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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언론 자유의 보호 이익과 제한 이익을 따지는가?

이익 형량의 이론

ad hoc balancing test
이익 형량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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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형량의 이론(ad hoc balancing test)은 1950년 '아메리칸 커뮤니케이션스 어소우시에이션 대 다우스(American Communications Association v.Douds)'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이익과 그것을 제약하는 데서 얻어지는 이익을 개개의 사건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 형량의 이론은 1937년 '팔코 대 코네티컷(Palko v. Connecticut)'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비롯된 '우월한 지위의 이론(preferred position balancing test)'에서 후퇴한 것이다. 우월한 지위의 이론은 경제적 자유와 정신적 자유를 구별하여 후자에게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2중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에 주된 의미가 있다. 즉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전제로서 그 불가결의 기반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의 합헌성은 경제적 지위를 규정하는 입법의 경우보다 엄격한 기준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각주1) 돈 펨버(Don R. Pember)는 우월한 지위의 이론이 '이익 형량의 이론'의 냄새를 풍기기는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의를 비교적 더 구체화하는 장점이 있어 오늘날 법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평가한다.각주2)

이익 형량의 이론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은 1950년대 냉전 시대라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 시대엔 연방대법원마저 자유와 권리에 대한 확신을 잃어, 개인의 자유보다는 안보가 중요하다는 논리가 다시 힘을 얻었다. 1951년 프레드 빈슨(Fred Vinson, 1890~1953) 대법원장은 '데니스 사건(Dennis v. United States)'판결에서 공산당 간부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이 수정헌법 제1조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라고 선언할 정도였다. 공산당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적용될 기준은 '명백히 현존하는 위험'이 아니라 '명백히 가능한 위험(Clear and Probable Danger)'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각주3)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수많은 신문들이 데니스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극찬했다. 똑같은 표현의 자유라도 자기들의 기업 이익과 무관한 경우엔 등을 돌리는 미국 신문들의 '두 얼굴'이 여기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 신문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일부 신문들이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는 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루이빌쿠리어저널』은 폭력 혁명을 실현할 힘도 전혀 없고 미국 사회에서 철저히 외면 받는 정치적 광신자 집단인 공산당을 핍박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국가 안보에 대한 그릇된 안도감만을 줄 뿐이라고 주장했고, 『세인트루이스포스트디스패치』는 대법원 판결이 미국 헌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동시에 전 세계에서 억압된 인류들을 구하기 위해 공산주의와 싸워야 할 미국이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나라라고 스스로 내세울 수 없게 되었다고 개탄했으며, 『뉴욕포스트』는 비록 공산주의의 위협이 세계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산당원의 지루한 연설이나 선전 책자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라고 생각할 만큼 미국인들이 국가 안보에 자신감을 상실했다는 점을 지적했다.각주4)

1950년대 초는 오늘날 '매카시즘(McCarthyism)'이 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장본인인 조지프 매카시(Joseph R. McCarthy, 1908~1957) 상원의원의 '공산당 사냥'이 극성을 부리면서 불안과 공포의 그림자가 미국 전역을 뒤덮었던 시절이다.각주5) '이익 형량의 이론'은 이익의 기준이 그런 상황의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팽원순은 "이익 형량의 이론은 미국적인 프래그머티즘의 이점을 지닌 것이라고 지적되기도 하지만 언론의 자유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그것을 다른 자유와 같은 상대적인 가치의 것으로만 인정하려는 것이 특징으로서 그런 점에서는 '우월한 지위'이론에서도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또 그것은 국가 안보와 같은 것을 우선하는 이익으로 내세워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근거로서 쉽게 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최고 재판소가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때까지는 과연 어느 이익이 우선할 것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의 표현 행위가 보호 받을 범위를 미리 예측할 수 없는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며 그 결과 자기억제 · 자기검열을 강제 당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팽원순, 『매스코뮤니케이션 법제이론』(법문사, 1988), 115~116쪽.

돈 펨버는 이익 형량의 이론은 '이론'이라기보다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 어떤 구체적인 사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수정헌법 제1조는 사실상 의미하는 게 없는바, 따라서 사람들은 안전한 쪽으로 행동하려 들 것이고, 이는 결국 모든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오늘날엔 수정헌법 제1조를 잘 모르는 판사들에 의해서나 사용될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각주6)

한국의 국가보안법 판결은 거의 대부분 이 이론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 4월 2일에 내린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의 그 다의성 때문에 위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전면 위헌으로 완전 폐기되어야 할 규정으로는 보지 않으며 완전 폐기에서 오는 법의 공백과 혼란도 문제지만, 남북 간에 일찍이 전쟁도 있었고 아직도 휴전 상태에서 남북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대치하며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서는 완전 폐기함에서 오는 국가적 불이익이 폐기함으로써 오는 이익보다는 이익 형량상 더 클 것이다."
성낙인, 『언론정보법』(나남, 1998),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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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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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법과 윤리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미디어 법과 윤리』는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취재·보도 윤리, 언론사와 언론인 윤리, 저작권’ 등 미디어의 법과 윤리를 다루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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