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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우스 수로, 아쿠아 클라우디아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끝없이 연결된 ‘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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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로마제국 전기

로마의 남동쪽으로 향하는 교통량은 비아 아피아와 거의 평행으로 20세기 초에 새로 건설한 ‘비아 아피아 누오바(Via Appia Nuova)’, 즉 ‘신(新) 비아 아피아’가 감당하고 있다. 이 도로를 따라 녹지대에 해당하는 구간 안으로 들어서면 인상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넓은 초원 위에 수많은 아치를 연결하여 이루어진 고가수로의 유적이 멀리 알바 산 쪽으로 한없이 뻗어져 있다.

클라우디우스 수로의 거대한 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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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찾아온 18, 19세기의 유럽 문화계의 유명 인사들은 이 고가수로의 유적과 그 주변의 풍경을 보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화가들이나 사진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괴테는 이 수로의 유적을 보고 “개선문을 연결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이 수로는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개선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개선문’이라고 하니 고대 로마의 토목공학과 수로공학의 승리를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개선문을 연결한 것 같은 클라우디우스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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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가수로는 칼리굴라 황제가 서기 38년에 착공하여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서기 52년 8월 1일에 완성한 것인데, 완성한 황제의 이름을 따서 아쿠아 클라우디아(Aqua Claudia)라고 한다. 아쿠아 클라우디아의 길이는 지하와 지상을 합쳐 무려 69킬로미터나 되며 지상에 세워진 고가수로만 해도 약 10킬로미터에 달하는데, 이 수로는 하루에 18만 5000입방미터나 되는 물을 로마에 공급했다. 그 후 네로 황제는 지류를 만들어 자신의 궁전과 공공목욕장에 물을 공급했고, 도미티아누스 황제도 지류를 만들어 팔라티노 언덕의 궁전에 물을 공급했다.

수로의 윗부분을 보면 물이 흐르던 수로의 단면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이 물이 흐르는 굴을 스페쿠스(specus)라고 했다. 수로에서 물이 흐르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납이나 진흙을 구워 만들든가, 아니면 돌을 길게 쌓아 굴처럼 만들었다. 로마 주변의 물에는 석회가 많아 침전물들을 정기적으로 제거해야 했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마다 스페쿠스 안을 정기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스페쿠스의 폭과 높이는 보통 집의 방문 크기 정도였는데, 이것은 사람이 들어가서 점검하기에 적당했다.

로마에 엄청난 양의 물이 공급되자 수로에 파이프를 몰래 연결해 개인용으로 물을 빼돌리는 일이 많아졌다. 이런 물 도둑과 물의 낭비를 막고 로마 시에 물을 제대로 공급하기 위해, 네르바 황제와 트라야누스 황제 재위 시에는 프론티누스라는 사람이 ‘쿠라토르 아쿠아룸(curator aquarum)’ 즉, 로마 수로관리책임자로 임명되어 수로를 관리했다. 그는 로마의 수로에 관해 매우 상세하면서도 읽기 쉬운 『로마 시의 수로에 관하여(De Aquaeductibus Urbis Romae)』라는 저술을 남겼는데, 이 책은 다행히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어서 고고학자나 역사학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프론티누스는 클라우디우스의 수로를 ‘매우 장려하다’고 해서 ‘마그니켄티시무스(magnicentissimus)’라고 표현했다.

수로를 통해 들어온 물이 집수되던 포르타 마죠레 지역

수로의 단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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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클라우디우스 황제

괴테의 말대로 개선문을 좌우로 끝없이 연결한 듯한 클라우디우스 수로는 그 실루엣을 보면 마치 길게 펼쳐놓은 낡은 영화 필름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 필름 속에는 개선(凱旋)의 드라마가 아니라 비극의 드라마가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고대 로마인들이 세운 인프라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이 고가수로를 세운 장본인들이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모두 남의 손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일까?

클라우디우스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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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의 제2대 황제 티베리우스는 공공시설의 건설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제3대 황제 칼리굴라는 민심을 사로잡는 일에 먼저 신경을 썼다. 그래서 티베리우스 황제가 금지했던 검투사 시합도 재개했고, 로마를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건설에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또 그는 테베레 강 건너 바티칸 언덕 언저리에 개인경기장을 세웠고, 이집트에서 오벨리스크를 가져와 그 경기장 한가운데에 세워두었다.(이 오벨리스크는 현재 베드로 대성당 광장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로마에 물을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하여 새로운 수로를 두 개나 더 착공했다. 그런데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했던 칼리굴라는 국가 재정을 바닥냈으며, 보통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짓과 잔인한 짓만 골라 하다가, 결국에는 황제 근위대에게 암살당하고 말았다.

그 암살 현장에는 그의 삼촌 클라우디우스가 숨어 있었다. 그는 다리를 저는데다가 평소에 멍청한 사람으로 여겨졌지만, 근위대는 그를 황제로 옹립했다. 클라우디우스는 아우구스투스와 티베리우스 시대 때 황실의 일원으로 이름을 날리던 젊은 명장 게르마니쿠스의 동생이었기 때문에 군대의 지지를 얻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황제가 된 클라우디스는 멍청한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그는 에트루리아의 역사에 관한 책을 저술할 정도로 학문에 관심이 많았으며, 정치, 행정, 외교,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게다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이루지 못한 브리탄니아(현재의 영국)를 정복하여 로마 시민들의 존경을 받을 정도가 되었으며, 공공시설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여 오스티아에 새로운 항구를 건설했는가 하면 칼리굴라가 미완성으로 남긴 공공시설의 완공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아쿠아 클라우디아’, 즉 클라우디우스 수로이다.

로마 외곽 초원에 펼쳐지는 클라우디우스 수로의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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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우스 황제는 오로지 국정에만 몰두했다. 한편 그와는 반대로 남편이 황제가 되자 졸지에 황후가 된 메살리나는 행실이 매우 나빠서 황후의 신분으로 당시 로마 최고의 미남 원로의원인 실리우스를 유혹하여 이중 결혼을 하는 바람에, 황제의 체통이 깎이는 것을 염려한 근위대의 칼에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메살리나가 죽은 후,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그의 형 게르마니쿠스의 딸 아그리피나와 결혼하게 되는데, 그녀는 ‘루키우스’라는 어린 아들이 딸린 과부였다. 아그리피나의 꿈은 오로지 아들을 로마제국의 황제 자리에 앉히고 뒤에서 권력을 휘둘러보는 것으로, 그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녀는 갖은 음모를 꾸며 데려온 아들을 클라우디우스의 양자로 입적시킨 다음, 황제의 어린 딸 옥타비아와 반강제로 결혼시켰으며, 그것도 부족하여 클라우디우스 황제를 몰래 독살했다고 전해진다.

원로원은 클라우디우스의 정치에 불만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아그리피나의 황제 시해 사건을 눈감아주었다. 아그리피나는 야심대로 아들을 드디어 황제 자리에 앉혔다. 로마제국의 제5대 황제가 된 17세의 소년은 네로(Nero)라고 불려지게 되었는데 이것은 클라우디우스 가문에서 많이 쓰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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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남 집필자 소개

이탈리아 공인건축사 정태남은 서울대 졸업 후 이탈리아 정부장학생으로 도이, 로마대학에서 건축부문 학위를 받았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건축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등 ..펼쳐보기

출처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 저자정태남 | cp명21세기북스 도서 소개

기원전 8세기 중반 로마의 건국 이야기가 깃든 팔라티노 언덕의 로물루스의 집부터 기원후 4세기 초반 로마제국의 수도가 비잔티움으로 이전하기 직전에 세워지는 콘스탄티누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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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클라우디우스 수로, 아쿠아 클라우디아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정태남,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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