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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왜 미국의 연방수정헌법 제1조가 나오게 되었는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
First Amendment세계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잘 보장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법은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다. '표현의 자유' 이야기만 나오면 한국에서도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 운운해대는 데에 질린 사람들도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건 피해야겠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로드니 스몰라(Rodney Smolla)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 공감한다 해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론 자유에 대한 문제들과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제반 정책을 다루면서 겪은 미국인의 경험이 보기 드물게 풍부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선의 정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언론 자유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 어느 사회보다 고민 어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수정헌법 제1조에 의거해서 미국은 세계의 어느 문화보다 더 자주 억압보다는 공개적인 정치를 하는 실수가 더욱 훌륭하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실험했었다."염규호, 「미국에서의 명예훼손과 사생활침해: 헌법이론과 학설을 중심으로」, 『언론중재』, 통권 51호(1994년 여름), 37쪽.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그런 평가를 받는 걸까? 수정헌법 제1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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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n;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
연방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신앙의 자유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으며 언론 ·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할 권리와 불만의 구제를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 "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n;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
- 연방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신앙의 자유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으며 언론 ·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할 권리와 불만의 구제를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언론 · 출판의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그런 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못 박은 점이 수정헌법 제1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수정헌법 제1조는 1791년에 비준되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미국에선 1971년까지 모두 26개 조항이 수정헌법으로 채택되었는데, 헌법은 상하원의원 3분의 2 지지와 50개 주 가운데 38개 주가 승인하면 개정할 수 있다). 즉, 약 220여 년 전에 만든 원리가 과연 오늘날에도 유효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모두 45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이 수정헌법 제1조의 해석을 둘러싸고 오늘날까지도 학자들 사이에선 수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제정 당시에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헌법을 만든 제헌의회의장을 맡은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우리 중에 언론 자유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썼다.각주1)
정태철은 "문제는 수정1조가 제정된 18세기에 거의 아무도 언론이 상업적으로 거대한 기업이 되고 정치적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며 "당시 절대적 약자였던 언론이 수정1조 제정 이후 상업성, 정파성 문제를 갖게 되고, 언론 자유가 언론 발행인 내지는 언론인의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남용되는 상황이 전개된 20세기 초 미국 언론의 문제는 그래서 심각했던 것이다"고 말한다.각주2)
진보적 관점에서 수정헌법 제1조를 허구적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W. McChesney)는 수정헌법 제1조는 정치적 광고를 허용하고 있어 절반의 진실, 왜곡한 사실, 또는 명백한 거짓말까지도 정치적 의견이라는 명분 아래 보호하고 있는바, 정치 광고의 비용을 댈 수 있는 부유층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각주3)
사실 수정헌법 제1조의 제정 동기가 오늘날 흔히 이야기되는 것처럼 순수했던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동기는 '언론 자유'에 있다기보다는 버지니아주(州) 등 각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권력 강화에 대해 갖고 있던 두려움이었다.각주4) 그런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이념적 관점도 수정헌법 제1조의해석에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엄기열은 "후기 고전적 자유주의 이념은 사회보장제도와 의무교육 그리고 정부가 주도하거나 지원하는 여러 가지 사업 등을 통해 거의 모든 나라에서 반영되어왔으나 미국에서는 유독 수정헌법 제1조의 해석에 있어서 만큼은 아직도 고전적 자유주의 이념을 따르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러한 수정헌법 제1조의 해석에 대한 이론적 난맥상은 미국의 주류 언론법 학자를 대표하는 미시건대학교의 볼링어(Lee C. Bollinger)총장이 쓴 『The Tolerant Society』라는 책에서 쉽게 감지된다. 볼링어에 의하면 흔히 '똘레랑스'라 부르는 '관용'이라는 개념이 사회 내의 다수가 소수에게 혐오를 주는 말(hate speech)을 하는 행위까지도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 대상에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미국식 언론 이론의 모순점이 희극적으로 드러난다.엄기열, 「자치적 민주주의 위해 언론책임 강조해야 : 미 수정헌법 1조에 대한 해석의 문제」, 『신문과 방송』, 제377호(2002년 5월), 137쪽.
그래서 아유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 사는 스코키라는 마을에서 히틀러를 떠받드는 네오나치(neo-Nazi)들이 모여서 시위 · 행진하는 것도 허락되어야 하고, 흑인이 사는 집 정원에 십자가를 태운 청년들의 방화죄는 인정하되 표현의 내용에 대한 제약을 금하는 원칙에 의거하여 이 청년들이 세인트 마틴시(市)의 혐오를 주는 표현에 대한 제재를 가중으로 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가 시사하듯, 수정헌법 제1조의 해석을 둘러싸고 학자들 사이에선 수많은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정헌법 제1조 관련 이론으론 절대주의 이론(absolutist theory), 마이클존 이론(Meiklejohnian theory),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이론(clear and present danger test), 위험한 경향의 이론(bad tendency test), 이익 형량의 이론(ad hoc balancing theory), 접근이론(access theory)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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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미국 수정헌법 제1조 – 미디어 법과 윤리,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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