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확대를 유도해 세계 경제 침체의 충격을 줄여보자는 통화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다른 나라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근린 궁핍화 정책’으로 불린다. “이웃 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근린 궁핍화 정책은 트럼프에서 상대방 카드를 전부 빼앗아온다는 말에서 유래했는데, 영국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이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분석하면서 사용해 널리 알려졌다. 로빈슨은 각국의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이기주의와 보호무역, 환율전쟁 등으로 인한 근린 궁핍화 정책 때문에 세계 대공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고 했다.
상대 국가를 믿지 못해 발생하는 근린 궁핍화 정책은 모두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데, 그래서 죄수의 딜레마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다. 권홍우는 “세계 대공황에서 각국의 경쟁적인 근린 궁핍화 정책은 공멸을 불렀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국제협력만이 공생의 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국제적 긴장과 불신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과 닮았다. 미국 랜드연구소에 근무하던 폰 노이만(1903~1957) 등이 1950년에 주창한 ‘죄수의 딜레마’도 끝이 좋지 않다. 신뢰하고 협조했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었던 공범들은 모두 감옥에 가기 마련이다.”
근린 궁핍화 정책은 세계 경제가 불황일 때 자주 발생한다. 2015년 1월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환율전쟁이 촉발된 후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국가에서 기준금리가 하락하자 근린 궁핍화 정책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모건 스탠리는 대공황에 직면해 각국이 앞 다퉈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던 ‘1930년대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 2월 모건 스탠리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마노지 프라드한은 “1930년대의 교훈은 오래 기다린 이들의 희생을 대가로 선수를 친 이들이 이득을 본다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모두가 이 같은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 유일동, 「근린 궁핍화의 망령」, 『건설경제신문』, 2013년 1월 31일.
- ・ 김경락, 「불길 번지는 세계 통화 전쟁···갈피 못 잡는 원화 어디로?」, 『한겨레』, 2015년 1월 6일.
- ・ 권홍우, 「[더블 클릭] 근린 궁핍화 정책과 죄수의 딜레마」, 『서울경제』, 2013년 4월 9일.
- ・ 송경재, 「스웨덴도 환율전쟁 가담···‘1930년대 망령’ 되살아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2015년 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