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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잖은 신사가 파티 석상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입장하면서 이미 모자를 벗어놓은 사실을 깜빡한 채로 신사는 우아한 숙녀에게 다가간다. 그녀와 인사를 나누는 순간, 그만 모자 대신 가발을 들어 올리게 되고 신사의 반짝이는 정수리가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이것은 필자가 예전에 보았던 어느 만화의 내용이다. 많은 남자들, 또는 일부 여자들도 넓어져만 가는 이마와 듬성해진 정수리를 감추기 위해 가발을 쓴다. 또 연기자들은 그들이 맡은 배역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가발을 이용하기도 한다. 가발(wig)은 머리털 혹은 인조 머리털로 만들어 머리에 쓰는 것으로, 분장용이나 장식품으로 또는 신분과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다. 가발의 영문인 ‘위그(wig)’는 1675년경 영국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페리위그(periwig)’의 줄임말이다.
가발은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가발하면 클레오파트라의 검고 풍성한 검은 가발이 먼저 떠오른다. 남자들의 경우 장식적 목적 외에도 삭발한 맨머리를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가발을 썼다고 한다. 이집트뿐 아니라 고대 아시리아, 페니키아,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가발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서양 역사에서 가발은 상당 기간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16세기 이후에 와서 다시 장식과 대머리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곱슬거리는 붉은색 가발을 즐겨 썼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가발의 부활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1620년대 루이 13세는 고대 이집트 시대 남자들이 착용했던 페리위그라는 가발을 다시 유행시켰다. 이후 가발은 계급을 구별하는 상징물이 되면서, 17세기에 와서는 등과 어깨를 덮고 가슴까지 흘러내릴 만큼 과도해지기도 했다. 또 회색이나 블론드색 등의 가루를 가발에 뿌리는 유행도 성행했다. 당시의 가발은 가장 비싼 장신구 중의 하나였고, 씻고 웨이브를 만들고 파우더를 뿌리는 등의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했다. 이런 전통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서구 일부 국가에서는 판사들과 법정 변호사들이 200여 년이 넘도록 가발을 쓴 채 재판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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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가발의 대유행 – 패션에 쉼표를 찍다, 김정희, RHK,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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