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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스터리와
진실, 인물
빈센트 반 고흐

세계 미술 시장을 석권한 고흐

비운의 인물 미스터리

고흐가 그린 〈피아노에 앉은 가셰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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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아를르와 생레미에서 2년을 보낸 후 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옮긴다. 고흐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몸은 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아를르에서 광기 어린 발작을 일으켰고 심지어 고갱과 언쟁을 한 후 자신의 오른쪽 귀를 도려내기까지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자청해서 생 레미 정신병동에 입원했고 거기서 1년여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병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동생은 평소 자신과 친분이 있는 폴 가셰(Paul Gachet) 박사에게 형을 부탁했다.

가셰 박사는 피사로, 세잔, 르누아르 등 인상파 대가들의 정신병을 치료한 경험이 있었고 그 자신이 아마추어 미술가이기도 했다. 고흐는 가셰 박사의 치료에 힘입어 점차 건강을 회복해갔다. 그는 자살 기도 3일 전까지만 해도 예술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그로부터 3일 후 자신의 배에 총구를 겨눴던 것이다. 그가 자살한 이유 중에서 가장 유력한 것은 그의 주치의라고 볼 수 있는 가셰 박사와의 불화이다.

가셰는 처음엔 의사로서의 객관적 입장을 유지하며 그에게 정신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고흐와 마찬가지로 정서적 불안증에 시달리던 가셰는 스물한 살인 그의 딸 마르게리트가 고흐를 만나기 시작하자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전망도 좋지 않은 무명작가인 데다 정신병까지 앓고 있으니 부모로서 반대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문제는 마르게리트였다.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고흐가 제의한 모델 일을 승낙하자 그는 곧바로 딸을 고흐와 만나지 못하도록 격리시켰다.

이때 고흐는 남다른 항의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정신 병력에다 충동적 행동을 보이는 고흐인지라 마르게리트를 떼어놓은 가셰 박사에게 항의하기 위해서 총을 발사했을 개연성이 많다는 설명이다. 학자들은 여러 정황상 그가 진정으로 자살을 기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추정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배에다 발사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고흐가 자살한 후 가셰 박사의 가족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마도 고흐는 실연에 대한 충격과 배신감으로 자살했을지 몰라요. 마르게리트는 솔직히 한쪽 귀가 없는 이 가난한 화가를 탐탁히 여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고흐는 마르게리트의 초상화를 그린다는 명목으로 집에 드나들며 적극적인 구혼을 했지요. 이 일로 인해 가셰 박사는 고흐와 언성을 높이며 싸웠고 결국 서로 등을 돌렸어요.

여하튼 그는 밀밭에서 배에 총을 발사한 후 고통을 참으며 마을로 돌아왔다. 피투성이가 된 고흐를 발견한 것은 집주인이었고 가셰가 저녁 아홉 시쯤 그를 찾아왔다. 동생 테오도 다음 날 아침에 찾아왔는데 의사들은 총알이 너무 깊숙이 박혀 제거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이유야 어떻든 그는 자살하는 데 성공했고 다음 날 새벽 서른일곱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자살한 사람에게는 장례미사를 베풀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그의 관은 몇몇 친구와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밀밭 옆 공동묘지에 곧바로 매장됐다. 그 자리에 마르게리트는 없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가 나란히 묻힌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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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가 사망 당시 묵은 라부 여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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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처럼 생전에 비참하게 살다가 사후에 엄청난 조명을 받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흐는 생전에 소묘 700여 점과 유화 작품 800여 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중에서 돈을 받고 판 것은 단 한 점에 불과했다. 고흐가 자살하기 5개월 전에 포르투갈의 여류화가 안나가 그의 〈붉은색 포도밭〉을 400프랑에 구매한 것이다. 알려지기는 테오가 고흐에게 한 점이 아니라 두 점이 팔렸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400프랑도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한화로 따지면 약 500만 원 정도).

당시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인 르누아르나 모네의 그림도 200~300프랑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사망한 지 7년 후인 1897년에 〈가셰 박사의 초상〉이 300프랑에 팔렸다는 것도 그다지 나쁜 가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당대 최고의 그림 가격은 밀레의 작품으로 1889년에 50만 프랑에 팔렸으므로 당시 밀레 작품 한 점 값이면 고흐의 소묘를 포함한 전 작품을 사고도 남았을 정도다.

그런데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은 1990년에 8,250만 달러에 팔림으로써 경매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밀레의 작품은 1995년에 소더비에서 거래된 〈이삭줍기〉(잘 알려진 유명한 〈이삭줍기〉가 아닌 다른 작품)가 341만 달러로 낙찰되어 밀레 작품 중 현재까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박물관

〈해바라기〉, 〈감자 먹는 사람들〉 등 고흐의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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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흐의 기록은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면서 깨졌다. 2012년 5월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가 1억 1,992만 달러에 낙찰되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가로 59센티미터, 세로 79센티미터에 파스텔로 그려진 이 작품은 뭉크의 대표작이란 점에서 경매 전부터 최고가 경신이 예상됐다.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이자 미술상이었던 테오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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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이 1억 650만 달러에 낙찰되었으며 3위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으로 1억 432만 달러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반 고흐의 걸작이 당장이라도 경매시장에 나오면 뭉크의 가격을 간단하게 경신할 것으로 추정한다.

학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고흐가 생전에 이들 가격의 1,000분의 1 정도에 작품을 단 한 점이라도 팔았더라면 궁핍한 생활로 좌절하면서 배에 권총을 발사할 일은 없었을 거라는 점이다.

비유가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흐가 만약 피카소처럼 아흔한 살까지 살았다면 1944년에 세상을 떠났을 텐데, 만약 그랬다면 그가 그리는 더 다양하고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사실 고흐도 언젠가 자신의 그림이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살하기 전해에 동생 테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내가 쏟아부은 돈만큼 이 그림들이 벌어들일 날이 올 거야.

결론적으로 고흐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고흐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연구했고 아마 고흐처럼 많이 알려진 화가도 드물 것이다. 그에 대한 자료는 워낙 많으므로 여기서는 고흐와 고갱의 만남, 고흐의 광기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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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양지에, 문소라 역, 『세계 역사의 미스터리』(북공간, 2008).
  • ・ 시앙스신, 임지영 옮김, 『세계 역사 속의 49가지 미스터리』(집사재, 2009).
  • ・ 정석범, 「정석범의 유럽 문화기행(8) 파리 근교 오베르 시르 우아즈」, 『한국경제』, 2009년 3월 16일.
  • ・ 김순응, 「[김순응의 미술과 시장](19) 밀레와 고흐의 그림값」, 『동아일보』, 2003년 1월 12일.
  • ・ 이경란, 「미술품, 1억 달러는 돼야 ‘흥행’」, 『헤럴드경제』, 2012년 5월 7일.

이종호 집필자 소개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Dr. Ing.)와 '카오스 이론에 의한 유체이동 연구'로 과학국가박사(Dr. d..펼쳐보기

출처

미스터리와 진실, 인물편
미스터리와 진실, 인물편 | 저자이종호 | cp명북카라반 도서 소개

람세스에서 메릴린 먼로까지 역사 인물에 얽힌 세계 미스터리의 진실과 거짓을 밝힌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에 입각하여 동서양을 넘나들며 신과 인류가 남기고 간 수많은..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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