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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표시기 | 1986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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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연주자 | 래리 칼튼 |
〈Room335〉는 기타리스트 래리 칼튼(Larry Carlton)의 초창기 시절 대표 연주곡이며, 그 이름이 래리 칼튼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전자기타 ‘Gibson ES-335’ 모델에서 따온 것이라는 사실은 음악 마니아나 뮤지션들은 꽤 많이 알고 있다. 래리 칼튼과 그의 '335 기타'의 역사는 4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스튜디오 세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면서 1968년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를 발매한 이래 20여 장의 솔로 앨범을 녹음한 40년 기타 외길 인생 덕분에 래리 칼튼은 최정상의 뮤지션들에게조차 존경 받는 '사부님'이 되었다. 그는 마이클 프랭스에서 마이클 잭슨까지, 조니 미첼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ara Streisand)까지, 포 탑스(Four Tops)에서 스틸리 댄까지를 아우르는 골드 레코드(gold record, 싱글 판으로 100만 매, LP 앨범으로 50만 세트 이상 팔린 레코드의 가수·그룹에 주는 상) 100여 장에 기타 세션으로 참여했고, 1970년대에는 크루세이더스(The Crusaders), 1990년대에는 올스타 밴드 포플레이(Fourplay)에 영입된 엘리트 뮤지션이기도 하다.
두 거장의 평범한 만남?
재즈 레이블 GRP의 간판스타 리 릿나워(Lee Ritenour)는 세션맨을 넘어 솔로 아티스트로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이고 여러 가지 면에서 늘 래리 칼튼과 비교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가 래리 칼튼과 함께 조인트 앨범을 낸다는 소식은 수많은 재즈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지만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별로 없다 했던가. 1995년에 나온 앨범 《Larry & Lee》는 두 거장이 서로 눈치를 너무 살폈는지 살짝 '무난한' 앨범이 되고 만 것 같아 아쉬웠다. 재미있는 것은 밥 제임스 등이 주축이 된 4인조 재즈 밴드 포플레이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리 릿나워가 1997년 팀을 떠나자 다름 아닌 래리 칼튼이 그 자리에 들어간 사실이다. 칼튼도 2010년에 포플레이를 탈퇴하고, 이 부담스러운 두 기타 대가들의 후임에는 척 롭(Chuck Loeb)이 간택되었다.
1980년대 말, 불행한 사고까지 극복한 래리 칼튼은 모든 것을 초월한, 그야말로 초절정 고수 도사님 같은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섰는데, 그때 이미 음악과 인생 두 가지를 모두 달관한 듯했다. 2010년 칼튼은 기타리스트 마츠모토 다카히로(松本孝弘)와 함께 녹음한 앨범 《Take Your Pick》으로 네 번째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한 앨범 작업과 라이브 투어를 계속하고 있다.
래리 칼튼이 총에 맞았다고?
1989년 래리 칼튼은 할리우드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 Room335 근처에서 10대들이 겁 없이 쏜 총에 목 부분을 맞아 거의 죽을 뻔한다. 미국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사고였다. 당시 칼튼은 새 앨범을 녹음 중이었는데 총상을 입은 후 재활치료를 하면서 앨범 녹음을 끝까지 해냈다. 그해 말에 나온 새 앨범의 타이틀이 '굳건한 땅 위에(On Solid Ground)'였으니 그와 팬들에게 모두 의미심장한 앨범이 아닐 수 없다.
화려한 장식음이나 현란한 속주 따위에는 관심 없으면서도 여섯 줄 기타에 모든 감정을 실어 연주해 내는 그의 소리는 재즈, 록, 그리고 블루스에 실려 언제나 듣는 이를 감동시킨다. 일례로 몇 년 전부터 같이 음반도 내고 투어도 다녔던 기타리스트 스티브 루카서(Steve Lukather)와 연주한 실황을 보면 '사부님' 래리 칼튼의 깊이를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다. 슈퍼그룹 토토(Toto)를 이끄는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루카서의 주변에는 어마어마한 기타 이펙터(effector, 전기 신호화한 음을 가공하여 원음과는 다른 음으로 변화시키는 일반적인 기기)들과 앰프, 이퀄라이저(equalizer, 음의 주파수를 조절하는 기능을 포함하여 음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되는 장치)들이 쌓여 있는데, 래리 칼튼은 그 오래된 '구닥다리 335 기타'만 있을 뿐이다. 기타리스트라면 누구나 '발가벗는 기분'이라며 겁내는 이른바 '생톤' 기타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루카서의 현란하고 기기묘묘한 기타 사운드도 좋지만, 래리 칼튼의 담백한 기타 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역시 사부님의 가르침'이라는 데 식자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기타라는 악기는 대략 두 종류,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으로 나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기타(나무통에 쇠줄을 달아 만든 가장 일반적인 기타)와 나일론 줄이 달린 클래식 기타는 어쿠스틱에 속하며, 록 밴드나 재즈 밴드에서 연주하는 살짝 시끄러운 기타들은 일렉트릭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바이올린 빠진 오케스트라를 상상할 수 없듯이 기타 빠진 록과 팝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기타로 노래하고, 연주하고, 작곡하고, 심지어는 때려 부수거나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까지 벌여 우리에게는 매우 친근한 악기다. 그렇게 되기까지 정말 훌륭한 기타리스트들이 훌륭한 앨범들을 녹음했다. 그런 기타 앨범들만 써 내려가도 연습장 한 권을 가득 채우겠지만, 눈 딱 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의 앨범 중에서 한 장만 뽑아 무인도에 가는 배낭에 넣으라면 틀림없이 만지작거릴 CD가 있다.
래리 칼튼이 1986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 《Alone/But Never Alone》은 단짝 친구인 일렉트릭 기타 ES-335를 잠시 손에서 놓고 어쿠스틱 통기타만으로 연주했기에 그에게나 팬들에게나 아주 각별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래리 칼튼이 어쿠스틱이든 일렉트릭이든 멋지게 연주해 내는 희대의 명필임을 알고 있지만, 이 앨범 이전에 그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Alone/But Never Alone》은 일종의 '래리 칼튼 스페셜 에디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도 간간이 방송 배경음악으로 들리는 오프닝 타이틀곡 〈Smiles and Smiles to Go〉를 필두로 자장가 같은 〈Alone/But Never Alone〉까지 총 8곡이 단출하게 들어 있는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재즈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사운드에 래리 칼튼의 통기타가 사뿐히 얹혔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사운드는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그다지 세련되거나 훌륭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듣기에 너무 밋밋하고 편한 이런 유의 1980~90년대 퓨전재즈 음악들을 '라운지 음악'이라고 업신여기기도 하지만, 1986년 당시 래리 칼튼과 친구들[아브라함 라보리엘(Abraham Laboriel, 베이스), 릭 마로타(Rick Marotta, 드럼), 테리 트로터(Terry Trotter, 피아노) 등]이 연주하고 녹음한 이 음악들이 이후의 수많은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에게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재즈, 록, 팝의 틈바구니에 끼여 '내일의 날씨'나 '○○○의 음악□□' 따위의 배경음악으로 무난하게, 그리고 줄기차게 깔려왔던 이런 크로스오버-퓨전 음악들의 진면목을 음악 애호가들이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학창 시절에 《Alone/But Never Alone》 앨범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으면 늘 A면만을 즐겨 들었다. 특히 두 번째 곡 〈Perfect Peace〉의 평화로움과 세 번째 곡 〈Carrying You〉의 사랑스러움을 좋아했다. 그리고 A면 마지막 곡 〈The Lord's Prayer〉를 들으며 늘 래리가 치는 기타가 내 방에 뒹굴고 있는 저 기타와 정녕 같은 종류의 악기일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인터넷과 유튜브(Youtube)의 보급으로 기타라는 악기가 다시금 각광받고, 사랑받고 있다. 수천만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기타 연주들을 찾아보면,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음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좀 어리둥절해진다. 게다가 유튜브 이전에 이미 유명했던 존 맥러플린, 알 디 메올라(Al Di Meola), 토미 엠마뉴엘(Tommy Emmanuel), 아드리안 레그(Adrian Legg), 비렐리 라그렌(Biréli Lagrène), 실뱅 뤽(Sylvain Luc) 등의 대가들이 엄청난 테크닉으로 통기타의 한계를 보여 줄 때마다 혀를 내두르며 놀라지만 테크닉은 늘 더 발전된 테크닉에 잊히는 법. 마음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래리 칼튼의 앨범 《Alone/But Never Alone》이야말로 "통기타!" 하면 떠오르는 첫 손가락이다.
1. Smiles and Smiles to Go
2. Perfect Peace
3. Carrying You
4. The Lord's Prayer
5. High Steppin'
6. Whatever Happens
7. Pure Delight
8. Alone/But Never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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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장의 음반과 함께 즐거운 음악의 여정, 멋대로 듣고 대책 없이 끌리는 추천 음악 에세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음반 40장과 그 뮤지션들에 대한 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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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래리 칼튼 《Alone/But Never Alone》 –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권오섭, 시공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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