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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상상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심시티(Simcity)〉라는 게임이다. 미국의 맥시스의 게임 디자이너 윌 라이트가 1989년 개발한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는 사용자가 한 시의 시장이 되어 도시를 건설 해나가는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플레이어는 주거지구, 산업지구, 상업지구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시민들이 되도록 많이 살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게임의 뒤를 이어 맥시스는 〈심시티 2000〉과 〈심시티3000〉, 〈심시티 4〉 등 소위 〈심시티 시리즈〉를 계속 개발 중이다.
〈심시티 시리즈〉는 비록 도시라는 제한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철저한 공간 상상에서 비롯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도시를 개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상당히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소위 시장경제 체제다. 〈심시티〉에서의 세계는 철저히 시장경제의 논리로 대부분의 경제적 · 사회적 자원이 시장을 통해 분배되고 있다. 노동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공장은 돌아가지 않으며 상업 시설도 마비 된다. 그렇다고 공장이 없으면 제품이 생산되지 않는 만큼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상업 시설이 없어도 분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인구는 감소한다. 게다가 플레이어는 갑작스러운 재난 등에 대해서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재, 홍수, 지진 등은 당연하고 심지어 외계인이 난입해서 몽땅 파괴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수많은 변수들을 관리 · 대응하는 것이 바로 이 게임의 묘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이간 게임이 바로 〈심어스(Simearth)〉이다. 윌 라이트가 〈심시티 1〉의 성공에 고무되어 러브 박사의 가이아 이론에 기초하여 1990년에 개발한 이 게임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성, 지구를 만드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한 행성을 이끄는 절대적 존재로 등장하며, 미생물부터 시작하여 나노 시대, 우주로의 여행까지를 진행하는 게임이다. 도시 차원을 넘어 이제는 지구라는 차원의 더 넓은 공간을 다룬다.
〈심시티〉가 '시장경제론'에 기반하고 있다면, 〈심어스〉의 기반은 앞에서 말한대로 '가이아 이론'이다. 이 이론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이론인데, 그 과정에서 생물계와 무생물계라는 전혀 다른 대상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금 지구의 생명의 존재는 무생물계, 즉 환경이 생물계에 의해서 조정되었을 뿐 아니라 생물계를 위해서 환경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라 100억 년이 지나 태양이 파괴될 때까지의 시간 사이클을 플레이어는 환경에 맞게 진행하면 되는 게임인데, 플레이어는 시나리오 모드를 통해 금성, 화성, 빙성 등의 다른 행성들을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플레이어가 키우는 각 종족은 대이주(exodus)나 멸망을 맞고, 사이클이 남아 있는 한 또다시 시나리오를 진행하며 새로운 종족을 키워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공간에 대한 네버엔딩 스토리, 네버엔딩 상상이다.
한편 이와 연결된 또 다른 게임이있다. 바로 〈스포어〉이다. 이 또한 윌 라이트와 맥시스에 의해 개발된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미생물부터 시작하여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문명을 창조해 우주로 진출하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기존 〈심어스〉 시스템에서 종족을 만들어내고 직접 인도하지 못했던 한계를 넘어서서, 이제는 한 종족을 지배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종족만 지배하는 것이라면 공간에 대한 상상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스포어〉의 본질은 종족의 개발이지만, 이것이 단계를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것은 문명과 도시의 개발이다. 이 부분에서 〈심시티〉와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고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플레이어는 단순히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종족의 건물 양식, 차량, 배, 비행기, 우주선의 형태까지도 결정하게 된다. 즉 플레이어는 한 종족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그 종족이 지배하는 세계, 공간을 구성해나가는 것이다.
'심시티' 시리즈를 포함, 맥시스가 개발한 일련의 게임들은 철저히 현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속에서는 현실계에서의 과학 개념이 그대로 도입되고 있으며, 현실 세계에서 등장한 이론들에 기반을 두고 게임이 진행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상상이 약한 것은 결코 아니다.
컴퓨터 게이머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될 수 있을까?
플레이어는 자신의 뜻대로 수많은 상상들을 진행한다. 비록 현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창조된 세계는 현실 세계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창조된다. 그것은 오로지 상상하는 이, 플레이어 자신에게만 소속된 공간이다. 이를 통해 '심시티' 시리즈는 도시의 지배자, 국가의 지배자, 종족의 지배자, 그리고 모든 것을 넘어 한 행성의 신에 이르는 공간의 지배자들을 플레이어로 상정한다. 단순한 공간 상상을 넘어 그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다. 물론 플레이어가 제어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 날 수 있다. 심지어 외계인이 나타나서 자신의 세계를 파괴할 수도 있으며, 너무 강력한 종족이 있어 자신의 종족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지배자는 플레이어 자신이다.
이러한 맥시스의 공간 상상은 끝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도시를 운영하는 〈심시티〉, 지구를 운영하는 〈심어스〉에 이어 등장한 것은 개미들의 세계를 운영하는 〈심앤트(simant)〉였다. 〈심사파리(simsafari)〉나 타사의 게임인 〈롤러코스터 타이쿤〉 등은 동물원, 놀이동산을 운영하는 게임이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심콥터(simcopter)〉에서는 혤리콥터를 타고 자신이 〈심시티〉로 제작한 도시를 돌아다니며 재난 등을 방지 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개발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것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스포어〉의 경우 개발 보름 만에 전 세계에서 100만 장이 판매되었고, 한정판으로 나온 〈스포어 갤럭틱 에디션(Galactic Edition)〉은 한국에서 예약판매 당시 일주일 만에 품절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공간에 대해 상상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하는 것들을 꿈꾸고, 그것을 충족시킬 것들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사실 판타지, SF 등의 환상과 관련된 장르들의 등장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러한 상상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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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속적인 인류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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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공간에 대한 네버엔딩 상상 –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 임정택,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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