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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선

남선, 南宗禪

자신의 청정한 성품을 단박에 꿰뚫어보아 깨닫다

신회가 혜능의 문하를 달마의 직계라고 주장한 이후, 거기에 동조하는 수행승들이 많이 나타나 혜능의 문하, 즉 남종은 크게 번창하여 혜능이 선종 제6조가 되었다. 혜능의 전기와 법문은 그의 제자 법해(法海)가 엮은 《육조단경》에 잘 나타나 있다.

혜능대사가 대범사(大梵寺) 강당의 높은 자리에 올라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하고 무상계(無相戒)를 줄 때, 그 자리 아래에 1만여 명의 대중이 있었다.
<敦煌本 六祖壇經>
혜능대사가 말했다.
“선지식들아, 나의 법문은 예로부터 모두 무념(無念)을 주된 요지로 하고, 무상을 본질로 하며, 무주(無住)를 근본으로 한다.

어떤 것을 무상이라 하는가?
무상이란 차별 속에 있으면서 차별을 떠난 것이다.
무념이란 생각 속에 있으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무주란 사람의 본성이 찰나마다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敦煌本 六祖壇經>

무념이란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을 떠나지 않으면서 그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생각 속에 있으면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무념이 지혜의 완성, 곧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이다. 생각을 일으켜 보거나 듣거나 느끼거나 알더라도 그것에 오염되지 않아 항상 자유롭고, 대립하는 2분법이 모조리 사라져 생각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게 무념이다.

무상에서 상(相)은 ‘차별’이라는 뜻이다. ‘차별 속에 있으면서 차별을 떠난다’는 것은 대립과 차별 속에 있으면서도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않고,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온갖 차별 현상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무주다. 모든 찰나에 대상이 이어지지만 대상과 단절하지도 않고 얽매이지도 않고 속박되지도 않는 것이다.

찰나마다 어떤 생각이 일어나도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한 찰나라도 얽매이게 되면 모든 찰나에 얽매이게 되니, 이것을 속박이라 한다. 모든 것에서 어떤 찰나에도 얽매이지 않으면 속박이 없으니, 그래서 무주를 근본으로 삼는다.
<敦煌本 六祖壇經>

선종에서 《금강경(金剛經)》의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 마음을 내야 한다(應無所住而生其心)’는 구절이 자주 인용되는 것은 혜능의 법문에 기인한다. 그래서 달마가 혜가에게 《4권 능가경》을 전한 이래로, 이 경이 선종의 근본 경전으로 이어져오다가 혜능 이후에는 《금강경》이 근본 경전으로 되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 마음을 내야 한다’는 마음을 일으키되 형상 · 소리 · 냄새 · 맛 · 감촉 · 의식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남에게 베풀되 베푼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남에게 가르쳐주되 가르쳐준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엇을 좌선이라 하는가?
이 법문에는 막힘도 없고 걸림도 없다. 밖으로는 온갖 경계에 있어도 망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좌(坐)라 하고, 안으로 자신의 흔들리지 않는 본성을 보는 것을 선(禪)이라 한다.
<敦煌本 六祖壇經>

‘흔들리지 않는 본성을 본다’는 것은 견성(見性)을 말한다. 혜능은 좌선을 중시했던 이전의 선법에서 나아가 온갖 경계에 물들지 않아 자신의 청정한 성품이 항상 자재하고, 마음을 일으켜 대상 속에서 움직여도 그것에 속박되지 않고, 가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항상 곧은 마음(直心)이 드러나는 것을 선이라 했다. 남종선(南宗禪)의 핵심은 자신의 청정한 성품을 단박에 꿰뚫어보아 깨닫는 돈오견성(頓悟見性)이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거늘 어찌 그곳에서 진여(眞如)의 본성을 단박에 보지 못하는가.
<敦煌本 六祖壇經>
나는 홍인화상의 처소에서 한 번 듣고 그 말끝에 크게 깨쳐 진여의 본성을 단박에 보았다. 그래서 이 교법을 후대에 널리 퍼뜨려 도를 배우는 이에게 각자 마음을 관조해서 자신의 본성을 단박에 깨치게 했다.
<敦煌本 六祖壇經>

일반적으로 남돈북점(南頓北漸)이라 하여, 신수의 북종은 점점 깨쳐 나가는 점오(漸悟), 혜능의 남종은 단박에 깨치는 돈오(頓悟)라고 한다. 혜능은 반야바라밀의 실천과 더불어 무상계(無相戒)를 설하고 있는데, 이 무상계는 무념 · 무상 · 무주에 의거해서 형식적인 장엄이나 의례를 배척하고, 자신의 청정한 성품에 귀의하는 것이다. 자신의 육신 속에 있는 청정한 법신(法身)에 따라 생각하는 작용이 화신(化身)이고, 생각마다 선하면 보신(報身)이다. 이 도리를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닦는게 귀의이다.

모두 자신의 몸으로 무상계를 받도록 하라. 모두 나를 따라 말하라. 자신의 3신불(三身佛)을 보게 하리라.

“내 육신의 청정한 법신불(法身佛)에 귀의하고,
내 육신의 천백억 화신불(化身佛)에 귀의하고,
내 육신의 원만한 보신불(報身佛)에 귀의합니다”라고 하라.
(이상 세 번 반복함)

육신은 집과 같다. 3신(身)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은 그것이 자신의 성품 속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다 있으나 어리석어 보지 못하고 밖에서 3신을 찾는다. 그래서 자신의 육신 속에 있는 3신불을 보지 못한다.
<敦煌本 六祖壇經>
선종 계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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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표기법

  • ・ ⓢ 혹은 <산>은 산스크리트(sanskrit), ⓟ 혹은 <팔>은 팔리어(pāli語)를 가리킨다.
  • ・ 산스크리트와 팔리어의 한글 표기는 1986년 1월 7일에 문교부에서 고시한 ‘개정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된소리와 장음표기를 쓰지 않고, 동일 겹자음일 경우에 앞 자음은 받침으로 표기했다.
  • ・ 예) ⓟvipassanā ⇒ 위팟사나
  • ・ 음사(音寫)는 산스크리트 또는 팔리어를 한자로 옮길 때, 번역하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말한다.
  • ・ 예) 반야(般若, ⓢprajnā ⓟpannā) / 열반(涅槃, ⓢnirvāṇa ⓟnibbāna)

경전 표기법

  • ・ 전거에서, 예를 들어 <雜阿含經 제30권 제7경>은 《잡아함경》 제30권의 일곱 번째 경을 가리킨다.
  • ・ 《니카야(nikāya)》의 경우, <디가 니카야 22, 大念處經>과 <맛지마 니카야 54, 哺多利經>에서 22와 54는 경 번호이고, <상윳타 니카야 23 : 15, 苦(1)>에서 23은 분류(division) 번호이고, 15는 경 번호이다.

곽철환 집필자 소개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를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불교 길라잡이』와 『시공 불교사전』이 있고, 옮긴 책으로 『핵심 아함경』이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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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모든 것 | 저자곽철환 | cp명행성B잎새 도서 소개

한 권으로 읽는 불교 입문서. 어느 순간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삶이 고달프고 가난한 사람뿐만 아..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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