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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무인도에 떨
어져도 음악

캐롤 《Tapestry》

40년 동안 아름답게 걸려 있는 태피스트리

요약 테이블
창작/발표시기 1971년

좋은 노래란 무엇일까? 음악은 상대적이고도 주관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노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곡가와 가수는 은퇴하고 잊혀도, 노래는 수십 년 수백 년을 장수하기도 한다. 정규방송이 끝나고 흘러나오는 애국가를 끝까지 듣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올림픽 시상식장에서의 애국가는 눈물샘을 자극하며, 시끄럽고 유치해서 평소에는 듣지도 않는 최신 댄스음악도 노래방에서 같이 어울려 부를 때는 사람들을 광분시킨다. 구닥다리 옛날 노래 역시 촌스럽고 식상해 보여도 어느 순간 마술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빼앗는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싱어 송 라이터 캐롤 킹(Carole King)은 마술사의 반열에 오른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Will You Love Me Tomorrow?〉처럼 그녀가 작곡한, 혹은 그녀가 노래한 수많은 음악들이 30~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리고 들리며, 사람들을 마법에 걸리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프러포즈용으로도 쓰인다.

캐롤 킹은 1942년에 퀸즈에서 태어나 자란 뉴욕 토박이다. 퀸즈 대학을 다니며, 훗날 그녀만큼 유명해진 싱어 송 라이터 폴 사이먼(Paul Simon), 닐 세다카(Neil Sedaka) 등과 친하게 지냈다. 자연스럽게 음악의 길을 걷던 그녀는 1959년 닐 세다카가 부른 〈Oh Carol〉이 히트하면서 '뜨기도 전에 이미 뜬' 유명인사가 되기도 한다.

캐롤 킹은 이미 20대 초반에 남편이자 공동 작곡가인 제리 고핀(Gerry Goffin)과 함께 수많은 가수들의 작업을 하며 자신들의 레이블을 차릴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히트곡도 여럿 냈는데, 그녀 자신을 슈퍼스타로 만든 것은 역시 1971년의 솔로 앨범 《Tapestry》다. 이 앨범은 포크뿐만 아니라 팝, 록, 재즈에서도 중요하게 자리매김한 이정표 같은 앨범이다.

《Tapestry》의 깨지지 않는 기록
캐롤 킹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이기도 했던 《Tapestry》는 1971년 빌보드 차트에서 무려 15주나 1등을 차지했고, 그 이후 6년간이나 차트에 머물러 있었다. 이 기록은 여자 가수가 세운 기록으로는 유일무이해서 40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사실 캐롤 킹은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녔다거나 황홀한 테크닉의 연주를 보여 주는 뮤지션은 아니다. 도리어 내가 보기에 최악의 〈You've Got A Friend〉는 캐롤 킹 자신이 부른 버전인 것 같다. 캐롤 킹 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킹은 별 특색이 없는 탁한 음색의 가수다. 그러나 그녀는 싱어 송 라이터다. 자신의 곡을 자신이 직접 노래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음악의 요소이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멜로디와 가사가 뇌리에 남아 잊히지 않는다. 이것이 포크 음악의 매력인 것이다. 보컬과 연주, 편곡과 녹음에 앞서 작곡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으로 밥 딜런이나 레너드 코헨의 가창력도 그래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캐롤 킹

ⓒ 황가영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1971년 《Tapestry》가 발매되자 따끈따끈한 신곡인 〈It's Too Late〉, 〈So Far Away〉, 〈I Feel The Earth Move〉가 줄줄이 히트했으며, 그녀가 작곡하고 다른 가수들이 불러 이미 히트를 쳤던 보석 같은 노래 〈Will You Love Me Tomorrow?〉, 〈You've Got A Friend〉, 〈A Natural Woman〉, 〈Smackwater Jack〉 등도 작곡가 본인의 따뜻하고도 풋풋한 목소리로 일종의 '언플러그드(전자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음악)'화가 되어 나름 그 빛을 더욱 발하게 되었다.

여성이 가수가 아닌 작곡가로서 인기를 얻고 인정받는 일은 지금도 흔한 일이 아닌데, 그 시절에 이토록 맹활약한 것을 보면, 대중문화 역사에서 캐롤 킹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캐롤 킹과 함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싱어 송 라이터로 꼽히는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 《Tapestry》에 코러스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캐롤 킹이 포크적이고 대중적이었다면, 조니 미첼은 좀 더 재즈적이고 작가적인 성향의 작곡가라 잘 연결이 되지 않지만, 〈Will You Love Me Tomorrow?〉에서 들리는 두 사람의 하모니는 신선하고도 멋지다. 물론 약방의 감초인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도 하모니를 거들고 있다.

캐롤 킹이 미드에 출연했다고?
나는 늘 캐롤 킹이 할리우드의 거물급 배우 글렌 클로즈(Glenn Close)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캐롤 킹도 영화는 아니지만 TV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다. 꽤 인기 있었던 미드 〈길모어 걸스(Gilmore Girls)〉에 CD 가게 여주인으로 몇 차례 나왔었는데, 킹의 곡인 〈Where You Lead〉가 이 드라마의 주제가였던 것이 계기였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늘 느끼는 바이지만, 《Tapestry》 앨범의 수록곡은 모두 예쁘고 듣기 좋다. 버릴 곡이 없다. 앨범 제목(Tapestry,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처럼 마치 조각조각 예쁜 무늬가 장식된 태피스트리를 감상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이 곡들을 자신들의 앨범에서 다시 부르고 있으며, 1995년에 비지스(Bee Gees),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 에이미 그랜트(Amy Grant), 맨해튼 트랜스퍼(Manhattan Transfer) 등 당대의 가수들이 아예 캐롤 킹에게 바치는 《Tapestry Revisited》라는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다.

〈Will You Love Me Tomorrow?〉는 로버타 플랙이, 〈You've Got A Friend〉는 제임스 테일러가, 〈A Natural Woman〉은 아레사 프랭클린이 부른 버전을 더 좋아하지만, 그것이 캐롤 킹에게 별로 누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화려하거나 복잡하거나 정교하거나 강렬하지 않고도 40년 동안 꾸준히 진화하면서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든 킹 아줌마가 존경스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캐롤 킹의 노익장
2010년 캐롤 킹은 그녀의 평생 음악친구인 제임스 테일러와 함께 LA의 트로바도(Troubadour) 극장에서 콘서트를 가진다. 1970년에 같은 자리에서 둘이 함께 공연한 지 무려 40년 만이었다. 이 둘이 석 달간 호주와 미국을 돌며 가진 재결합 투어 〈Troubadour Reunion Tour〉는 엄청난 관객들을 불러 모아 그 어느 팝 가수나 록 밴드의 공연보다도 성공적이었다. 기세를 몰아 킹은 2011년 겨울, 캐럴 앨범도 발표해 히트한다. 한국 나이로 칠순인데도 말이다.

캐롤 킹 《Tapestry》,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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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 Feel The Earth Move
2. So Far Away
3. It's Too Late
4. Home Again
5. Beautiful
6. Way Over Yonder
7. You've Got A Friend
8. Where You Lead
9. Will You Love Me Tomorrow?
10. Smackwater Jack
11. Tapestry
12.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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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섭 집필자 소개

1994년 그룹 웬즈데이(Wednesday)로 데뷔. 뮤지컬 <루나틱>, <비애로>, <그녀만의 축복>, TV 미니시리즈 <내 인생의 콩깍지>, TV ..펼쳐보기

출처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 저자권오섭 | cp명시공아트 도서 소개

40장의 음반과 함께 즐거운 음악의 여정, 멋대로 듣고 대책 없이 끌리는 추천 음악 에세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음반 40장과 그 뮤지션들에 대한 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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