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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여성이 아이를 가질 때 미리 정해놓은 순서에 따라야 한다는 조직 내부의 규칙을 이르는 말이다. 한꺼번에 임신을 하게 되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명목으로 임신을 순번제로 정하는 것이다. 주로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경향신문』 2013년 5월 3일자는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임신 순번제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임신 순번의 맨 앞자리 그룹은 나이 많은 선배나 불임을 겪는 간호사들이다. 두 번째 순위는 둘째를 낳으려는 사람. 이때도 역시 선배가 우선이고 또 첫째와 터울이 긴 사람의 순번이 앞선다. 기다리다 못해 아예 아이를 먼저 만들어 결혼하는 ‘끼어들기 반칙’도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가 2012년 6월 조합원 2만여 명을 대상으로 ‘모성보호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보훈병원, 산재병원 등 특수목적 공공병원 간호사 중에서 임신 순번제를 겪었다는 응답률은 26.5퍼센트에 달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한 간호사는 “임신 순번제라도 운용하는 곳은 그래도 나은 곳이다. 우리 병원은 2~3년 전부터 간호사들이 사직을 너무 많이 해 임신은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임신 순번을 지키지 않아 따돌림을 당했다는 한 간호사는 “3교대 방식으로 근무하는 응급실에서 예상치 않게 간호사 한 명이 근무조에서 빠지면 다른 이들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결혼과 함께 임신 계획을 미리 병원에 알리고 임신 순서를 배정받는다”며 “정해진 순서를 무시한 채 임신을 하거나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면 그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 등을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2014년 10월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은 3월부터 두 달간 조합원 1만 8,263명을 상대로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해보니 임신을 한 적 있는 간호사 1,902명 가운데 사업장에서 임신의 순번을 정하는 ‘임신 순번제’를 경험한 여성이 전체의 17.4퍼센트(365명)로 조사 되었다며 “이런 임신 순번제는 주로 부서장의 지시 아래 이뤄지며 이를 거부하거나 마음대로 임신하면 근무표 배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윤은정 전국보건의료노조 정책부장은 “보건의료 사업장에서 이처럼 모성보호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가 숱한데도 정부에서는 단 한 번도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는 말로만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여성 노동자가 왜 출산을 꺼리게 되는지 현장 실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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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특별취재팀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 불임 끝 임신한 간호사에 “네 순서가 맞느냐”···임신 순번제라는 굴레」, 『경향신문』, 2013년 5월 3일.
- ・ 특별취재팀,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 임신 순번제, 인건비 아끼려는 병원의 꼼수」, 『경향신문』, 2013년 5월 3일.
- ・ 최성진, 「순번 정해 차례 오면 임신하라?」, 『한겨레』, 2014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