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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왜 배우 조인성은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싶다"고 했을까?

침입

intrusion, 侵入
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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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intrusion)은 주거지에 대한 침입을 비롯하여 개인이 물리적으로 홀로 있거나 격리되어 있는 상태로 침입하는 것, 울타리의 틈 사이로 남의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 남의 사사로운 대화를 엿듣는 것, 전화를 도청하거나 남의 주거지에 도청 장치나 고감도의 마이크나 송신기를 설치해서 도청하는 것, 전자 망원렌즈가 달린 고성능 카메라로 먼 거리에 있는 개인의 주거 안을 촬영하는 것 등의 행위를 말한다.

상점에서 쇼핑백을 검색하거나, 남의 은행구좌를 권한 없이 조사하는 것도 불법행위다. 공원이나 도로 등 공공의 장소에서는 고독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아 그런 자리에서 누구를 감시한다 해도 프라이버시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공의 장소라도 사적인 것이 존재할 수 있다.

카메라나 마이크를 몰래 숨기고 취재할 경우, 보도의 책임은 면할 수 있어도 침입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기자가 제3자의 침입 행위로 얻어온 자료를 복사해 보도했을 때 침입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나 원본을 소지했을 경우엔 타인 재산 불법 전용(conversion)의 책임은 져야 한다.각주1)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취재욕만 앞세우는 기자들의 무감각은 꼭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지라도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낳는다. 언젠가 미국에선 불이 나 몽땅 타버린 집 앞에서 비통해하는 집 주인에게 한 방송사 기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마이크를 내밀었다가 집주인으로부터 얼굴에 주먹을 맞은 일도 있었다. 기자들의 이런 몰상식한 취재욕에 대해 유진 굿윈(H. Eugene Goodwi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극적 사고에 대한 기사는 흔히 기자들이 슬픔에 잠긴 생존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총명한 기자들도 슬픔에 잠긴 사람들을 취재할 때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CBS 뉴스 워싱턴 특파원 브라이언 힐리는 말하는데, 예를 들어 방송기자들이 사고 당사자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문기자들도 비슷한 일들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목이 막혀 질식사한 어린이의 슬퍼하는 가족들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은 시키고의 한 신문기자는 그의 편집자로부터 장식품이 무슨 색깔이었는지를 가족에게 물어보고 전화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진 굿윈(H. Eugene Goodwin), 우병동 옮김, 『언론윤리의 모색』(한나래, 1995), 223쪽.

유명인을 쫓아다니며 못살게 구는 허래스먼트(harassment)도 침입의 일종이다.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 1929~1994)를 쫓아다니던 한 사진 기자에 대해 법원은 그 기자가 재클린에게서 24피트, 아이들에게서 30피트 떨어질 것을 명령했다.각주2)

1998년 2월,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법원은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너거(Arnold Schwarzenegger, 1947~)를 집요하게 추적해 촬영한 2명의 파파라치(paparazzi)에게 불법감금죄 등을 적용해 금고 90일과 60일의 실형을 언도하는 동시에 벌금과 2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이라는 무거운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내용인즉슨, 1997년 5월 슈워제네거가 심장판막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직후 임신 중인 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3세짜리 자식을 유치원으로 보내는 도중에 2명의 파파라치가 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협공을 하는 방식으로 슈워제네거의 차를 세우게 하고 비디오와 사진을 촬영했다는 것이다.각주3)

영국에서 1997년 6월부터 시행된 '1997년 괴롭힘에 대한 법(Harassment Act 1997)'은 잠입 추적자에 의한 희생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 법은 괴롭힘을 느끼게 하거나 불안과 비탄에 빠지게 하는 두 가지 경우를 일으킬 수 있는 뒤쫓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이 경우 최고 6개월의 징역형 또는 5,000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단지 추적 과정이 '정당한'상황은 처벌받지 않는다. 법원이 해석한 이 '정당한'상황은 기사 내용이 적법한 공공 이익과 관련해 취재원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는 균형 있는 행동을 취한 경우다.각주4)

1997년 9월부터 영국에서는 다이애나비(Diana F. Spencer, 1961~1997) 사망의 여파로 파파라치를 규제하기 위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언론불만처리위원회 PCC는 보도 실천 요강을 개정했는데, 새로 추가된 다섯 가지 조항은 ① 괴롭힘(Harassment), ② 프라이버시, ③ 아동, ④ 공공 이익, ⑤ 슬픔에 대한 침해(ntrusion into grief)등이었다. PCC는 언론이 보도 실천 요강의 실천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특히 '언론 매체의 집단 취재(media scrum)'의 근절로 파파라치가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스크럼은 신문기자나 방송기자의 적법한 취재 활동 중에도 형성되지만 뉴스 기사를 위해 한 사람을 에워싸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취재원을 둘러싸는 경우는 '집단 괴롭힘'의 형태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언론인노조는 "모든 것은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허위이며 다이애나비 사망에 뒤이은 비판에 대한 과민한 반응이다. 또한 악법을 제정하려는 상습적이며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새로 추가된 보도실천 요강 조항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각주5)

스토킹(Stalking)도 침입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법원은 스토킹을 "인격권에 대한 침해"로 간주해 처벌한다. 불법 침해(trespass)도 침입의 일종인데, 이는 수사 또는 다른 이유로 금지선을 설정한 경찰과 취재의 목적으로 그 금지선을 침해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자주 발생한다.각주6) 우리나라에선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제1조 49호(무단 침입)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나 시설 또는 장소에 정당한 이유 없이 들어간 사람"에 대해선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한다. 형법상의 침입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형법상 침입 관련 조항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 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房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장소에서 퇴거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침입과 관련해 최근 국내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게 바로 '접근 금지 가처분'이다. 2008년 5월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 공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9명을 상대로 '접근 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오세훈 시장은 신청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성북천 삼선상가 철거민 등이 아침마다 찾아와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욕설을 퍼붓고 곡(哭)소리를 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공관으로부터 100m 내에 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 2008년 5월 21일자는 "미국에선 활성화돼 있는 '접근 금지'에 대한 요청이 요즘 우리 법원에도 심심찮게 접수되고 있다. '접근 금지 가처분은'가정 폭력에 대한 제재 조치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신청 이유가 다양해졌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은 지난 2006년 황우석 교수 지지자들의 '스토킹'에 시달리다 법원의 도움을 받았다. 황우석 지지자들은 황 교수가 '논문 조작'논란으로 파면되자, 2개월여간 정 전 총장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집과 연구실에 찾아가 차량 탑승을 방해하고, 확성기로 욕설이 담긴 구호를 외쳤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접근 금지 가처분'신청은 36건으로 이 중 50%인 18건이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인정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접근 금지 가처분'의 신청자가 대부분 다툼이 많은 '금전적 권리'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인 '인격권'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류정, 「스토킹 · 빚독촉…"접근 금지" : '접근금지 가처분'신청 이유 갈수록 다양」, 『조선일보』, 2008년 5월 21일.

201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김재호)는 층간 소음 항의와 관련해 위층에 사는 주민이 아래층 주민을 상대로 한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항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주거침입,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는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직접 찾아가 만나면 추가로 폭행 등 다른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금지한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천장 두드리기, 전화 연락, 문자 메시지, 고성 지르기 등의 행위는 금지하지 않았다. 층간 소음의 고통을 윗집 주인과 직접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방법으로 알리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각주7)

2015년 9월 30일 새벽 자택에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휴식을 취하던 배우 조인성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집 마당에 한 여성 팬이 침입해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웠기 때문이다. 여성 팬은 중국인 31세 A 씨로 조인성 씨 동생이 이태원에서 운영하는 카페는 물론, 조인성의 해외 스케줄까지 꿰고 쫓아오는 일명 '사생팬'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성은 자상한 팬 서비스로 팬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스타지만, 이 사건을 겪고선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싶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각주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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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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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법과 윤리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미디어 법과 윤리』는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취재·보도 윤리, 언론사와 언론인 윤리, 저작권’ 등 미디어의 법과 윤리를 다루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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