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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는 러시아 출신 미국 생화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 SF소설가이다.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SF 3대 거장으로 꼽히며, 500여 편에 이르는 과학소설과 일반인을 위한 과학 저술들을 집필했다. 천문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역사, 지리, 신화, 종교, 심리학 등 듀이 십진분류법의 모든 분류 항목에 해당하는 책을 썼으며, 유머러스하고 쉬운 해설로 과학을 대중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SF소설가로서의 그는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를 무대로 한 작품이나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미래사(未來史) SF를 주로 썼다. 무엇보다 아시모프는 로봇 공학이라는 용어를 창조한 인물로, 인간과 유사하게 생긴 로봇의 개념을 비롯해 로봇 공학의 개념과 원칙, 의미를 정의했다. 오늘날 할리우드 SF영화 속의 로봇에 관한 기본 설정들은 모두 아시모프에게서 비롯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 로봇 공학의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러시아식 이름은 아사크 주다 오지모프이며, 1920년 1월 2일 구소련 페트로비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유다 오지모프와 어머니 안나 레이첼은 유대계 러시아인이었으며, 아이작은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3남매 중 장남이다. 아이작이 3세 때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며, 뉴욕 브루클린에서 자랐다. 아이작은 5세 때까지 아버지로부터 정통파 유대교도 방식의 교육을 받았으며, 이디시어와 영어만 배웠을 뿐 러시아어는 배우지 못했다.

뉴욕 시 공립학교를 거쳐 콜롬비아 대학 부속 세스 로 주니어 칼리지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여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세 때 SF잡지 〈어스타운딩 SF〉에 단편소설 〈베스타 표류〉와 〈추세〉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딘 이후 학위 과정 중에도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면서 인정받는 SF작가로 자리 잡았다.

아시모프가 SF소설에 관심을 가진 것은 초등학생 때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사탕 가게 옆 상점에 진열된 SF펄프 잡지들을 읽으면서부터라고 한다. 아버지가 이런 유의 잡지를 쓰레기라고 여겨 읽지 못하게 하자 어린 아시모프는 이 잡지가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을 다룬 것이며, 과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므로 유익한 것이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그는 11세 때부터 과학소설을 썼으며, 18세 때부터 이 작품들을 과학소설 잡지에 투고하기 시작했다. 이때 〈어스타운딩 SF〉의 편집자로 있던 존 W. 캠벨의 눈에 뜨였고, 그에게 많은 조언을 받는 한편, 평생의 우정을 나누게 된다. 아시모프는 20대와 30대에 SF 명작들을 많이 발표했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을 시작할 때 자신의 구상을 캠벨과 의논했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가 캠벨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캠벨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수많은 작가들에게 내 나름의 조언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시모프가 된 것은 아니다."

아시모프가 로봇소설의 근간을 만든 것도 캠벨의 조언 덕분이었다. 1940년 12월 23일, 아시모프는 캠벨과 로봇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에게 '로봇이 지켜야 하는 3원칙'을 설정한다면 구성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날까지 로봇소설들에 원칙적으로 적용되는 '로봇공학의 3원칙'^각주1) 을 만들어 낸다.

특히 제1원칙은 과학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원칙으로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인공지능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고 이 원칙이 제시된 이후로 50여 년이 지나서야 이의 근간이 되는 윤리적 문제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시모프는 이 원칙을 토대로 약 25편의 로봇소설을 창작했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 대중에게 친숙한 〈바이센테니얼 맨〉, 〈아이 로봇〉 등이 있다. 또한 이때 아시모프가 만들어 낸 로봇공학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새로운 어휘로 등재되는 한편, 로봇공학이라는 하나의 과학 분야를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1951년, 《파운데이션》이 출간되면서, SF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이자 아시모프의 대표 걸작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파운데이션과 제국》, 《제2의 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의 끝》, 《파운데이션과 지구》, 《파운데이션의 서막》, 《파운데이션을 향하여》 등 총 7부작으로 1992년에야 완결된 이 시리즈는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심리 역사학' 분야를 최초로 선보인 작품이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 중 '문명의 성쇠는 일정하고 지속적인 패턴을 따른다'라는 논제를 과학 내에서 적용한, 은하계 우주 국가의 흥망성쇠와 정치 변동을 다룬 작품이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파운데이션》을 읽고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예측, 대비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심리 역사학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현실에 없는 분야라 유사 분야인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SF시장과 가장 큰 팬덤을 보유한 미국에서도 SF는 하위문화로 취급받고 있지만(SF 평론가 할란 앨리슨은 SF라는 말 자체에 '싸구려 소설' 이미지가 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아시모프와 그의 작품들만은 미국 지식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아시모프는 3년간 미 해군 조선소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연구소 근무를 마친 뒤에는 9개월간 육군으로 버지니아와 하와이에서 복무했다. 제대 후 박사 학위를 받고 보스턴 대학 생화학 교수로 일하다가 1955년 집필에 전념하고자 사직서를 냈다. 그러자 대학에서는 과학자로서의 그의 명성과 공로를 인정하여 종신교수 직책을 제안했다.

이후 아시모프는 SF는 20대에 충분히 썼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고, 천문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대중과학서를 쓰고 과학 강연을 했다. 그는 점차 집필 분야를 확장하여 역사, 지리, 신화, 종교, 심리학 등 온갖 종류의 대중교양서들을 집필하면서 논픽션 작가로도 독보적인 경지에 올랐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파운데이션의 끝》을 쓰면서 중단했던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고, 다시 왕성하게 SF 작품을 집필했다. 이 시기에 그는 로봇소설과 파운데이션의 세계관을 통합한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SF 분야에 새로운 전범을 만들어 냈다.

20대에는 최고의 과학소설가로, 30대 후반부터는 최고의 교양과학 저술가로 이름을 날리면서 아시모프는 SF 분야뿐만 아니라 대중교양서와 과학 일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92년, 《파운데이션을 향하여》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4월 6일 뉴욕 자택에서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