁 당시 톱밥을 화약에 섞거나 같은 말(馬)을 두세 번 팔아먹는 군수물자 부정 사례가 빈발하면서 만들어졌다. 남북전쟁 종료 이후 유명무실해졌다가 1980년대 후반에야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각주3)
2002년 엔론(Enron) · 월드콤(Worldcom)등 기업의 대형 회계 비리 사건이 계기가 되어 '사베인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이 제정되었다. 회계 부정을 비롯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회사의 문제점을 회사의 상사나 정부에 제보하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안인데, 제보를 이유로 보복을 받을 경우 소송을 통해 구제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2006년 10월 오라클은 2005년 인수한 소프트웨어 회사 피플소프트가 프로그램을 연방정부에 제공하면서 값을 높게 받아왔다는 사실이 전직 직원의 제보로 밝혀져 9,8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은 반면, 제보 직원은 내부 고발자 보상 규정에 따라 무려 1,77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며, 기업들은 내부 고발을 막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2008년 1월 『워싱턴포스트』는 "회사들이 내부 고발자 보호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짜내 법이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놓였다"면서 "기업들이 내부 고발자 법안을 최대한 좁게 해석해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각주4)
2010년 7월 25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7월 25일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9만 1,731건(2004~2009년 작성)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군 기밀문서를 공개한 사건이다. 영국 BBC는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밀 누출 사건이 터졌다"고 했다.각주5)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기밀 누출 사건의 제보자는 미군 일병인 브래들리 매닝(Bradley Manning, 1987~)이었다. 그는 폭로 뒤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징역 3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이 내부 고발과 관련, '펜타곤 기밀문서'사건의 주인공 대니얼 엘스버그(Daniel Ellsberg)는 2011년 6월 1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왜 펜타곤 페이퍼가 지금 중요한가」라는 글에서 "내가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며 내부 고발을 촉구했다. 기밀 자료를 너무 늦게 공개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엘스버그는 "정보공개로 인해 개인이 감수할 위험은 엄청나지만 전쟁에 따른 인명 희생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각주6)
2013년 6월, 매닝에 이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한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 Snowden, 1983~)은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대량 감시 실태를 폭로함으로써 사상 최대의 미국 국가 기밀 폭로자가 되었다. 스노든은 매닝과는 달리 위키리크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접촉해 직접 폭로하는 길을 택했다. 곧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도 가세했다.
위키리크스 폭로 문건 중 기밀 취급 중간 등급인 '극비'로 취급된 문서는 전체의 6퍼센트 정도였지만,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과 그 협력 기관인 영국 정보기관 정부통신본부(GCHQ)에서 빼낸 수만 건의 문서들은 대부분 '일급 기밀문서'였고, 영국식 기밀 분류 단계에서 상위, 최상위급에 속하는 일급 스트랩1, 스트랩2급 문서들도 있었다. 스노든은 폭로이유와 관련, "나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 내가 하는 모든 일, 내가 말하는 모든 상대, 창작이나 사랑 또는 우정의 모든 표현이(외부 기관에 의해 아무런 동의 절차도 없이) 기록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각주7)
스노든은 폭로 후 기약 없는 망명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미국 퓰리처상위원회는 2014년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에게 공공서비스 부문 퓰리처상을 주었다. 퓰리처상위원회는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대해 "좀더 큰 국가 안보가 무엇인지를 대중에게 이해시켰다"는 심사평을 내림으로써 아무리 명분(국가 안보)이 중요하더라도 편법적으로 민간을 감시하는 행위는 더 크게 봤을 때 나라의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각주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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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내부 고발자 보호법 – 미디어 법과 윤리,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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