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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표시기 | 197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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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연주자 | 퀸 |
대학로에서 카페를 하던 시절, 단골손님에게서 재미있는 질문을 받았다.
"사장님,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세 곡만 틀어 주세요."
이 손님, 나보다 나이가 댓살 위였으나 록에 늦바람이 나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게에 찾아와 신청곡과 추천곡을 번갈아 청하던 회사원이었다. 그는 자그마한 수첩에 내가 언급한 곡이나 앨범, 가수들을 열심히 메모해 CD를 구입하기도 하고 자료를 모으기도 하는 등 아주 열심이었는데,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후에는 심오한 철학적 화두를 던지듯 이런 난처한 요청을 하고는 했다.
"에이, 서른 곡이면 몰라도 어떻게 세 곡만 꼽을 수가 있어요?"
손사래는 쳤지만 뜸도 안들이고 바로 세 곡을 골라 틀어 주었다.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그리고 퀸의 〈Bohemian Rhapsody〉. 캔자스(Kansas)의 〈Carry on Wayward Son〉도 말했었나? 가물가물하다.
그 손님은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에이, 권 사장님이라면 뭔가 색다른 곡들을 얘기하실 줄 알았는데……. 이 노래들은 좀 뻔하지 않아요?"
그렇다. 너무 유명한 곡들이고 나조차도 이미 예전에 질려 버려 이제는 잘 듣지도 않는 곡들이다. 거꾸로 그에게 질문했다.
"그럼 이 곡들 중에 너무 어려워서 아무도 다시는 연주하지 않는 곡이 뭔지 아세요?"
그 손님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정답은 퀸(Queen)의 〈Bohemian Rhapsody〉다. 치밀한 레코딩과 기상천외한 스케일로 다른 밴드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퀸 당사자들조차 이 곡의 라이브 연주 때는 녹음된 코러스와 반주 테이프를 틀었으니 난이도로 따지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곡임에 분명하다. 〈Bohemian Rhapsody〉가 들어 있는 퀸의 《A Night at The Opera》 또한 록의 3대 명반에 들어갈 만큼 훌륭한 앨범이다.
군웅이 할거하던 록 음악의 춘추전국시대였던 1970년대. 그 한가운데서 영국 런던 출신의 4인조 밴드 퀸은 사람들에게 양성애자나 게이를 연상시키는 또 하나의 하드록 혹은 글램록(glam rock) 밴드일 뿐이었다. 하지만 1975년에 발매한 그들의 네 번째 앨범 《A Night at The Opera》는 그야말로 역전만루홈런이었다. 이 앨범 이후 퀸은 레드 제플린과 함께, 1960년대에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가 시작했던 '영국의 미국 침공' 역사를 이어가게 됨은 물론, 록을 썩 반기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게 되었다. 비록 〈Bohemian Rhapsody〉는 한동안 금지곡이었지만.
퀸이 글램록 밴드였다고?
글램록이란 1970년대 초 영국에서 유행한 일종의 '패셔너블' 록 음악의 장르다. 반짝이 무대의상과 기상천외한 헤어스타일과 액세서리를 하고 나와 '글리터(glitter) 록'이라고도 한다. 티렉스, 데이빗 보위, 루 리드, 록시뮤직 등이 글램록의 대표주자였다. 1998년에 나온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주연의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보면 글램록의 '정신사나움'을 살짝 경험해 볼 수 있다.
퀸은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머리를 자르고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하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음악이 너무 말랑말랑해졌다', '상업적이다', '과거의 명성에 빌붙어 먹고 산다' 등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슈퍼밴드로서의 명성을 계속해서 구가했는데, 1992년 머큐리가 그만 에이즈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얼굴마담이었던 그의 사망으로 여왕(퀸)의 20여 년간의 장기 집권도 종지부를 찍었다. 머큐리가 동성애자란 소문은 거의 정설이었지만 그가 끝내 공식적으로 인정을 하지 않았던 터라 그의 죽음은 세계적으로 충격적인 뉴스가 되었으며, 남은 멤버들이 슈퍼스타들과 함께 웸블리 경기장에서 연 추모 공연은 전 세계로 실황중계되어 1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드록', '오페라록', '글램록', '브리티시 메탈' 등 퀸의 음악을 가리키는 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그들만큼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록 그룹도 흔하지 않기에 나는 그냥 '퀸-록'이라고 한다. 퀸-록의 특징은 물리학과 수학 석사 출신인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Brian May)의 깔끔하고 독특한 기타 연주, 록 싱어로서는 너무나 '수려한'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과 피아노에 있다. 거기에 영국 밴드 특유의 오묘하고 야릇한 가사가 얹혀, 멀리서 한두 소절만 들어도 퀸의 음악은 티가 확 나는 것이다.
퀸은 록 밴드답지 않게 이른바 '멀티 레코딩(한번에 라이브로 녹음하지 않고 여러 트랙에 악기와 목소리를 나눠 녹음하는 기술)'을 즐겼던 밴드이기도 한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Bohemian Rhapsody〉 같은 곡이 가능했다. 같은 이유로 록의 골수 원리주의자들은 퀸을 '비겁한 수정론자' 취급하기도 한다. 라이브 레코딩(수정이나 오버더빙 없이 한번에 녹음하는 기술)을 즐겨 했던 레드 제플린과 매우 대조적이기는 하지만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개인 취향이니 접어두기로 한다. 어차피 두 밴드는 가는 길이 서로 완전히 달랐으니.
《A Night at The Opera》에는 총 12곡의 알토란같은 곡들이 스펙트럼처럼 들어 있다. 가볍고 재미난 곡(〈Lazing on A Sunday Afternoon〉, 〈Seaside Rendezvous〉, 〈Good Company〉)부터 무겁고 장황한 곡(〈The Prophet's Song〉)까지, 아름다운 발라드(〈Love of My Life〉)에서 정통 하드록(〈Death on Two Legs〉, 〈I'm in Love with My Car〉)까지, 흥겨운 팝 사운드(〈You're My Best Friend〉)에서 포크록(〈'39〉), 심지어는 클래식 음악까지(〈Bohemian Rhapsody〉) 매우 다양하다. 누구나 앨범을 낼 때에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싶어 하고, 또 그 때문에 여러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 앨범을 화려하게 구성해 보는데, 그러한 시도는 대략 이도 저도 아닌 산만한 비빔밥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A Night at The Opera》는 산만하기는커녕 퀸의 진가만 더욱 빛내 주니, 비빔밥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그 차원이 달라지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퀸은 《A Night at The Opera》 이후 1978년 《Jazz》, 1980년 《The Game》 등의 걸출한 명반을 줄줄이 녹음해 대중과 평단 양쪽에서 열광적인 호응을 얻게 되지만, 1991년 앨범 《Innuendo》를 끝으로 그 천방지축 활동을 마감한다. 1984년 〈I Want to Break Free〉 뮤직비디오에서는 네 멤버가 여장을 하고 나와 모든 사람을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워낙 예쁘게 생긴 드러머 로저 테일러(Roger Taylor)야 그렇다 치지만, 콧수염도 안 깎은 프레디 머큐리의 여장이라니.
팔방미인, 다재다능한 퀸
프레디 머큐리 사후 1995년에 나온 《Made in Heaven》까지 합쳐 퀸은 총 14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18곡의 1위 히트곡을 냈다. 그들의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3억 장 이상 팔렸고, 퀸은 〈플래시 고든(Flash Gordon)〉(1980), 〈하이랜더(Highlander)〉(1986)의 영화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아직도 수많은 TV쇼와 광고, 영화 등에 퀸의 음악은 계속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퀸을 소재로 한 컴퓨터 게임까지 등장했다.
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아직도 스포츠 경기장에 가면 심심치 않게 〈We Will Rock You〉의 '쿵쿵따 비트'를 들을 수 있고, TV에서는 무엇인가에 승리할 때마다 〈We are The Champions〉를 틀어댄다. 이 곡의 가사가 실제로는 동성애자가 커밍아웃하는 인생역전을 그린 내용이라고 하면 다들 아연실색하겠지만……. 역시 좋은 음악은 '기능적인 음악'이라는 설을 방증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퀸의 음악이 뮤지컬로 탄생하다!
2002년, 진짜 '퀸'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50주년 기념으로 공연된 뮤지컬 〈We Will Rock You〉는 퀸의 음악으로만 제작된 이른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제작한 이 뮤지컬은 웨스트엔드(West End, 영국 런던 서쪽의 극장밀집지역)에서의 롱런을 2006년에 끝내기로 했지만 열기가 식지 않아 무기한 연장 공연에 들어갔다. 2004년에는 일본, 2008년에는 국내에도 상륙했다.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퀸이지만 그 팬들이 뮤지컬 팬들과는 겹치지 않았는지 〈We Will Rock You〉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1. Death on Two Legs (Dedicated to...)
2. Lazing on A Sunday Afternoon
3. I'm in Love with My Car
4. You're My Best Friend
5. '39
6. Sweet Lady
7. Seaside Rendezvous
8. The Prophet's Song
9. Love of My Life
10. Good Company
11. Bohemian Rhapsody
12. God Save The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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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장의 음반과 함께 즐거운 음악의 여정, 멋대로 듣고 대책 없이 끌리는 추천 음악 에세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음반 40장과 그 뮤지션들에 대한 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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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퀸 《A Night at The Opera》 –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권오섭, 시공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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