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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무인도에 떨
어져도 음악

너바나 《Nevermind》

20세기 록 음악의 마지막 신화

요약 테이블
창작/발표시기 1991년
가수/연주자 너바나

훌륭한 예술가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요절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 죽음이라는 드라마틱한 충격이 그 예술가를 강렬하게 각인시킬 뿐더러, 늙고 칙칙해진 '구차함' 없이 영원히 젊고 아름다운 전성기 때의 모습으로 기억되기 때문에 요절한 아티스트들은 보너스 가산점까지 더해져 더욱 칭송을 받게 된다. 살짝 비약이지만 고흐가 고갱보다, 모차르트가 바흐보다 더 인기가 많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술과 마약, 문란한 생활과 강행군이 트레이드마크인 록스타들은 특히나 젊어서 죽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3J'로 일컬어지는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Jim Morrison),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을 비롯해 존 본햄(레드 제플린), 키스 문(Keith Moon, 더 후),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 롤링 스톤즈), 토미 볼린린(Tommy Bolin, 제임스 갱, 딥 퍼플), 마크 볼란(Marc Bolan, 티렉스), 조니 반 잰트(Johnny Van Zant, 레너드 스키너드) 등 1960~70년대에는 참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의 평균 수명은 75세인데 록스타들의 수명은 36세라는 통계도 있으니, 록 음악을 '듣는' 것은 몰라도 '하는' 것은 별로 몸에 안 좋아 보인다.

질풍노도의 1960~70년대만큼은 아니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도 슬픈 뉴스는 계속되었다. 김현식과 프레디 머큐리,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음악 팬들에게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사망 속보가 전해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었다. 엄청난 부와 명성에 예쁜 아내와 귀여운 딸까지 얻어 세상에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던 코베인의 자살은 그의 측근부터 지구 상 수많은 너바나(Nirvana)의 광팬 모두에게 납득이 가지 않는 미스터리와도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호사가와 일부 팬들은 커트 코베인을 자신들에게서 빼앗아간 얄미운 미망인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에게 직접 혹은 간접 살인의 혐의를 씌우기도 했지만…… 이미 죽은 사람을 어찌 할까.

커트 코베인의 상처
1992년 코베인과 러브 사이에 태어난 딸 프랜시스 빈 코베인(Frances Bean Cobain)은 백만장자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출산 전에 엄마인 코트니 러브가 헤로인을 했다는 언론의 보도 때문에 여론이 들끓어 태어난 지 2주일 만에 강제로 부모에게서 떨어져 이모에게 보내졌다. 세간의 집요한 관심 속에 코베인 부부는 아이를 되찾기 위해 법정에 서야 했고 결국 아기는 부모 품으로 돌아왔지만, 커트 코베인은 다시 한번 대중과 미디어의 잔악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을 처음 본 것은 1991년 AFKN에서였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음악 게스트로 나와 〈Smells Like Teen Spirit〉을 연주하던 이 단출한 3인조 밴드의 무지막지한 에너지에 놀랐다. 왼손으로 기타를 후려치며 연신 고함을 질러대는 커트 코베인을 보고 "와! 90년대에 나타난 백인 지미 헨드릭스다! 인기 꽤나 끌겠는 걸"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인기 꽤나'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너바나는 전 지구를 강타했다. 1990년대 들어 너무 깔끔하고 '팝스러워진' 록 음악에 반기를 들고 펑크(punk)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려는 움직임, 이른바 얼터너티브의 선봉에 너바나가 서 있었다. 제 멋대로 지껄이는 가사,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소리 지르기, 연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단순한 기타 리프, 부스스한 머리와 찢어진 청바지. 이런 것들이 합쳐진 너바나의 음악은 마치 악성 바이러스처럼 음악 팬들을 감염시켰다. 너바나를 비롯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는 1990년대 중후반을 거치며 인기를 끌다가 21세기 들어 그 거품이 빠지는 듯했지만 REM, 더 큐어(The Cure), 라디오헤드(Radiohead) 등은 아직도 록 음악의 주류에서 버젓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신화는 계속 되고 있는 듯하다.

1987년, 미국의 비교적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애틀의 한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커트 코베인(보컬, 기타)과 크리스 노보셀릭(Krist Novoselic, 베이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너바나를 결성했을 때, 이들의 나이 갓 스무 살이었다. 1989년 이들이 낸 첫 앨범 《Bleach》는 지역 방송국과 대학가에서 나름 주목을 받았지만, 커트 코베인이 후에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매우 화가 난' 음악이었다. 1990년 코베인과 노보셀릭은 동부에서 날아온 한 드러머의 오디션을 본다. 바로 너바나의 드러머가 된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었다. 이후 소닉유스의 보컬 킴 고든(Kim Gordon)의 강력 추천으로 메이저 레코드사인 DGC 레코드사와 계약이 성사된 너바나는 미국에서만 거의 3,000만 장이 팔린 앨범 《Nevermind》를 녹음하게 된다.

단 세 장의 정규앨범과 한 장의 라이브 앨범, 밴드 결성 후 7년간의 활동으로 음악계를 평정해 버린 이들의 파죽지세를 보고 전문가들과 평론가들은 다소 회의적이기도 했다. 그들의 공통된 비난은 "보여 줄 게 더 없어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였는데, 그 예상은 대략 적중한다. 2집 앨범 《Nevermind》가 히트하고 2년 뒤 밴드의 얼굴마담 커트 코베인이 돌연 권총 자살을 해 버린 것이다. 밴드는 오래 못 갔지만, 그 덕에 너바나의 음악은 전설과 신화가 되었다. 너바나의 공적은 록 음악의 변두리에 있던 펑크, 그런지(grunge, 얼터너티브 록에서 파생된 음악 장르), 얼터너티브를 대중음악의 주류로 끌어 온 데 있을 것이다. 너바나 이후 펄 잼(Pearl Jam), 블러(Blur), 부시(Bush), 오프스프링(Offspring), 라디오헤드, 그린데이(Green Day) 등 펑크 정신 충만한 슈퍼밴드들이 속속 록 음악의 역사를 써 내려갔으니 말이다.

너바나

ⓒ 황가영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앨범 《Nevermind》는 그룹 너바나의 음악과 메시지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비틀즈나 레드 제플린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수많은 앨범 대부분을 연대순으로 들어봐야 하지만, 너바나를 이해하는 데는 이 앨범 한 장이면 충분하다. 너바나라는 이름을 만방에 떨친 〈Smells Like Teen Spirit〉을 필두로 너바나 식의 처절한 세레나데 〈Come as You Are〉, 〈Smells Like Teen Spirit〉이 질리면 좋아지는 곡 〈Lithium〉, 코베인의 흡인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어쿠스틱 곡 〈Polly〉, 드러머 데이브 그롤의 팔뚝과 커트 코베인의 목청이 심히 걱정되는 전형적인 얼터너티브 곡 〈Territorial Pissings〉, 결손가정에서 자라 친척집을 전전하고 마약중독에서 허우적대다 결국 스스로 삶을 포기한 가련한 영혼 커트 코베인의 우울한 넋두리 〈Something in The Way〉까지(이 곡에서는 특이하게도 첼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Nevermind》의 음악은 일부 평론가들의 이야기처럼 단순할지는 몰라도 쇳소리 섞인 커트 코베인의 목소리를 통해 진정한 록의 정신을 접하게 해 주는 가이드로 손색이 없다.

헤로인에 취해서든 조울증에 걸려서든, 그가 유언장에서 밝혔듯 "더 이상 열정이 없어서, 서서히 꺼지는 게 싫어서" 목숨을 버린 커트 코베인의 세계를 우리가 공감할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떨까? 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했건만 음악이고 예술이고 사랑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소중한 것이 너무 많아서 나는 그러지 못하겠다.

커트 코베인이 나오지 않는 커트 코베인 영화?
영화 〈라스트 데이즈〉는 2005년 개봉한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의 실험적인 작품이다. '너바나'나 '커트 코베인'이라는 실명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영화 포스터만 봐도 커트 코베인이 바로 떠오른다. 반 산트는 10년간이나 이 작품을 구상했고, 처음에는 코베인의 일대기를 만들려 했으나 코트니 러브가 무서워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주인공 블레이크 역을 맡은 배우이자 뮤지션인 마이클 피트(Michael Pitt)는 묘하게 커트 코베인의 이미지와 비슷해서 수많은 너바나 팬들에게 사랑과 미움을 한몸에 받았다. 마이클 피트는 영화 〈헤드윅(Hedwig and The Angry Inch)〉에서도 록스타 토미 그노시스로 출연한 바 있다.

너바나 《Nevermind》,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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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mells Like Teen Spirit
2. In Bloom
3. Come as You Are
4. Breed
5. Lithium
6. Polly
7. Territorial Pissings
8. Drain You
9. Lounge Act
10. Stay Away
11. On A Plain
12. Something in The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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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섭 집필자 소개

1994년 그룹 웬즈데이(Wednesday)로 데뷔. 뮤지컬 <루나틱>, <비애로>, <그녀만의 축복>, TV 미니시리즈 <내 인생의 콩깍지>, TV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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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 저자권오섭 | cp명시공아트 도서 소개

40장의 음반과 함께 즐거운 음악의 여정, 멋대로 듣고 대책 없이 끌리는 추천 음악 에세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음반 40장과 그 뮤지션들에 대한 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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