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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상인이자 여행가 마르코 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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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견문록』을 뜻하는 밀리오네라는 말이 어떻게 붙여졌든 『동방견문록』의 원제목은 『세계의 묘사(La Division du Monde)』이며 프랑스어로 발간되었다. 그런데 학자들은 『동방견문록』의 내용에서 마르코 폴로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그가 적은 내용이 사실인지조차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며 곤혹스러워한다.

마르코 폴로의 집안은 상인 집안으로 콘스탄티노플과 흑해의 크림반도 해안의 솔다이아(Soldaia)에서 무역을 했다. 마르코의 숙부인 마페오는 콘스탄티노플에 저택까지 있었다는 것을 볼 때 어느 정도 무역에 성공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현대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는 마르코 폴로의 출생 기록은 없다. 단지 『동방견문록』을 근거로 해서 그가 1254년에 베네치아에서 태어났고 열일곱 살이던 1271년에 아버지 니콜로 폴로와 숙부 마페오 폴로와 함께 중국을 여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동방견문록』을 가장 심하게 깎아내리는 지적은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들어간 적조차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마르코 폴로가 임종하기 직전 친구들은 마르코 폴로에게 그가 쓴 아시아에 대한 기이한 이야기들이 진실이 아닌 상상의 산물이라고 고백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의 반밖에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많은 사람이 그 말을 믿고 싶어 하지만 『동방견문록』을 둘러싼 정황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당시는 십자군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와중인 데다가 중세시대의 무용담이 성행했으므로 『동방견문록』의 기록 자체가 전설적인 이야기로 점철된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많은 지지자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자연지리학의 시조로 알려지는 독일의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마르코 폴로는 세기의 위대한 탐험가이며 『동방견문록』이야말로 매우 탁월한 기행문이자 역작이라고 인정했다.

『동방견문록』을 가장 신봉한 사람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다. 그는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처음 출항했을 때 『동방견문록』을 가지고 갔고 책의 여백에 많은 메모를 남겼다. 실제로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방견문록』에 적혀 있는 ‘황금의 나라 지팡구(마르코 폴로는 일본을 묘사한 최초의 유럽인인데 학자들은 그가 적은 지팡구는 원래 한국과 일본을 혼합하여 설명한 것으로 추정)’를 발견하기 위해 출항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많은 학자가 『동방견문록』에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과 과장이 가득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동방견문록』이 과장되었다는 것과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후자를 따른다면 마르코 폴로가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를 만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사람들은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동방견문록』에 대해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