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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왜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의 3분 분량을 잘라내야 했나?
제한상영가 등급
200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영화진흥법의 등급 분류 보류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영상물등급위원회도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에 해당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2002년 1월 26일 개정된 '제4차 개정 영화진흥법'은 등급 보류제를 폐지하고 '제한상영가'규정을 신설했으며 이를 상영할 수 있는 '제한상영관'에 대한 근거 규정을 신설했다.각주1)
2002년 이후 등급제의 연령별 기준은 전체 관람가, 12세(이상) 관람가, 15세(이상) 관람가, 18세(이상) 관람가(2006년 이후 청소년 관람 불가), 제한상영가 등 5개 등급을 기준으로 운영되었다. 이러한 연령별 등급 기준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도입하고 있는 제도로, 예컨대 미국의 경우 'G(General · 전체 관람가)-PG(Parental guidance suggested · 부모 동반 전체 관람가)-PG13(Parental strongly cautioned · 13세 미만 부모 동반가)-R(Restricted · 17세 미만 부모 동반가)-NC17(No Children under 17admitted · 17세 미만 관람 불가)'등으로 되어 있다. 2007년 오동진은 국내심의 등급에 있어 '제한상영가'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제한상영 등급을 받은 영화의 경우 법으로 지정된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는 이 제한상영관이 없다. 따라서 제한상영 등급을 받게 되면 사실상 상영이 금지되는 꼴이 되고 만다. 때문에 영화사로서는 이 제한상영가를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가위질,'곧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사전 심의가 아니라 사전검열이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오동진, 「'색, 계'는 되고 '숏버스'는 안 되는 이유」, 『조선일보』, 2007년 11월 17일.
2008년 7월 31일 헌법재판소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영비법)의 '제한상영가 등급'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영비법은 어떤 영화가 제한상영가 영화인지 규정하지 않아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며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영비법은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 및 광고 · 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규정은 제한상영가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말해주기보다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가 나중에 어떤 법률적 제한을 받는지만 기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옛 영화진흥법(현 영비법)이 표현의 자유 제한과 관련된 사안을 영등위에 위임하고 있어 포괄 위임 금지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2009년 말까지 영비법 관련 조항을 개정하라고 국회에 권고했다.각주2)
영비법은 2012년 2월 17일에 개정되었지만(2012년 8월 18일 시행), '제한상영가' 등급은 "선정성 · 폭력성 · 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 · 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라는 정의와 함께 여전히 유지되었다. 이와 관련, 이찬희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부에서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규정된 제한상영가 등급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사문화된 규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헌법재판소 결정(헌재 2008.7.31. 2007헌가4 결정)은 제한상영가 등급을 규정한 법률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입법 형식이 위임 원칙을 위배한 점을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한 것이지 제한상영가 등급 자체가 위헌이라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결코 사문화된 규정이 아니다."하워드 진(Howard Zinn) · 레베카 스테포프(Rebecca Stefoff), 김영진 옮김, 『살아있는미국역사』(추수밭, 2008), 186쪽; 마이클 H. 헌트(MichaelH. Hunt), 권용립 · 이현휘 옮김, 『이데올로기와 미국외교』(산지니, 2007), 245~246쪽.
2013년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려 논란을 빚었다. 김기덕 감독은 등급위 위원장에게 장문의 공개서한을 보내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기덕 감독의 서한에 따르면, 〈뫼비우스〉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핵심 이유는 엄마와 아들의 근친성관계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이 영화의 줄거리를 자세히 보면 엄마와 아들의 성관계가 아니라 결국 엄마와 아버지의 성관계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항변한 뒤, "이런 제 생각에도 불구하고 영등위원 분들 생각에는 물리적으로 아들의 몸을 빌리니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김기덕은 근친상간 부분이 문제가 될까봐 영화 속에서도 현실이 아니라 꿈 장면으로 재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성률은 영등위의 결정이 세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규정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다. 사회의 미풍양속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국민 정서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어떤 것이 국민 정서인지도 합의가 잘 안 되는데,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영화를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좀더 상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있지만, 그것 역시 주관적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특정 부분만보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둘째, 제도의 문제다. 특정 영화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면 제한상영가 전문 극장에서만 상영해야 하고, 그 극장은 광고와 선전을 사실상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았다. 지금 우리나라에 제한상영가 전문 극장은존재하지 않는다. 왜 아니겠는가? 그 극장에서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지광고, 선전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관객들이 정보를 알고 영화를 보러오겠는가? 직접 와서 어떤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길밖에 없는데, 이 인터넷 시대에 이렇게 규제하는 것은 영화를 보지 말라는 표현과 같다.
셋째, 제한상영가 등급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등급을 받은 영화를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다른 등급의 영화의 경우, 몇 년이 지나그 나이가 되면 볼 수 있지만,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는 지금처럼 제한상영가 전문 극장이 없는 경우, 영원히 볼 수 없다. 결국 이것은 검열과 다름없다. 실제 〈악마를 보았다〉나 최근 개봉한 〈홀리 모터스〉의 경우, 처음에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가 몇 장면을 자진 삭제하거나 중요 부위를 '안개(?)'처리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결국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할 때 상상력의 제한을 받지 않을 수없다. 어떤 표현은 되고 어떤 표현은 안 되는 것이다.각주3)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3개월 후나 재분류가 가능하다. 개봉스케줄을 포기해야 한다. 또 하나의 방식은 '재심의'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지적을 받은 장면을 삭제한 후 다시 심의를 하는 것이다. 결국 김기덕 감독은 재심의를 선택했고, 영등위가 지적한 5가지 지적(근친상간 장면 등)에 근거해 약 3분을 잘라낸 세 번째 버전으로 드디어 '청소년관람 불가'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와 관련, 김형석은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나리'들의 명령에 의해 영화를 잘라내야 하는 세상에 살아야 할까? 해결책이랍시고 늘어놓기보다는, 차라리 미담 하나 소개할까 한다. 20년 전 〈크라잉 게임〉(1992)이라는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될 때, 초미의 관심사는 이 영화의 극적 반전포인트인 성기 노출 장면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런데! 극장에서 우린 버젓이 그 장면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시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가 되는 김동호 위원장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분을 뵐 기회가 있었을 때 당시 일에 대해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규정상 안 되지만, 그 장면이 빠지면 영화 전체가 무의미해지니까 허용한 거죠.'지금의 심의 위원들이 이런 상식만 지녀도 심의를 둘러싼 논란의 상당 부분은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당시 김동호 위원장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4), 〈올리버 스톤의 킬러〉(1994) 등을 보호(?)하고 소련 영화를 해금시키는 등 소신 행정을 펼치다 결국 사임하게 되었으니 ······ 지금의 심의 위원들에게 상식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건 너무 무리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김형석, 「'뫼비우스의 띠'같은 영화 검열의 역사」, 『시사인』, 제310호(2013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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