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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모자를 주고 여자를 거울 없는 방에 가두는 것은 너무나 심한 고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자신의 머리를 볼 수 있는 신체구조를 가진 사람은 없을 테니 형형색색의 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궁금하겠는가. 이는 패션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과 모자의 장식적인 기능이 단적으로 강조된 예라 하겠다.
모자의 일반적 형태는 몸체와 챙으로 구성되는데, 머리에 쓰는 것 전체로 범위를 넓혀 두식(頭飾, headdress)이라고 하며 왕관부터 두건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지위를 상징하는 장신구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왕관은 이집트 벽화에서부터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 그림까지 무수한 기록이 있지만, 몸체와 챙을 가진 모자의 원형에 대해 그 기원을 찾자면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여성들이 햇빛을 가리기 위해 사용했던 톨리아(tholia)가 바로 현대 모자의 전신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모자를 쓰는 이유는 크게 신체 보호와 장식, 그리고 신분 표시를 위한 것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열대지방에서는 강한 햇빛이나 비를 가리기 위해, 극지방에서는 추위를 막기 위한 모자가 발달되었을 것이다. 집단의 우두머리라든가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의 경우 타인과 구별하기 위해 신체 가장 윗부분인 머리에 표시를 했을 것이다. 모자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실용적인 아이템이지만, 상징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강력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 모자는 인간의 신분과 권력을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이다. 인체 보호를 위해 머리를 가리는 행위는 대부분 하층 계급을 위한 것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모자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상징물이었다. 클레오파트라의 거대한 머리장식이나 중세시대 귀족들이 썼던 하늘을 찌를 듯이 뾰족한 모자를 떠올려보라. 서구 문화에서 모자를 벗는다는 것은 존경의 표시다. 자신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하고 높은 곳에 있는 모자를 벗음으로써 상대에게 나를 낮추는 것이다.
명예와 권력을 상징하는 모자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왕관이다. 절대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경외심과 복종이 필요했고, 인상적이고 값비싼 장신구들이 그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중 왕관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도구로 사용되었다. 왕관의 경우는 그 상징이 너무나 강력하여 왕위의 표상에서 패션으로 발전할 기회가 없었다. 신분이나 절대계급 등이 사라져버린 현재까지도 왕관을 모자 형태로 만들려는 시도는 보편화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과거 왕족만이 쓸 수 있었던 여성용 왕관인 티아라(tiara)가 헤어핀이나 작은 액세서리에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왕족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완화된 양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도 모자는 종교 의식이나, 졸업식, 특정 직업에서 중요한 상징물로 쓰인다. 또한 모자는 개인적인 장식품이자 자기표현으로 사용된다. 헤어스타일의 유행과 함께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최근 모자가 가지는 기능적인 용도 중의 하나를 꼽자면, 급격히 진행되는 탈모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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