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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울 때쯤 만나자
시간이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왠지 우리를 옭아매왔던 시간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느낌이 들지 않는가? 사실 우리의 삶에서 더 자주 느끼게 되는 것은 절대적으로 규정된 시간보다도 이러한 상대적인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시간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벗어날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절대적인 시간은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해진 시각에 출근하고 퇴근하며 누군가와의 약속을 잡는다. 그렇다면 상상하는 인간은 왜 그를 그토록 지겹게 쫓아왔으며 쫓아오고 있는 절대적인 시간, 시계 속의 시간을 만들었을까? 왜 인간은 시계라는 것을 만들었고, 언제부터 그 숫자에 집착하여 1분 1초를 따져가며 살게 되었던 것일까?
시계가 없었던 시대, 고대인들은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시간이 '흐른다'라는 표현처럼 그저 흘러가는 날들에 대한 개념 정도로 약간은 무관심하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을 지킨다거나 시간을 잰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낮과 밤으로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동틀 녘, 한낮, 어두운 낮 정도로 어렴풋이 '때'를 구분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특히 농경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시간이라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무의미한 개념이었을 것이다. 사실 시간이란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었으며 환경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그러나 구석기 시대에는 이러한 관념 자체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배가 고프다 싶으면 사냥을 나가고 잠이 오면 잠을 자는 형태의 생활이 반복되었을 뿐이고, 환경에 맞춰 적당히 생활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생활형태에서는 24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하루의 패턴 또한 의미가 없었을 것이며, 실제로 구석기 시대의 생활은 대부분 동굴에서 이루어졌던 만큼 낮과 밤의 개념 또한 그저 밝다, 어둡다 이상의 개념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에는 어떠했을까? 농경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는 파종, 추수 등의 활동이다. 이는 천체의 주기, 지구의 공전에 맞게 이뤄져야 하는 활동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천체 주기를 기준으로 하는 보편적 시간이 등장했다. 또한 이 시간을 말해주는 기준이 되는 역법, 즉 달력의 제작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서 이는 지배자의 특권이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까지만 해도, 시간이라는 것은 지금과 같이 정확히 규정된 대상이라기보다는 음악의 '리듬'에 가까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춘추》등의 내용을 보면,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황당한 현상들이 일어난다. 당시 사람들은 약속을 할 때 지금 우리와 같이 몇 월 몇 일 몇 시에 만나자는 식으로 하지 않았다. '추수할 때 만나자', '개구리가 울 때쯤 만나자'와 같이 긴 단위로 약속을 잡았고, 그렇게 애매한 약속을 하면서도 서로 잘 만날 수 있었다. 즉 그 시대의 시간이라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느슨한 개념으로서 어떠한 활동을 하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진, 일종의 행동 주기에 가까운 개념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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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속적인 인류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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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상대적 시간의 개념 –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 임정택,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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