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상상, 한계
를 거부하는
발칙...

아바타

환상의 세계를 현실로 체험하다

아바타, 한국 외화 흥행 신기록

아바타

ⓒ 연합뉴스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방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글은 따로 있는 것 같다. 1865년 발표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필두로 하는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들의 내용을 보면 단순히 환상세계로 앨리스가 넘어간 내용이 아니라, 이 내용 전체가 앨리스의 꿈 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앨리스는 분명 정말 이상한 곳에 떨어졌는데, 이 아가씨는 황당할 정도로 여기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다. '어, 이상하네'하고 느끼는 정도가 한계 수위다. 아무렇지 않게 적응하고 오히려 그 세계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을 정도다. 버섯을 들고 멋대로 몸의 크기를 줄였다 키웠다 하면서 수많은 공간들을 여행하고, 고양이 이야기를 해서 새와 쥐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 세계 안에서는 자신이 지금 꿈 속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그 세계의 한 일원으로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며 모험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앨리스'의 내용들에 대해서는 워낙 다양하고 상반된 분석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 설명해도 책을 한 권 쓸 판이다. '앨리스'에 대해서 수많은 정치적, 형이상학적, 혹은 정신분석학적인 해설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그 내용들 또한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해석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은, 그 내용이 꿈이라는 것이다. '앨리스'의 내용은 그것이 앨리스의 꿈이라는 설정에 맞춰 황당한 내용들이 계속 진행되지만, 동시에 꿈인 만큼 그 모든 것들이 현실 세계 내지는 작가 캐럴의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즉 이것은 단순한 상상, 환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현실 세계와 연결된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인용문
앨리스는 왜 아바타와 같은 존재인가?

그런데 여기서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꿈속에서의 이야기. 앨리스는 황당한 이야기와 장소들의 연속 속에 있지만 그것을 그렇게 황당하다고 느끼지 않으며, 그 속에서 계속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새로운 공간을 계속 찾아가고 등장하는 인물들과 관계를 맺는다. 이것은 마치 온라인 게임과도 비슷하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캐릭터, 아바타를 조종하여 던전각주1) 을 탐사하고 다른 플레이어나 NPC각주2) 들과 관계 맺음을 한다. 그것은 분명 현실 세계와는 다른, 어쩌면 황당하다고 할 수 있는 다른 세계 공간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의 플레이어는 그것을 단지 황당하다고 느끼지 않고 그 속에 몰입한다. 죽는다 하여 아픔을 느끼진 않지만, 순간 '헉' 하는 소리를 내며 허탈한 한숨을 쉰다.

결국 '앨리스'라는 작품에서 꿈속을 헤매고 있는 앨리스는, 동시에 실존하는 앨리스의 아바타와 같은 존재이다. 비록 그 속에서 앨리스가 다치거나 죽어도 실제의 앨리스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이는 비록 꿈일 뿐이지만, 그녀는 그 속에 몰입하여 실제로 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생활한다.

몰입을 얘기하다 보니 영화가 한편 떠오른다. 얼마 전 개봉하여 세계에 충격을 주고 수많은 기록을 갱신했던 그 영화,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이다. 이 영화는 그 스토리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영화가 노리고 있던 목적까지, 모든 것이 몰입이라는 키워드와 관련을 맺고 있다. 일단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아바타라는 대상 자체가 몰입의 일종이다. 아바타란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인 나비(Na’vi) 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하여 원격 조종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이다. 물론 판도라는 영화 내에서는 현실계이지만 인간이 직접 움직일 수 없는 독성의 대기를 가진 공간이다. 인간이 있을 수 없기에 그곳은 인간에게 현실이라기보다는 환상의 세계에 가깝다. 그러나 그 중간 매개로 아바타라는 대상을 사용하여, 이 가상공간이나 다름없는 세계를 현실로 체험하는 것이다.

심지어 실제 관객에게도 이러한 몰입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 1월 11일, 미국 CNN 인터넷판은 영화 〈아바타〉를 본 일부 관객들이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 같은 이유에 대해 "관람객들이 영화 속 외계 행성 판도라에 강하게 매혹됐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신과 의사인 스티븐 켄자이는 "영화의 특수효과가 너무 진짜 같아 관객들로 하여금 판도라라는 외계 세계를 직접 거닐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라며 "이로 인해 몇몇 관객은 현실과 영화 사이에서 분리 불안장애를 겪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카메론 감독이 영화에서 창조한 상상의 공간 판도라는, 3D 기법이라는 방식을 통해 그를 보는 관객조차 몰입하여 혼동을 가지게 하는 공간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공간의 상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수많은 공간들이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또는 SF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이 하나의 공간으로 상상되는 것에 불과하다면, 이질적인 대상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정말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우리가 몰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앨리스' 시리즈와 같이 꿈의 형태로의 몰입일 수도 있고, 영화 〈아바타〉와 같이 극도의 현실감을 부여하는 기술의 방법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떠한 방법이든 간에, 이러한 몰입의 효과는 공간의 상상이 단순히 공간의 상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또 하나의 현실과 같이 다가오도록 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임정택 집필자 소개

연세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콘스탄츠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매체사회학을 연구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미디어아트연구소를 설립하여 인문학이 적대시해왔던 미디어와 테크놀로지를 ..펼쳐보기

출처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 | 저자임정택 | cp명21세기북스 도서 소개

인간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속적인 인류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펼쳐보기

전체목차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Daum백과] 아바타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 임정택, 21세기북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