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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소설이 가장 많이 읽힌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 때이다. 독일의 공습이 연일 이어지면서 런던 시민은 방공호로 대피할 때 읽을 책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이들이 가장 선호한 책은 탐정소설이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즈음에 영국의 신간 소설 네 권 중 한 권이 탐정소설이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당대의 일부 비평가들이 “소설로 볼 수 없는 쓰레기 또는 지능적인 팝콘”이라는 혹평을 했음에도 탐정소설의 붐이 쉽게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독자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탐정소설의 인기가 워낙 높자 수많은 작가가 탐정소설에 도전했다. 이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펄 S. 벅, 윌리엄 포크너 등도 있다. 심지어 에이브러햄 링컨까지도 탐정소설에 손을 댔다. 그는 일리노이주 퀸시의 잡지 『휘그』에 『트레일러 살인사건』이란 소설을 발표했다. 만약 링컨이 이 소설로 성공했다면 훗날 미국이 자랑하는 위대한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학자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전문적인 탐정의 시초를 프랑스인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Eugène François Vidocq, 1772~1857)로 인식하는데 그는 소설로 창안된 인물이 아니라 실존했던 인물이다. 그가 뛰어난 탐정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상상력이 뛰어난 소설가도 꾸며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인생 역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군인, 죄수, 탈옥수, 스파이, 여장 남자, 그리고 파리 지구 범죄 수사국 책임자 등 보통 사람이 겪을 수 없는 다양한 인생을 경험했다.
그가 범죄 수사에 탁월한 감각을 가졌음을 알 수 있는 근거로는 지문이 범인을 확실하게 밝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한 사람 중 한 명이었으며, 필적 분석 결과를 중요한 증거자료로 도입한 최초의 수사 경찰관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뛰어난 기억력 외에 범죄자의 인상착의와 활동 방식을 상세하게 적은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주먹구구식이고 때로는 야만적이었던 당시의 사법제도에 과학적 방법과 관리상의 전문성을 도입했다.
이는 그 자신이 위조범이었던 시절 그리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도망했던 탈옥수 시절을 겪으면서, 도둑이나 사기꾼의 버릇과 태도를 훤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변장술의 대가였다. 열다섯 살 때 여자로 변장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여인의 여름휴가 여행지에 남편의 경계심을 일으키지 않고 따라가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도망자 신분이던 비도크가 파리 경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경찰 측에 자신의 경력을 충분히 이해시켰기 때문이다. 그가 매우 유용하게 생각한 것은 밀고자였다. 밀고자의 유용성을 개인적으로 확신했기 때문에 윤리와 도덕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유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이를 먹었을 때 자신이 각계각층의 유력한 시민으로부터 값비싼 선물을 많이 받았다고 시인했는데, 그러면서도 자신이 뇌물을 받은 것은 어디까지나 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금은 절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특수종이와 특수 잉크에 대한 특허권을 갖고 있었을 정도로 그 자신이 위조범이었기 때문이다.
비도크가 이끌던 범죄수사국은 훗날 영국경시청과 미국연방수사국(FBI)의 본보기가 되었고 비도크 역시 많은 작가의 모델이 되었다. 발자크는 그를 소설 속의 보트랭 경위로 묘사했고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불쌍한 장발장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의 모델로 삼았다. 알렉상드르 뒤마도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비도크의 파란만장한 행적을 이용했고, 애거사 크리스티 역시 불멸의 벨기에인 탐정 에르퀼 푸아로를 만들어낼 때 그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비도크가 사망하자 몇몇 젊은 여성들이 저마다 비도크가 썼다는 유언장을 들고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 유언장들은 모두 진짜였는데 만년의 비도크와 정사를 나누고 받은 것들이었다. 유언장에 의하면 그는 70대와 80대에도 왕성하게 여자들과 로맨스를 즐겼음이 틀림없어 노인들의 사기를 한껏 올려주었다. 현대판 ‘비아그라’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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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잡학사전』(동아출판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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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수사국의 창시자 – 미스터리와 진실, 인물편, 이종호, 북카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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