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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가가 달마대사를 밤낮으로 섬겼으나 대사는 면벽만 할 뿐 아무런 가르침도 주지 않았다. 눈 오는 어느날 밤, 혜가가 대사의 거처 앞에 꼼짝 않고 서 있으니 새벽녘에는 눈이 무릎까지 쌓였다. 대사가 물었다.<景德傳燈錄 제3권, 菩提達摩章>
“오랫동안 눈 속에 서서 무엇을 구하는가?”
“화상께서는 자비로 가르침을 베푸셔서 중생들을 제도해주십시오.”
“부처님의 도는 오랜 겁을 정진해서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하고 참기 어려운 일을 참아야 하거늘, 어찌 작은 공덕과 작은 지혜와 경솔한 마음과 교만한 마음으로 가르침을 바라는가. 헛수고일 뿐이다.”
이에 혜가가 칼을 뽑아 자신의 왼쪽 팔을 잘라 대사 앞에 놓았다. 혜가가 말했다.
“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부디 대사께서 편하게 해주십시오.”
“마음을 가지고 오너라. 그러면 편하게 해주마.”
“마음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느니라.”
마음을 찾는 일 그 자체가 헛고생이었다. 혜가(慧可, 487~593)는 마음이 너무나 불안하고 괴로워서 마음에 질려버렸다. 그래서 내려놓았다. 2분으로 분별하는 마음이 녹아버리니, 모든 경계가 사라졌다. 그래서 그저 편안했다. 비로소 혜가는 안심했다. 능가종(楞伽宗)은 달마가 2조 혜가에게 전한 선법으로, 《4권 능가경》이 근본 경전이다. 이 경의 요점은 세존께서 한 자(字)도 설하지 않았으니, 문자에 집착하지 말고 유심을 체득하여 자내증(自內證)하라는 가르침이다.
자내증이란 자신이 직접 체득한 내면의 깨달음으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직접 체험 그 자체이다. ‘한 자도 설하지 않았다’는 것은, 석가세존이 직접 체득한 깨달음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내증은 언어와 분별을 떠나 자신이 직접 증득할 수밖에 없고, 경전의 언어는 그것을 가리키는 나침반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세존이 가섭에게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으로 마음을 전한 것과 다르지 않고, 달마도 번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음을 장벽같이 하여 움직이지 않으면 다시는 문자나 교리에 이끌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달마를 초조로 하는 선종에서는 문자에 있지 않아서(不立文字) 교설을 떠나 따로 전하니(敎外別傳), 인간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直指人心) 그 성품을 보고 깨달음을 이룬다(見性成佛)는 것을 근본 취지로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것과 같이, 문자에 집착하는 자는 나의 진실을 보지 못한다.”<楞伽阿跋多羅寶經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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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표기법
- ・ ⓢ 혹은 <산>은 산스크리트(sanskrit), ⓟ 혹은 <팔>은 팔리어(pāli語)를 가리킨다.
- ・ 산스크리트와 팔리어의 한글 표기는 1986년 1월 7일에 문교부에서 고시한 ‘개정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된소리와 장음표기를 쓰지 않고, 동일 겹자음일 경우에 앞 자음은 받침으로 표기했다.
- ・ 예) ⓟvipassanā ⇒ 위팟사나
- ・ 음사(音寫)는 산스크리트 또는 팔리어를 한자로 옮길 때, 번역하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말한다.
- ・ 예) 반야(般若, ⓢprajnā ⓟpannā) / 열반(涅槃, ⓢnirvāṇa ⓟnibbāna)
경전 표기법
- ・ 전거에서, 예를 들어 <雜阿含經 제30권 제7경>은 《잡아함경》 제30권의 일곱 번째 경을 가리킨다.
- ・ 《니카야(nikāya)》의 경우, <디가 니카야 22, 大念處經>과 <맛지마 니카야 54, 哺多利經>에서 22와 54는 경 번호이고, <상윳타 니카야 23 : 15, 苦(1)>에서 23은 분류(division) 번호이고, 15는 경 번호이다.
글
출처
전체목차
- 4제 - 괴로움에서 열반으로 가는 고 · 집 · 멸 · 도
- 12연기 - 괴로움이 일어나고 소멸하는 열두 과정
- 5온 - 인간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의 무더기
- 3독 - 열반에 장애가 되는 세 가지 번뇌
- 무상 · 고 · 무아 - 열반으로 가는 세 관문
- 3학 - 열반으로 가는 세 가지 수행, 계 · 정 · 혜
- 4정단 - 열반에 이르기 위한 네 가지 바른 노력
- 5근 - 열반에 이르게 하는 다섯 가지 마음의 기능
- 4염처 - 몸 · 느낌 · 마음 · 현상에 대한 알아차리기의 확립
- 7각지 - 일곱 가지 깨달음의 요소
- 위팟사나 - 무상 · 고 · 무아를 통찰하는 수행
- 열반 -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소멸
- 4무량심 -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 자 · 비 · 희 · 사
- 계율(戒律) - 악을 방지하고 선을 쌓기 위한 규율
- 반열반(般涅槃) - 호흡을 거두고 정적(靜寂) 속으로
- 3보사찰이란?
-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림 사찰은 어디어디인가?
- 법당이란?
- 법당에서 지켜야 할 예절은?
- 안거란?
- 공양이란 어떤 의식인가?
- 발우공양은 어떻게 하나?
- 불교의 4대성지는?
- 적멸보궁은 어떤 곳인가?
- 염주의 용도는?
- 연꽃은 무엇을 상징하나?
- 우담바라는 어떤 나무인가?
- ‘만’ 자는 무엇을 뜻하나?
- 불기는 어떻게 계산하나?
- 불교의 4대 기념일은?
- 무차대회란?
- 극락조와 금시조는 어떤 새인가?
- 108번뇌에서 108은?
- 사리란 무엇인가?
- 범패란 무엇인가?
- 불사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사바세계란?
- 선지식이란?
- 아사리란 누구를 말하나?
- 나무아미타불의 뜻은?
-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은 무슨 뜻인가?
- 마하반야바라밀의 뜻은?
-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의 뜻은?
- 옴 마니 반메 훔의 뜻은?
- 진언과 다라니의 차이는?
- 산스크리트와 팔리어는 어떤 언어인가?
- 십우도는 무엇을 그린 그림인가?
- 탱화는 무엇을 그린 그림인가?
- 변상도란?
- 괘불의 용도는?
- 영산재는 어떤 의식인가?
- 당간지주의 용도는?
- 전륜성왕은 어떤 왕인가?
- 명왕이란?
- 찰나와 겁은 어느 정도의 시간인가?
- 수미산과 3계와 6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 천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천들이 있나?
- 천상천하유아독존의 뜻은?
- 회향식이란?
- 승려의 직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승려들의 존칭에는 어떤 말들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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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 불교의 종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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