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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공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고도 넓다. SF소설에 자주 언급되는 광년이라는 단위가 너무 헤프게 사용되어 간과할지도 모르지만, 광년의 단위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 킬로미터라고 하니, 1광년은 30만X60(초)X60(분)X24(시)X365(일)=94,608,000만 킬로미터, 그러니까 뒷자리 잘라내도 약 9조 킬로미터라는 엄청난 거리다. 그런데 은하계의 한쪽 끝에서 한쪽 끝까지 가는 게 10만 광년이라고 하니, 여기에서 다시 10만을 곱해야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가 나온다.
우주의 단위라는 것은 정말 '천문학적인' 단위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고, 이런 것에 비하면 우리의 태양계는 정말 티끌보다도 작은 셈이다. 그런데 1977년에 출발한 보이저 2호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1998년도에야 겨우 명왕성을 지나갔다고 한다. 인간은 아직 그 우주의 티끌조차 보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우주를 바라보고, 그 드넓은 세계를 계속해서 상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SF라는 장르다. 이 장르는 정말 상상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그 대상이 우주라는 현실 세계와 통하고 있기 때문에, SF에서의 세계는 단순한 공상을 넘어서 현실과 소통하는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세계이기도 하다. 최대한 상상을 발휘하면서도 기존의 세계 자체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장르가 바로 SF인 것이다.
이러한 SF장르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사실 공간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주의 공간은 거의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넓다. 그러나 이 공간을 현실적인 차원에서 다루게 된다면, SF는 더 이상 SF가 아니게 된다. 애초에 이동할 수 없으면 이야기를 전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를 완전히 무시해버리면 SF가 가진 특성, 즉 상상과 현실의 외줄타기라는 그 미묘한 성격이 훼손될 수 있다.
물론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물 같은 경우에는 굳이 과학적인 부분을 따지지 않기도 하지만, 소위 주류를 이루는 하드 SF장르의 경우에는 이러한 전문적인 부분을 어떻게든 취합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하드 SF장르에 등장하는 우주여행의 방식들은, 적어도 그 시대의 현대물리학 이론에 기반을 두고 그 위에 상상력을 더하는 방식으로 전개 되는 경우가 많다.
워프 항법
워프(warp)란 그 단어 원래의 뜻과 같이 공간을 왜곡시키고 구부림으로써 공간을 연결, 이동하는 방식이다. 요즘은 워프라는 단어가 난무해서 그저 공간이동이라고만 생각되기 쉽지만, 원래 워프 개념을 도입했을 때는 공간 왜곡에 의한 이동방법을 말했다. 워프를 간단히 설명하는 방법으로 종이 접기를 들 수 있다. 한 장의 종이를 반으로 접고, 송곳으로 두 장의 종이를 꿴다. 그 구멍을 통해 지나가면 종이를 돌아서 갈 필요가 없이 종이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이처럼 공간을 일그러뜨려 거리를 축소하고, 그를 통해 이동하는 방식을 워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생각은 우주공간을 굽어진 공간일 거라고 파악하는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광속 우주여행이라는 개념을 상대성 이론을 통해 불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적어도 '현재의 물리 세계'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여기서의 문제는, 속도의 증가는 동시에 질량의 증가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면 너무 복잡해질 테니 생략하겠지만, 질량의 증가는 결국 에너지의 증가를 야기하며 이것이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질량의 증가도 무한대에 가까워진다.
우리는 어떻게 우주공간에서 광속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의 구현 자체는 불가능하다. 무한의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질량이 있는 물체의 경우 광속을 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빛이 광속인 것은 그 질량값이 0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 질량이 마이너스(-)인 타키온이라는 입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입자는 질량이 마이너스이므로 항상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다닌다는 설정이 되어 있는데, 이를 사용해서 초광속 비행을 하는 설정들이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자가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절대로 포착할 수 없고 또한 우주선 자체를 타키온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의미를 상실했다.
그러나 공간이 구부러지는 것, 즉 중력에 의한 공간 왜곡을 이용한다면 광속을 넘을 수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광속을 넘는 것은 아니지만,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은 가능하다. 다시 한 번 종이에 비유하자면 종이 위에 물체를 올려놓고 그 종이를 움직이면 물체도 따라서 움직인다. 그렇게 우주선이 있는 공간을 목적지까지 잡아 늘렸다가 우주선은 목적지에 내려놓고 공간을 원상 복구하면 빛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동시에 상대성 이론에서 제기되었던 물리적 법칙을 벗어나지도 않는다.
물론 이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한지를 알아내는 것일 뿐, 그것의 구현이 멀고 먼 미래에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인데, 첫째로 어떻게 구부리느냐이다. 인위적으로 공간의 굴곡을 제어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 정도의 굴곡을 만들려면 블랙홀 수준의 중력장이 필요할 테고, 그를 위한 대용량의 워프 엔진은 순간적으로 초신성 폭발 규모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해야 한다. 즉 적어도 현실의 시점에서는 이것이 이뤄질 수 있느냐에 대해 한없는 물음표를 찍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SF는 현실성을 강조하지만 어찌 됐건 상상의 세계를 펼치는 공간이다. 영화 '스타트랙' 시리즈는 워프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SF에서의 상상력은 그것이 단순히 상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그 매력이 있다. 실제로 나사(NASA)에서는 항성 간 우주를 초광속으로 여행하는 방법을 연구 중에 있다. 이는 중력 조작, 관성 제어, 이론적으로 진공 속에 존재하는 거대한 에너지의 제어, 워프 스페이스에 대한 연구로 구성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워프를 실제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작은 상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끝은 현실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지도 모른다.
하이퍼스페이스
앞에서 말했듯이, 현실 세계에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현재의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다른 물리법칙을 가지고 있는 세계라면 어떨까? 모든 세계에서 이와 같은 조건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걸까? 이러한 상상의 과정에서 다차원 공간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는 또 다른 SF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만약 공간이 우리가 느끼는 것 위의 차원을 가진다면 어떨까라는 놀라운 형태의 상상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바로 초공간, 하이퍼스페이스(hyperspace)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2차원 인간이고 한 장의 뫼비우스의 띠 위에 산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2차원 인간인 이상 인식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또한 띠의 길이가 꽤 길어서 두 바퀴 돌아서 제자리에 오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고, 우리에게 그것은 갈 수 없는 거리로 인식될 것이다. 그런데 밖에서 보면, 이 뫼비우스의 띠는 납작하게 눌려 있어서 띠의 서로 반대편에 있는 종이가 거의 맞붙어 있다. 어느 날 2차원 인간인 우리가 띠 위에 서 있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거대한 충격파가 띠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 충격으로 우리는 띠 위의 2차원 공간에서 내던져졌는데, 공교롭게도 바로 옆에 납작하게 붙어 있던 띠의 반대쪽 부분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띠의 양쪽 면이 거의 붙어 있었기 때문에, 3차원 공간의 비행은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사실 눈 깜짝할 새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눈을 다시 떠보니 띠의 반대편까지 와 있다. 세상의 정반대 편까지 눈 깜찍할 새에 와버린 것이다.
위의 이야기를 3차원으로 확장시키면 바로 초공간 도약에 대한 설명이 된다.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시야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4차원 이상의 다차원으로 공간이 구성되어 있을지라도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공간은 3차원뿐이다. 하지만 공간은 4차원 이상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우리가 곧게 뻗어 있다고 생각하는 이 우주는, 위에서 본 뫼비우스의 띠처럼 사실은 휘어 있고, 정반대 쪽이 바로 옆에 붙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차원의 벽을 넘어서 반대쪽으로 갈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초공간 도약이 되는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에서는 하이퍼스페이스 엔진을 켜면 갑작스럽게 가속이 시작되고, 어느 시점에서 공간의 왜곡을 통해서 초공간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초공간에서는 광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비행하여 원하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즉 스타워즈의 세계 속에서는 아인슈타인의 물리법칙이 통용되지 않는 초공간을 통해서 광속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것이다. 하이퍼스페이스라고 불리는 다른 차원의 공간을 상상하고 현실과는 다른 물리법칙을 가정하여 이를 경유함으로써, 시공간을 넘나드는 원거리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하이퍼스페이스란 개념은 사실 단순히 SF의 문제가 아니라, 차원이라는 개념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속해 있는 3차원의 세계를 넘어서 있는 초공간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특이한 것이다. 그리고 이 하이퍼스페이스라는 개념은, 최근 자주 이야기되고 있는 다차원이론, 평행우주론 등과도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른 세계, 그것이 단순히 외계 세계로 우리와 동일한 선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세계의 법칙조차도 다른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차원의 상상이다.
이처럼 SF에서의 상상력은 그 시작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나오는 결론들은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의 상상력은 가히 무한대의 우주공간에 버금가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우주가 아닐까? 그래서 호모이마기난스의 상상력은 영원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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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속적인 인류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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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상상 그 이상의 무엇 –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 임정택,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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